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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홍 똑같이" "홍 4% 빼", 명태균 말 그대로 바뀐 여론조사

미래한국연구소 2021년 9월 17일 여론조사 원데이터 분석... 9월 29일 '윤석열 일방 유리'와 또 다른 패턴

등록 2024.11.01 12:17수정 2024.11.1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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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대선 경선 예비후보였던 2021년 9월 16일 1차 TV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명태균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는 이 TV 토론회에 대한 평가 등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명씨는 강혜경씨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는데, 여론조사 결과는 이 지시에 따라 바뀌었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대선 경선 예비후보였던 2021년 9월 16일 1차 TV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명태균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는 이 TV 토론회에 대한 평가 등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명씨는 강혜경씨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는데, 여론조사 결과는 이 지시에 따라 바뀌었다. 유성호

명태균씨가 20대 대선 국민의힘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홍준표 후보를 박빙으로 만들거나 뒤집는 방식으로 여론조사(2021년 9월 17일)를 조작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앞서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윤 후보에게 일방으로 유리하게 바뀐 여론조사(2021년 9월 29일)와는 또다른 패턴이다. 두 여론조사는 12일 차이로 진행됐다.

<오마이뉴스>는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9월 17일 미래한국연구소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와 원데이터를 분석한 뒤, 같은 날 공익신고자 강혜경씨와 명씨의 통화 녹음을 대조했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명씨는 원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기 위해 강씨에게 크게 두 가지를 지시한다. 하나는 "국민의힘 당 대 당 있죠. 윤(석열)하고 홍(준표)하고 똑같이"라며 '국민의힘 당내 대통령 후보 적합도(아래 후보 적합도)'에서 윤 후보와 홍 후보를 박빙으로 만들라는 지시다.

다른 하나는 "그다음에 그 TV 토론은 홍(준표)을 한 4% 빼"라며 '국민의힘 당내 대선 경선 후보 1차 토론회 의견(아래 TV 토론 의견)'에서 홍준표 후보를 낮추라는 지시다. 두 지시 모두 명씨가 조작 전 여론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래한국연구소는 같은 날 후보 적합도, TV 토론 의견 등이 포함된 여론조사를 했다. 참고로 전날인 9월 16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1차 TV토론회가 있었다.

해당 조사 보고서에는 2021년 9월 17일 하루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48명을 대상(무선 RDD 자동응답전화조사 100%)으로 여론조사를 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원데이터의 실제 응답이 완료된 샘플 수는 106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980명은 여론조사를 하지 않고 임의로 만들어진 '가짜 샘플'이었다. 2048명이란 응답자 수는 원데이터보다 2배 가까이 부풀려진 수치다.

1068명→2048명 응답자 뻥튀기


명씨의 지시는 조작 후 결과에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후보 적합도에서 윤 후보는 홍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5.3%p 앞서고 있었지만, 홍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1.1%p 앞서는 것으로 바뀌었다. TV 토론 의견 또한 홍 후보는 3.8%p 하락시켰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응답이 완료된 원래 샘플 1068명 기준(조작 전) 후보 적합도에서 윤 후보는 36.9%, 홍 후보는 31.6%를 기록해 두 후보의 격차는 5.3%p 윤 후보 우세였다. 하지만 보고서(조작 후)에서 윤 후보는 28.6%, 홍 후보는 29.7%로 1.1%p 차이가 나 오차범위 내 홍 후보 우세로 미세하게 뒤집혔다. 명씨의 "똑같이" 지시대로 두 후보의 지지율이 대등해진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는 윤 후보의 50대~70대 이상 남성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여성 지지율을 소폭 올렸으며, 홍 후보의 20대를 제외한 남성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여성 지지율을 전연령 소폭 올렸다.


TV 토론 의견에서도 명씨가 "홍(준표)을 한 4% 빼"라고 지시한대로, 홍 후보는 조작 전 28.8%에서 조작 후 25%로 3.8%p가 하락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윤 후보도 조작 전 29.9%에서 조작 후 23.3%로 6.6%p 하락했는데, 현재까지 확보한 통화 녹음파일엔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한편 명씨는 후보 적합도와 관련해 "그쪽으로 돌려. 더불어민주당 쪽에"라고 강씨에게 말하기도 했다. 이는 TV 토론 의견을 묻는 문항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없기 때문에 '없음'이나 '모름/무응답'으로 조작하란 지시로 추정된다. 실제로 '없음'과 '모름/무응답'이 9.8%에서 15.6%, 4.2%에서 9.2%로 각각 5.8%p, 5%p 증가 조작됐다.

[참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조작 전후
9월 17일 : 명태균 "윤·홍 똑같이" 지시
윤석열 : 36.9% → 28.6%
홍준표 : 31.6% → 29.7%
9월 29일 : 명태균 "윤이 홍보다 2% 앞서게" 지시
윤석열 : 31% → 33%
홍준표 : 30.4% → 29.1%

[관련기사 : 9월 29일 여론조사 조작] '명태균 여론조사', 윤석열 20대 여성↑, 홍준표 20대 남성↓조작 https://omn.kr/2arad

#명태균 #여론조사조작 #국민의힘후보 #윤석열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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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꼼꼼하게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복건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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