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촛불시위 자작극 주장에 대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반론

등록 2003.01.07 22:00수정 2003.01.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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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나라당이 주요당직자 회의를 열었다. 국민 혈세로 사들인 테이블을 가운데 놓고 과반수 정당 당직자들이 한 일이 고작 촛불시위 최초 제안자인 '앙마' 김기보씨가 '오마이뉴스 기자'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고작 막걸리집 만담거리를 가지고 국회 과반의석을 장악한 정당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분개하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대한민국 정치 미래가 암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와 같은 시민기자인 김기보씨가 입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정식기자로 발령나는 걸 보고 으쓱한 기분도 든다.(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여 지금 당장 명함파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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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시위, ' 앙마 ' 와 관련하여 사실을 밝혀 바른 이해를 구합니다

촛불시위는 자작극이 아니라 '협작극'이다

대선전부터 한나라당은 촛불시위의 배후를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촛불시위에 꼬박꼬박 참가한 사람으로서 밝히건대 촛불시위는 미국이 충동질했고, 무기력한 정부가 협찬하고, 분노한 우리 국민 전체가 벌인 협작극이다. 그리고 미리 밝혀두겠다. 지금부터 내가 쓰는 글도 협작극이다. 이 글을 쓰는 나의 배후에는 2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이 글에 대한 한나라당의 '음모론, 배후론' 환영한다.

광화문 촛불시위의 첫 제안자로 알려진 네티즌명 '앙마'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더니 실제로는 '오마이뉴스'의 기자라고 한다.

한나라당에 알려줄 사실이 하나 있다. 한나라당이 평범한 국회의원인 줄 알았던 당원 중에 실제로는 '오마이뉴스 기자'인 사람이 한 명 있다. 최근에 그 기자는 한나라당의 대선패배의 원인으로 '인터넷 대책 부재'를 지목하는 글을 써서 원고료 1만원을 챙겨가기도 했다.

오늘 한나라당 대변인 논평을 통해 평범하지 못한 그 국회의원이 사태를 파악할 줄 아는 유능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시 한나라당의 패인은 인터넷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오마이뉴스는 30여명의 상근기자들과 2만여명의 시민기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쌍방향 언론이다. '앙마' 김기보씨는 이 2만명의 시민기자 중 한 명이다. 어쨌든 국회 다수당이 직접 나서서 나와 같은 시민기자를 정식기자로 발령해준 것에 대해선 감사하게 생각한다.

더군다나 자신이 어느 신문 게시판에 띄운 글을 제3자의 의견인 것처럼 기사화했다니 언론인으로서의 윤리성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유명해지기 싫어서 그랬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김기보씨의 행동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 인정한다. 하지만 언론인으로서의 윤리성에 의심을 보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있어도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없다고 본다.

국민 여론의 촉수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하지만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론의 절대다수를 장악한 수구보수언론들은 민의를 반영하기는커녕 여론을 왜곡하고, 사실을 조작하면서, 가끔씩은 뻔뻔스럽게도 국민들을 훈계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다행히 기술은 진보하고 인터넷이 발명됐다. 네티즌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국민은 정보의 일방적 수용자 입장에서 탈피해서 스스로 정보의 제공자로 나서기에 이르렀다. 정보를 권력화시키려는 자들에게 신물이 난 네티즌들의 욕구는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 매체를 탄생시켰다.

오마이뉴스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통령선거라는 굵직한 정치적 이슈에서부터 '새해에 같이 담배 끊자'라는 작은 이야기까지, 원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수용하는 시스템이다.

자신이 제기한 문제를 기사화하지 말라는 룰은 오마이뉴스에 없다. 단지 관점에 따라 곡해해서 볼 수도 있고, 문제삼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것이 개인의 윤리성에 타격을 미칠 문제까지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방법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무시하고 효순이 미선이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라는 본질마저 흐리려는 비열한 행태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효순이와 미선이의 희생을 애도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순수한 감정이 촛불시위로 타올랐다는 그 감격은 어느새 싸늘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하다. 우리가 사소한 견해 차이로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또 그 분열은 추모시위 인파의 급격한 축소로 이어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한나라당의 빈정거림을 받게 됐다.

우리당은 인터넷 신문들의 허위, 조작, 선동기사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보완에 나설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각성을 촉구한다.

국가에서 아무리 법적, 제도적 장치 보완에 혈안이 되어도 인간의 성욕은 수많은 불법 포르노 사이트를 생산해낸다. 마찬가지로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어떤 법적,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뿜어져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을 협박하고 권력을 남용해 민의를 왜곡하려는 한나라당의 구시대적 시도는 2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뿐만 아니라, 수천만 네티즌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거라는 것을 경고하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자명하다. 일단 토요일에 모이자. 모여서 무슨 얘기든 나눠보자. 반미도 싫고, 반전도 싫고, 폭력도 싫으면 그냥 효순이 미선이 애도라도 하면 되지 않은가? 그거라도 하게 일단 모이자.

우리가 분열된 모습 보이면 좋아할 사람들은 뻔하다. 다시는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

덧붙이는 글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자명하다. 일단 토요일에 모이자. 모여서 무슨 얘기든 나눠보자. 반미도 싫고, 반전도 싫고, 폭력도 싫으면 그냥 효순이 미선이 애도라도 하면 되지 않은가? 그거라도 하게 일단 모이자.

우리가 분열된 모습 보이면 좋아할 사람들은 뻔하다. 다시는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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