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 19대 총학회장, 경찰서 공개 출두

이적활동 혐의 2년간 창살없는 감옥...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 계속 할 것

등록 2003.12.11 10:43수정 2003.12.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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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미가입대학임에도 이적활동 혐의로 2년여간 수배받은 임승관 순천대 총학생회장이 공개출두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총련 미가입대학임에도 이적활동 혐의로 2년여간 수배받은 임승관 순천대 총학생회장이 공개출두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김인경
이적활동혐의로 2년째 수배를 받고 있는 순천대 총학생회장이 지난 10일 순천경찰서에 공개출두 했다.

순천대학교 19대 총학생회 임승관(27) 회장은 이날 오전 순천대 정문에서, 한총련의 이적단체 규정의 부당성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곧바로 순천경찰서로 출두했다.

순천대 총학생회측은 한총련의 정당성과 국보법의 철폐를 정당하게 요구하고, 검찰수사에 떳떳이 대응하기 위해 기자회견과 자진출두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순천대는 지난 99년 한총련을 탈퇴했으며 2000년부터 2003년까지 10여명의 학생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 받았고 현재 임승관 총학생회장이 순천대에서는 마지막 수배자가 됐다.

기자회견에는 순천대학교 학생들과 교수, 시민단체 대표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순천농민회 김영길 회장은 지지발언을 통해 “청년학생들이 이 나라의 민주화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 그 민주화로 당선된 대통령들이 국가보안법을 풀지 않고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했다”며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청년학생들에게 부끄럽다. 앞으로 국가보안법폐지,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를 위해 함께 할 것이며 이 땅의 청년들이 당당하게 통일운동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순천대 최종천 교수는 청년학생들이 건강하게 취직하고 국가사회 보탬이 되는 동량이 되길 바라며 추운 겨울 어렵겠지만 잘 견뎌내라”고 당부했다.
순천대 최종천 교수는 청년학생들이 건강하게 취직하고 국가사회 보탬이 되는 동량이 되길 바라며 추운 겨울 어렵겠지만 잘 견뎌내라”고 당부했다.김인경
최종천 순천대 철학과 교수는 “순천대는 한총련 미가입 대학인데도 국가보안법의 잣대로 학생들에게 수배를 내렸다”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잣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다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조국에 대한 애정으로 개인의 안락과 출세욕을 멈추고 세상을 따뜻하게 열어가려고 하는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우리 청년학생들이 건강하게 취직해 사회에 보탬이 되는 동량이 되길 바라며 추운 겨울 어렵겠지만 잘 견뎌내라”고 당부했다.

임승관 총학생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은 한국 사회의 국가적 권력에 반하는 모든 것을 이적으로 규정해 인권을 유린하고 개인의 양심을 통제했다”며 “민주적 절차를 거쳐 총학생회장에 당선돼도 이적규정이라는 굴레 속에 자동 수배자로 낙인찍혀 감옥아닌 감옥생활을 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개출두는 지난 2년여간의 수배생활을 마무리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보안법과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 투쟁을 시민과 학생들이 함께하기 위해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라며 국가보안법 철폐와 한총련 이적규정, 정치수배 해제를 주장했다.

10일은 세계인권 선언의 날이었다. 2000년 6월 15일 남과 북의 두 정상의 만남으로 시작된 통일 열망 앞에서도 국가보안법은 한국사회 국가적 권력에 반하는 모든 것을 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투표를 통해 총학생 회장으로 당선되도 이적규정이라는 굴레 속에 수배자로 낙인찍혀 창살없는 감옥에서 생활해야 한다.

지난 10월과 11월 공안의 칼이 다시 날을 세우고 있는 지금 한총련 미가입 대학 총학생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순천대학교 학생들과 교수, 시민단체들은 경찰서 앞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를 주장했다.
순천대학교 학생들과 교수, 시민단체들은 경찰서 앞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를 주장했다.김인경

“수배 해제되면 건강검진 먼저 받겠다”
임승관 순천대학교 19대 총학생회장

▲ 임승관 총학생회장
-순천대학교는 한총련 미가입 대학인데 이적활동 혐의는 무엇인가?
"순천대학교는 지난 99년 비운동권이 총학생회 회장으로 당선되면서 한총련에서 탈퇴했다. 지금까지 한총련 미가입 대학이지만 검찰에서는 한총련의 주장과 내용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0년부터 각 학교 학생회에 출석 요구서를 일괄적으로 보내놓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수배조치를 내렸다. 그래서 최근 3년간 10여명의 학생들이 사법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수배자로 생활했으며 연행되거나 자진 출두했고 지금은 내가 유일한 수배자가 됐다."

-언제부터 수배 받았고 그 기간동안 어떻게 생활했는가?
"지난 2002년 순천대 단과대 학생회장으로 당선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1년6개월간 수배받아 마음 편하게 교문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단과대 학생회 소파나 책상위에서 잤고 총학생회 생활방에서 지냈다.

수배를 받은 대부분의 학생들 또한 나와 다르지 않았다. 차라리 나는 다행인 편이다. 가족들이 내 의지를 믿고 따라줬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른 학생의 경우 공안이 가족들에 회유와 협박전화를 해서 힘들어한 것을 본적 있다."

-건강상태는 어떤가?
"귀가 아프고 피부질환을 앓고 있다. 맨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자거나 소파 잤기 때문에 외풍을 맞은 쪽 귀가 자주 아프다. 병원에서는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더라."

-당선되고 난후에도 한총련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2002년 50.3%의 지지율을 얻어서 당선됐다. 0.3%의 근소한 표차였고 2003년에는 62%의 지지를 얻었다. 학우들의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서 좀더 많은 학생들의 지지 속에 한총련에 가입하려고 했다.

11기 한총련까지도 이적단체 적용됐는데 한총련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한총련 해체설까지 나오는 상황인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한총련 합법화 여론이 높아지면서 지난 7월 25일 정부의 수배해제 발표가 나왔다. 그 이후 공안탄압이 더욱 교묘해지기 시작했다. 10월~11월까지 총학생회장 12명이 연행됐으며, 진보적인 민주세력들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총련은 지난 96년 이후 학생운동의 과격성과 폭력성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내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운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이 땅이 청년들이 옳은 것은 옳다고, 틀린 것을 틀리다고 말하지 못한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이는 신념과 양심의 문제다. 이런 청년들의 의지를 꺽으려고 하는 정부야 말로 한총련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한다.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박수받고 환영받는 학생운동체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또한 학생 본연의 임무는 잊지 않겠다.

한총련 해체설은 일부 대학에서 논의된 것 없이 총학생회 후보자들이 당선을 목적으로 내세운 공약이다. 물론, 한총련 내부 혁신에 대한 문제제기는 필요하다. 하지만 해체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조사받고 나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먼저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건강검진을 받고 싶다. 순천의 모 병원장님은 무료로 검진해주시겠다고 약속까지 하셨다." / 김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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