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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0년 8월 19일 부영아파트 입주민들이 순천 부영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서 관리비 부당징수에 항의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석훈 |
아파트 자치운동에 뛰어든 한 노동운동가가 법에 의해 폭력배로 몰리고 있다며 2년째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해고노동자 출신으로 자치회장을 맡고 있는 조평훈(41·순천 조례동 부영아파트 5차) 씨가 임대 아파트회사 관리자와의 폭력시비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조 씨는 2년 전 부영아파트 모델하우스(순천시 덕월동) 앞 노상에서 가진 아파트 관리비 부당징수 항의집회 도중에 이 회사 아파트 관리소장 이모(36·순천시 해룡면) 씨로부터 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사건의 발단은 집회 현장에서 사진 채증을 하던 이 씨가 조 씨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폭행을 당했다며 2주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반면 조 씨는 이 씨를 폭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이 씨를 검찰에 무고혐의로 고소했다. 또 이 과정에서 검찰이 회사측에 유리한 내용으로 증인조서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폭행은 사실인가 아니면 조작된 사건인가?
조 씨는 지난 2000년 8월 19일 아파트 주민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영아파트 모델 하우스(순천시 덕암동) 앞 노상에서 임대아파트 관리비 부당징수를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날 아파트 관리소장 이 씨 등 10여 명의 직원이 사진 채증을 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폭행시비가 벌어지자 이 씨는 자치회장 조 씨가 자신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조 씨는 검찰에 의해 50만원 벌금의 약식기소가 되자 정식재판 청구와 함께 이 씨를 무고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 같은 사건에 따른 재판결과 조 씨는 지난 1월 중순경 광주지법 순천지원으로부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씨는 4일 "자치회가 (주)부영 이중근 회장 등을 아파트 관리비 횡령혐의로 고소하자 이 운동을 주도한 제 발목을 붙잡기 위해 꾸며낸 사건이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또 "관리소장 이 씨와 부딪친 사실이 없으며, 메가폰과 마이크를 양손에 들었기 때문에 멱살을 잡을 수 없는 상태였다"며 "집회현장 주변에 40여 명의 목격자가 있어 폭행하지 않은 사실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으나 사법기관이 회사측에 유리한 증인만 채택해 사건이 조작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현장에 있던 부영아파트 직원으로 증인에 채택된 남모(40·순천해룡면) 씨와 양모(35·순천해룡면) 씨는 지난 1월 재판과정에서 조 씨가 이 씨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수사기관도 정부당국도 믿을 수 없다"
조 씨는 수사기관과 정부당국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표시했다.
조 씨는 "집회현장에 있던 아파트 주민을 목격자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경찰과 검찰은 일방적으로 묵살했다"면서 "반면 회사측에 유리한 증인만 채택, 있지도 않은 폭행을 억지로 꾸며 생사람을 전과자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조 씨는 또 "억울한 사정을 청와대·경찰청 등에 수차례 진정해보았지만 '처리 됐으니 기다려라'거나 '관할청에 이첩했으니 기다려라'는 답변밖에 받은 게 없다"며 정부기관에 대한 불신을 토로했다.
참고인들, '짜맞추기식 수사다' 의혹제기
검찰에서 참고인 진술을 했던 증인 두 명이 검찰 조사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짜맞추기 수사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집회를 취재했던 P신문 서모기자(31·현 내일신문)는 참고인 조사 내용이 자신의 진술과 다르게 적혀 있어 수사관에게 삭제를 요구한바 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날 서 씨는, 조 씨가 이 씨를 폭행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나중에 보니 검찰 조서에 폭행한 장면을 보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어 삭제를 요청했다고 거듭 밝혔다.
서 씨는 당시 검찰에서 조사 받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갔을 때 이미 조서를 꾸며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몇 가지 질문 끝에 조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폭행 부분이 진술한 사실과 다르니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검찰 수사관은 바로 고치겠다며 날인을 요구했다. 진술과 다른 내용을 삭제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평소 안면이 있는 수사관의 말을 믿고 날인했다"
진술을 확인하지 않고 날인한 부분을 지적하자 서 씨는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잘못된 검찰 조서를 자세히 읽어보지 않고 날인한 잘못도 일부 있지만 고쳐 달라는 참고인의 요구를 무시한 검찰의 수사가 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판과정에서 검찰에 삭제 요청한 사실과 조 씨가 현장에서 폭행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잘못된 결과가 나왔다. 조 씨의 억울함을 밝혀주기 위해 항소심에서 똑같은 증언을 하겠다."
"검찰 조서 사실과 달라 4번이나 찢었다"
참고인 진술을 했던 이모(여·48·부영5차 동대표) 씨도 검찰의 수사가 짜맞추기로 진행됐다며 의혹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이 씨는 4일 "검찰 수사관이 30여 분간 조서를 작성하더니 읽어보고 날인하라고 했으나 조 씨의 폭력 행사를 봤다고 잘못 쓰여져 있어 재작성을 요구하다가 조서를 찢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조서가 계속 잘못 씌어져 4차례나 조서를 찢는 실랑이를 벌이다가 '폭행하지 않았다'가 아닌, '폭행 여부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정리하자는 수사관의 요구에 지쳐 그렇게 하자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씨는 "검찰 조사를 처음 받았는데도 얼마나 내용이 맞지 않았으면 아줌마가 4번이나 조서를 찢었겠느냐"며 검찰의 수사가 짜맞추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신모 수사관은 4일 당시 사건에 대해 "오래된 사건이어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진도 있듯이 현장에서 신체적 접촉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며 "폭행사건에 대해서 일일이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증인들의 짜맞추기식 수사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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