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핵폐기장 반대 앞장서는 이유

"지역이기주의라고? 서울,수도권은 그런 말 할 자격 없다"

등록 2003.05.09 07:06수정 2003.05.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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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에서 일어난 일도 <오마이뉴스> 톱기사에도 오른다는 것에 반가움을 갖고서 "핵폐기장? 차라리 우리보고 죽으라 캐라, 제발 아름다운 고향 지키게 내버려 두라"는 기사를 읽었다.

핵폐기장의 당사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

먼저 이번 핵폐기장 반대싸움은 노무현 핵심지지세력이 주도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영덕에서 지난 대선 때 고작 21% 받았다. 노무현을 그저 지지한 사람도 아니고 핵심 운동원들이라면 민주주의와 사회 변혁에 대한 성향은 알아줘야 할 것이다.

반핵대책위 6명의 공동위원장 중 3명이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국민참여운동본부 에서 활약했다. 박스기사로 인터뷰가 오른 이안국 기획위원장은 국참 영덕 단장으로 대선 기간 유세차를 타고 영양, 청송, 영덕 3개 군을 누볐다.

민주당원들도 하지 않는 방송 유세, 길거리 유세를 도맡아 했다. 물론 민주당원은 아니다. 심지어 나 같은 사람까지 희망 티켓, 희망 돼지 사업하는 100만 서포터즈 단장이었다. 우리 중 몇 명은 대선 후 그럴 듯 하게 만든 민주당 감사패까지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도장이 찍힌 것으로 이 전 정권 같으면 꽤나 쓸모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척박한 영덕에서 고생한 우리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핵폐기장 결사반대'다. 예전 같으면 감사패를 집에서 제일 눈에 띄게 보이게 진열하고 거들먹거릴 사람들이 감사패는 집안 구석에 처박아 놓고 누구는 날마다 방송차를 타고 다니며 핵폐기장 결사 반대를 외치며 또 누구는 단식을 하면서 서울의 농성장과 산자부 방문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


이번 영덕 핵폐기장 반대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참여정부가 되었는데도 과거 정권 때와 마찬가지 (아니 오히려 더 강하게)로 밀어부치기 행정, 국민 참여 원천 봉쇄 행정을 한다는 것이다.


89년에 영덕에 들어오려다가 밀려났던 핵페기장이 난데없이 2월 24일 유력한 후보로 찍혀서 내려온 것. 울진, 영광, 고창 다 있는 유치대책위원회가 영덕에는 아직도 없다. 그런데도 지역 주민의 호응도 등을 감안해서 후보지를 선정했다고 한다. 그러니 밸 있는 사람이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두 번째는 님비 현상을 일으키는 혐오시설에 대한 정부의 사업 원칙이 서울지역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지금 영덕이 자기네만 살자고 이러는 게 아니다. 전국이 핵폐기장을 다 싫어 한다면 원전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게 안된다면 어쩔 수 없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전기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1인당 전기사용량이 가장 많은 서울, 수도권에서 떠 안아야 한다.

서울에는 내가 학교 다닐 때인 10-20년 전 달동네들은 모두 고층 건물이 산보다 더 높이 들어섰다. 영덕에는 안동에서 영덕까지 34번 국도도 2차선, 강구에서 울진, 삼척까지 7번 국도도 2차선이다. 10층이 넘는 건물은 영덕군 전체를 통틀어 아파트 달랑 1개 동이다. 그럴 듯한 공장도 하나 없다. 아마 1인 당 전기 사용량이 전국 꼴지일 것이다.

물론 개발이 쳐지니 자연 환경은 좋은데 그래서 자연, 관광으로 먹고살자는 꿈에 부풀어 있는 곳에 핵폐기장이라니….

서울은 돈과 명예와 편의 등 하여튼 좋은 것만 차지하고 지방은 더러운 것, 싫은 것만 가져가라는 서울 공화국의 지역이기주의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에 핵폐기장이 억지로 한 군에 찍어 놓고 나면, 그래서 그 지역에서 들고 일어나면 전 국민이 지역이기주의라고 욕을 할 것이다.

이래 놓고 무슨 지방분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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