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낚시풍경

추석 다음날 소래낚시터에서

등록 2004.10.01 17:10수정 2004.10.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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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위에 떴지."


a 2004 추석 가족들과 낚시터에서 즐거운 한 때

2004 추석 가족들과 낚시터에서 즐거운 한 때 ⓒ 최유호

추석(秋夕)날 저녁은 가을의 정취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휘엉청 밝은 보름달은 대지(大地)를 굽어 보는 풍성한 가을을 그대로 비춥니다.

아이들과 과림지 소래지로 소원을 빌러 나갔습니다. 우리 막내딸은 달에 있는 토끼가 되는 것이 소원이고요, 큰딸은 크레파스 요정이 되는게 꿈이랍니다.

늦은 시간인데 저수지 근처에는 알록달록 파란, 빨간 찌불이 아름답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저처럼 가족들과 함께 나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 분들도 틀림없이 추석달을 보면서 무엇인가 소원을 빌었겠죠. 모두 소원 성취하시길 빕니다.

9월 29일 아침에 혼자 나설까 하다 가족들과 바람쐬러 나왔습니다. 거의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소래낚시터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많은 분들이 세월을 낚고 계셨습니다. 저는 맨 끝자리 거의 노지다(자연 그대로의 자리-필자주) 싶은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성가신 수초대 몇 마디를 잘라내고, 2.0칸 대를 드리웠습니다.


수심은 이전에 앉았던 곳보다 못하더군요. 50cm가량 될려나 열심히 품질을 하고 있으나 몇 번 입질을 하는가 싶더니 다시 조용합니다. 다시 입질이 시작되어 숨을 죽이고 약간의 떨림과 함께 힘찬 챔질을 합니다. 그러나 찌는 허망하게 허공을 가르고, 힘없이 곤두박질칩니다.

몇 번을 그렇게 헛챔질, 아마도 새우나 피래미들이 도둑밥을 먹는 듯합니다. 바늘 호수를 줄이려고 하다가 귀찮아서 그만 두었습니다. 예전에 발갱이 걸었다가 바늘 휘어지는 불상사를 겪은 터라, 약한 모습 안보이려고 그냥 버뎠습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막내딸이 울먹이면서 "왜 빨리 안던져잉" 합니다. 그래서 나는 밑밥을 갈아 주었습니다.

헛챔질 하니까, 딸아이는 "왜 물고기 안잡아잉"라며 엄마 뒤에 숨어서 울먹이며 물고기 못잡는다고 타박합니다.

잠시 후 찌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수면에서 깔딱깔딱하더니만 살짝 들어갑니다. 챔질, 6치 토종 붕어가 수면 위로 인사를 합니다. 두 딸이 모두 좋아합니다. 아빠가 물고기 잡았다고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합니다.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아이들 눈에는 대단한 일인지도 모르지만요.

다시 5치 토종붕어를 낚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떡밥을 묽게 밥알만 하게 달아서 드리웠으나 집어가 안 됐는지 입질이 없습니다. 다시 콩알만하게 집어제와 미끼를 짝밥으로 시도했으나 역시나 미동도 없이 독일병정처럼 우뚝 서있는 찌.

제 옆에 계신 분은 모처럼 낚시대가 활처럼 휘어지는 손맛을 보고 계십니다. 왼손엔 낚시대, 오른손에 뜰채 그러나 좀처럼 포획이 안됩니다. 이리저리 힘겨루기가 한창합니다. 가서 뜰채로 도와줄까 하다가 괜히 바늘털이하면 낭패인 것을, 몇 분간을 지켜 보았습니다. 끝내 도주하던 붕어는 체념한 듯 순순히 뜰채 안으로 들어오더군요.

저는 2수로 만족하고 돌아왔습니다. 밤 낚시까지 하려고 했으나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고 돌아와야 하는 관계로 눈물을 머금고 돌아왔습니다. 또 휘엉청 밝은 달님이 구름 한 점없는 하늘에서 개미 움직임까지도 샅샅이 훑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는 길에 과림지로 드라이브, 저수지 바람이 시원합니다. 많은 분들이 대어의 꿈을 간직하고 파란, 빨간 찌불 속으로 자신을 던지고 계셨습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상관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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