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시달리는 아이들

아이들은 학교, 부모의 보리의 대상이 아니다

등록 2002.03.20 18:22수정 2002.03.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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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팔번뇌(百八煩惱)란 불교에서 쓰는 말로 108가지의 번뇌를 말한다.
번뇌의 범어 어원은 '길에사(klesa)'로 자신의 마음을 ' 더럽히는 것', '상처 를 주는 것', '괴롭히는 것' 등을 뜻한다.

백팔번뇌란 눈, 귀, 코, 입, 몸, 뜻의 육관에 각각 고(苦), 낙(樂), 불고불락(不苦不樂)이 있어 18가지가 되고 거기에 탐(貪), 무탐(無貪)이 있어 36가지가 되며 이것을 과거, 현재, 미래에 각각 풀면 108가지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번뇌를 구체적으로 풀이한다면 욕망, 분노, 무지를 뜻하는 탐(貪)·진(口 眞)·치(痴)의 삼독을 말하며, 견혹(見惑)과 수혹(修惑)으로 구분된다. 견혹은 이론적인 차원, 지적인 차원의 혼란이라고 할 수 있는데, 후천적인 것에 가깝고, 수혹은 습관적, 정서적인 혼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선천적인 것에 가깝다.

이를 깨우치는 것이 바로 보리(菩提)이다.

불교에서는 번뇌가 없으면 깨달음도 없다고 한다. 의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번뇌이며, 의복을 샀을 때 만족하는 것은 보리(菩提)인 것이다.

요즈음 우리 교육현실에 자신의 번뇌를 보리로 바꾸려는, 과잉을 넘어선 광적인 부모의 교육열로 우울증에 빠지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어느새 각급 학교 입학식도 끝나고 서먹서먹했던 신학기 분위기도 서서히 익어 가며, 초등학교 새내기들은 등·하교도 홀로 하기에 충분한 시간도 되었다.


흔히들 초등학교 갓 입학한 아이에게 우스갯소리로 "이제부터 고생문 속으로 들어갔구나" 고교 입학생에게는 "지옥의 불에 던져졌구나"라고 말하며, 그들 부모에게는 돈 좀 모아 두었냐고 묻기도 한다.

지난 11일 영국 BBC 방송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이 회의에 제출한 보고서를 인용, 전세계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이 정신 및 행동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전쟁터에서 자란 어린이가 가장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으나, 영국과 같은 나라도 면역 지대는 아니라고 이 단체들이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들 단체는 어린이·청소년의 우울증과 자살이 급격히 늘어나는 데 주목하면서, 우울증에 걸린 어린이는 다른 병에도 걸리기 쉽다고 밝혔다. 또, 우울 증세가 현재는 질병 및 장애를 유발하는 네 번째 요인이지만, 2020년에는 두번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역시 최근의 임상연구 결과 전체 어린이의 약 10%가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에서 99년12월 부천시에서 실시한 중·고생 정신건강 실태보고서에도 대상자 2203명 가운데 남학생 34.3%, 여학생 47.5%이 우울증상을 겪고 있는 있으며, 남학생 17.4%와 여학생 20.6%는 우울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 났다. 자살 충동은 남학생 23.5%, 여학생 28.1%였다. 실제로 자살 시도를 해본 학생은 남녀 각각 3.3%와 7.3%나 됐다.

이 조사에서 학업성적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 때 우울증의 위험이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청소년의 3분의1 이상이 우울증상을 보이고 이중 20%는 정신치료가 필요 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은 과열조기교육을 조장하는 부모의 극성과 일류병에 감염시킨 교육기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아이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

어린이들은 맘껏 뛰놀고 즐거운 학습을, 청소년들에겐 입시제도의 합리적 개선과 장래 진로에 대한 지도, 직업 선택의 다양한 기회 제공 등이 마련돼야만 우리 아들은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나 학교의 보리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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