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어느 도시를 가도 '舊城改造'란 슬로건을 많이 볼 수 있다. 글자 그대로 '낡은 도시를 새롭게 건설하자'는 의미이다. 오래된 단독 주택촌이나 과거의 국영 공장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자리에는 어김없이 새 아파트나 오피스텔, 사무용 빌딩이 들어서고 있다.
수많은 도시들이 이러한 재개발의 열풍으로 공사판 같은 어수선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공사 도중 자금 부족으로 기본 골격만 세운 후 공사를 중단한 채 방치되어 도심의 거대한 흉물로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현상은 동부에 비해 훨씬 낙후되어 있는 서부의 대도시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최근 몇년간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주거용 건물은 상급(High Class), 중상급(Upper Middle Class) 그리고 보통 대중들이 선호하는 '경제형 주택'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상급의 아파트는 해변 도시의 해안 지역이나 시내의 아주 요지에 위치하고 있고 가격도 비싸고 평형도 비교적 크기 때문에 쉽게 분양이 되지 않아 준공한 지 수 년이 되어도 미분양이 많아 텅텅 비어 있다.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썰렁한 기분을 느끼게 하나 건설회사 분양사무소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작년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위치가 좋은 남향은 이미 매진되었고 남아 있는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단다. 그러나 이런 고급 아파트는 개인이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회사에서 공관용으로 구입하거나 해외 거주의 화교들이나 현지 거주의 외국인들이 구입하고 있다.
1997년 이전에는 직장이나 국가 등 공공기관에서 분배의 형태로 주택의 공급이 이루어 졌으나 지금은 이런 현상은 대부분 구시대의 전설로 바뀌었다. 과거 주거의 권리만 인정받던 이러한 꽁황(公房)은 분배한 단위에 소정의 약정금액을 납부한 후에 본인의 명의로 황찬쯩 (房産證, 등기권리증)을 발급 받게 되었다.
토지에 대한 권리도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은 이러한 낡은 주택이나 아파트들이 지금은 정부 주도로 차이치엔(坼遷, 재개발)의 명목으로 뉴타운이 건설되고 있다. 지상권(?)만 있고 토지소유권이 없는 인민들은 외곽의 변두리에 대토(代土) 비슷하게 새로 지어준 동일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한다.
설사 그 자리에 고급 아파트가 지어져 그 곳에 거주하고 싶은 경우에는 새로 짓는 대형 평수와 기존에 살던 소형 평수의 차이에 해당하는 분양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살던 자리에 계속 거주하는 것도 간단하지 만은 않다.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싫고 그 자리에 새로 짓는 아파트 구입을 포기하면 건물에 대한 보상금이 지급되는데 액수의 불만족으로 항상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자가 비교적 분양도 잘되고 주거 여건이 양호하며 분양 평수도 다양한 중상급 아파트를 중점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같은 대도시라도 분양가의 편차가 아주 심했으며 당연히 경제가 발전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과는 차이가 많았다.
베이징의 경우 중상류층이 비교적 선호하고 한국인도 많이 거주하는 대단위 단지인 '왕징' 지역의 경우 평방미터 당 6000인민폐 이상을 홋가 하고 있다. 한국식 30평형을 평방미터로 환산하면 약 100평방미터이므로 실내를 시멘트로만 마감한 아파트를 60만 인민폐에 구입하였다고 하자. 그리고 기본적으로 간단한 장식을 하게 되면 7~8만 인민폐가 추가로 들어가게 되므로 한국돈 약 1억원이 들어 가는 셈이다.
게다가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고 50년이나 70년의 임대권만 인정되므로 재건축에 대한 기대 심리 때문에 오래되어도 가격이 올라가는 한국과는 달리 오래된 아파트는 구매력이 떨어져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토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한화 1억은 토지소유권이 포함된 한화 1억5천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중국은 전체 1인당 GDP가 1000불이 채 안되고 상하이, 베이징 지역의 1인당 GDP가 4000~5000불이다. 전체 1인당 GDP가 1만불이고 수도권 지역의 평균 GDP는 2만불을 상회하는 우리 나라와 한번 비교해 보자.
결론적으로 5000불 소득의 지역이 한국 수도권 2만불 지역의 아파트 가격과 비슷하므로 그 거품의 정도가 가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주택 가격은 일반적으로 가구당 1년 소득의 3~6배가 기준인데, 현재 가구 소득의 10배, 20배 이상으로 형성된 것은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을 선도하는 경제 발전 선두그룹 3개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광조우 등이 가격면에 비슷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일반 대중들이 선호하는 경제형 아파트는 평균 가격이 평당 4500인민폐 전후로 형성되어 있다. 이어서 2008년 올림픽의 수상경기가 열리는 칭다오(靑島)를 위시한 난징(南京), 티엔진(天津), 항조우(杭州), 따리엔(大蓮) 등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제2진 그룹의 도시들의 중상류급 아파트 가격이 평방미터당 4000~5000인민폐의 분양가를 유지하며 그뒤를 쫒고 있다.
특히 칭다오 지역의 경우 최상의 환경으로 치는 시남구(市南區) 홍콩중로 지역의 해변에 접하지 않은 중상류급 아파트도 평방미터당 6000인민폐에 시세 형성이 되어 있어 베이징 등 선두그룹의 도시들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같은 칭다오 지역이라도 청양취(城陽區), 리춘(李村) 지역은 평방미터당 3000인민폐가 채 되지 않는다. 칭다오의 외곽 도시인 교주, 교남, 즉묵시 등은 2000인민폐 미만으로도 얼마든지 살기 좋은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다.
서부 대개발의 요충 지역인 총칭(重慶), 청두(成都), 씨안(西安) 지역은 서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청두의 경우 요지인 얼환루(二還路) 이내 지역, 씨안의 경우 고신개발구나 창안루(長安路)의 대학성 부근이나 샤오자이(小塞) 등 인기 지역은 평방미터당 3000~3500인민폐에 분양되고 있다.
동북의 창춘의 경우 근년에 준공 입주완료된 고급 아파트 단지인 창춘밍주(長春明珠)는 평방미터당 3000인민폐를 웃돌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 성숙도가 비슷한 하얼빈, 센양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산동성 옌타이나 웨이하이 등 동부의 중도시나 흐어난성(河南省)의 성도인 쩡조우(鄭州)나 산동성의 성도인 지난(濟南)등은 이보다 더 낮아 평방미터 당 2500인민폐 전후에 매매가 이루어 지고 있다.
주식과 증권시장이 아직 초기단계인 중국에서는 주요 자금원이 대게 은행일 수밖에 없다. 중국인민은행의 발표에 의하면 부동산 자금으로 투입되는 은행의 대출 자금이 매년 30% 이상의 고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2003년에는 1000억 달러 규모가 훨씬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게 막대한 은행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이 발생할 경우 은행은 새로운 부실 채권을 안게 되고 시장경제 전환기에 처해 있는 이때 더욱 큰 시련을 겪게 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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