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이 부실한 실험쇼

[비평] MBC ‘실험쇼 진짜?진짜!’

등록 2005.01.26 14:25수정 2005.01.2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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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실험쇼 진짜?진짜!’(이하 실험쇼)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이나(부부는 오래 살면 닮는다, 매운 것을 먹어야 기운이 난다,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찐다, 한국에서는 몇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이다, 닭은 머리가 나쁘다 등…) 생활속에 일어날 수 있는 궁금증(노래방 점수, 문자 vs 키보드 속도, 찌개 vs 바닷물 농도, 휴대폰과 벼락의 관계)을 실험으로 풀어보는 프로그램이다.

강호동씨와 아나운서 김성주씨가 진행을 맡고 의학전문 기자가 포함된 게스트들이 실험에 대한 소개와 실험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구성이다. 한 회에 2-3개 정도 아이템을 내보내며 10월 17일부터 총 15회 방송했다.

포맷의 진부함

실험쇼는 어디선가 한번은 봤을만한 내용과 형식이다. 우리 주변의 궁금증을 실험으로 풀어보는 방식은 종영된 SBS의 ‘호기심 천국’과 비슷하고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밝혀내는 것은 KBS에서 방영하는 ‘스펀지’를 떠올리게 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내용이야 차이가 있지만 대강의 형식은 전혀 새롭지 않은 것이다.

기존 프로그램 형식과 비슷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 포맷을 가지고 시작한다면 비교되는 프로그램보다는 좀 더 낫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베끼기’라고 비난받을지라도 시청률은 나오고 또 기존에 있던 프로그램과 대등한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실험쇼'는 비난은 비난대로 받지만 내용상의 새로움은 없다. 호기심 천국의 황수관 박사 역할을 홍혜걸 기자가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빼면 실험쇼는 전작들이 보여준 성과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소재 선정과 실험 과정도 문제


우선 실험쇼의 실험은‘호기심 천국’이 보여주던 끈기에 미치지 못하고, 실험 내용은 ‘스펀지’가 보여준 신선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 타자와 컴퓨터 키보드 타자 속도를 비교하는 실험은 실험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섣불리 결론을 내렸고 ‘수면과 기억력’, ‘매운 맛의 비밀’ 등도 변수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고 실험해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혈액형’을 다룬 프로그램의 경우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특정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혈액형별 성격과 연관시켜 지나치게 결론을 일반화했다.

소재 선정도 문제다. 2회 방송은 핸드폰 소지와 벼락과의 연관관계를 실험했는데 방송 당시 실제로 비슷한 사건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어 이를 소재로 사용한 것에 대해 비판받기도 했다.

소재 중복도 문제다. 노래방 점수, 부부의 비슷한 생김새에 대한 의문을 푼 방송의 경우에는 ‘스펀지’ 등과 실험 방식까지 같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실험’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만큼 실험 내용에 좀더 충실해야 하고 소재도 좀더 참신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스펀지’가 수많은 네티즌의 참여 덕분에 코너 구성이 탄탄하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끊임없이 비교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진행자들의 분위기도 문제다. ‘스펀지’가 이혁재씨에게 정장을 입히고 지휘봉을 들게 한 것은 프로그램 내용을 단지 오락거리로만 보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실험쇼는 야심만만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진행을 보이고 있는 강호동씨를 위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실험 내용까지 부실해 프로그램 제목 그대로 ‘쇼’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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