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있는 마을 1

내곡역에서

등록 2002.03.11 09:26수정 2002.03.15 14:2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김미선
그리운 고향집.
언덕 아래로는 기차길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유년시절에는
철길 저쪽의 마을이며
산과 들을 쏘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
위험하다는 그 길을 매일같이 건너 다녔습니다.

멀리,
굽이를 돌아와
폭풍처럼 요란하게 떠나 버리는 기차를 만나면
왜 그리도 서운한 마음이 들던 지요.

고향을 떠나고,
몇 번의 이사 끝에 다시
기차가 다니는 마을에 살게 되었습니다.

ⓒ 김미선
이름만 마을일 뿐...
당장 얼마간의 돈으로 내 것이 되고,
다시 네 것 이 되어도
크게 아쉬울 것이 없는 그런 곳입니다.

하지만 기찻길 건너에는 오래된 시장거리
가난한 토박이들이 사는 마을이 있습니다.
참나무가 울창한 산자락에는
오목눈이새가 알을 품는 습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더 빠른 전철이 기차가 다니던 길을 차지해버릴 모양입니다.

길 위에 길이,
마을 위에 마을이.
습지 위에는 학교가 세워진다고 합니다.


ⓒ 김미선
그런,
그날이 오면...
날개가 있는 것들, 튼튼한 다리가 있는 것들은
날래게 제 살 길을 찾아 고향을 버리겠지요.

채 알을 깨지 못한 어린 목숨들은
거기에 다 두고서 말입니다.


우리에게는...
고향이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좋은교사 4월호에 실은 글에 사진을 추가한 것입니다 (www.goodteacher.org)

덧붙이는 글 좋은교사 4월호에 실은 글에 사진을 추가한 것입니다 (www.goodteacher.org)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정선 한 카페 구석에서 발견한 먼지 쌓인 보물 정선 한 카페 구석에서 발견한 먼지 쌓인 보물
  2. 2 쓰레기 몰래 버리던 공간, 주인의 묘안이 놀랍다 쓰레기 몰래 버리던 공간, 주인의 묘안이 놀랍다
  3. 3 신입사원 첫 회식... 선배가 데려간 놀라운 장소 신입사원 첫 회식... 선배가 데려간 놀라운 장소
  4. 4 [단독] 구독자 최소 24만, 성착취물 온상 된 '나무위키' 커뮤니티 [단독] 구독자 최소 24만, 성착취물 온상 된 '나무위키' 커뮤니티
  5. 5 뉴욕 뒤집어놓은 한식... 그런데 그 식당은 왜 망했을까 뉴욕 뒤집어놓은 한식... 그런데 그 식당은 왜 망했을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