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대의민주주인가?(5)

17대 총선의 의의

등록 2004.04.18 15:56수정 2004.04.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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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소용돌이 같았던 17대 총선이 끝났다. 선거를 앞두고 많은 폭풍이 있었다. 탄핵폭풍, 그에 따른 역풍, 기득권 세력에 대한 민노당의 칼바람 등이 그것이다. 아무튼 총선은 막을 내렸고, 이제 뜨는 세력과 지는 세력, 남은 세력이 자명해진 가운데 우리는 총선결과가 담고 있는 의의를 살펴 볼 필요성이 생겼다.

3김시대의 진정한 청산과 지역정당의 위상 하락

충청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은 정당득표에서 3%에 못미치는 미진한 득표율로 몰락했다. 이는 3김시대의 진정한 종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정당으로서 근근히 버텨왔던 자민련과 현 민주당의 몰락은 아직 영남권에서 건재한 한나라당에게는 위협이 아닐 수 없다.

a 자민련 김종필 총재

자민련 김종필 총재 ⓒ CBS라디오시사자키

더욱이 지역정당이 아닌 전국정당의 기치를 내걸었던 수도권, 충청권에서의 열린우리당의 압승은 주목할 만하다. 열린우리당도 호남권에서 지역 출신자들을 내세운 것을 보면 전국정당이라 보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영남권에서의 선전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뜨는 세대, 지는 세대

당선자 299명중 40~50대가 75%를 차지했고, 16대 총선과 비교해서 상당히 젊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 기득권층이었던 60대의 산업화세력이 물러나고, 민주화 386세대가 등장한 것은 우리정치가 진보적이고 다양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는 생각이 젊고, 능동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기대에 좀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선거운동 전략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한 돈이 적게들고 감성적 전략이 많이 나타난 것도 젊어진 정치권을 증명하고 있다.


민노당의 선전

진보정당이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은 반세기 우리 정치사에 아주 중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편향적 이념의 기득권을 쥐고 있는 세력에 맞써 불리한 재야에서 고군분투하던 진보정당이 현실정치에 등장한 것은 기득권 정치세력에게는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향후 정치행로를 묻는 회견에서 "빨간 카페트 밟지 않기", "세비 반납운동"을 통해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나갈 것을 다짐하였고, 당의 이념과 정책을 강하게 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현 기득권 정치세력에게 상당한 변화의 압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

민노당의 국회 입성은 영국의 노동당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이념적 양날개 체제를 이끌어 나갈 초석을 마련했다고 할 수있다. 지역정당에서 탈피하여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정당의 공존이 이뤄지는 양당체제의 등장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 된다. 대다수 의석을 장악한 지금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또한 변혁을 거치지 않는 한 18대 총선에서의 안정의석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a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첫날 기자회견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첫날 기자회견 ⓒ 민주노동당

한숨 돌린 노무현 정부

탄핵여부가 관심이 되고 있는 가운데, 만약 탄핵이 철회된다면, 노무현 정부는 상당히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였고,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어 노 정권은 심적으로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보다 시작은 훨씬 어렵고 난감했지만 마지막은 앞선 정부들 보다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행운의 정권이라 할 수 있다. 생각하기도 싫은 1년이었지만,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힘겨운 고3시절을 마치고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의 기분일 것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17대 총선의 한계

지역적 파벌구조를 청산하지 못했다. 또한 총선물갈이연대의 역할이 2000년 총선에 비해 크지 못했다. 그리고 선거법 위반사례가 여전히 난무했으며,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시비가 들끓었다.

한마디로 17대 총선을 평가하자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할 수 있다.

분권적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어느정도 17대 총선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희망적인 견해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다. 지역사회의 척박한 민주정치 발전상황은 지역파벌이 잔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결과일 뿐이다.

그리고 비민주성을 부추기는 보스중심의 정당구조가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현 정치권의 변화가 없는 한, 봄같지 않은 정치권의 기상도와 국민의 정치불신은 여전할 것이다.

17대 국회의 역할

분권적 재민주화, 재구조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이는 국회의원 몇몇의 움직임만으로는 부족하다. 탈권위적이고, 탈중앙적인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여야 한다. 경제발전의 난관과는 반대로 더 까다로워지는 국민의 기대와 이것을 충족시켜주기 어려운 상황은 상생의 정치의 필요성이 더욱 절박해지는 이유이다. 경제성장 정책과 국민의 복지분배적 요구를 조화시켜야 하는 난제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

권위는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치권은 없는 권위를 만들어 남용하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선거운동하던 그 정성만큼만 국정에 쏟는다면 권위는 붙잡지 않아도 금배지와 함께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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