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연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등록 2005.07.05 20:13수정 2005.07.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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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민노당과의 연정(연립정부) 구상이 기사화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전 국민적으로 연정에 대한 이해가 되어있지 않아 잘못된 오해가 많다.

과거 3당 합당과 각종의 인위적 정계개편의 좋지 않은 추억으로 인해 민주적인 연정정부(democratic coalition government)가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채 매도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발전을 위해 지극히 좋지 않은 일이다. 마치 강간의 추억이 있는 사람이 이제는 정상적인 부부생활조차도 거부하는 것과 같은 잘못된 일이다.

과거 우리가 좋지 않은 인위적 정계개편을 경험한 것은 사실 민주적인 연정을 해야 할 때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연정을 하지 못하고 그 반대로 독재권력에 부화뇌동하는 파행적 이합집산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일로 그런 파행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연정제도를 과거의 잘못된 파행과 동일시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옥석을 분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연정은 민주적인 장치이고 정치발전을 기하는 일이다

연정은 지극히 민주적인 원리이고 오히려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장치이다. 가령 우리의 경우 과거 대부분의 정부는 국민의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소수정부(minority government)였는데, 이것은 사실 민주적인 원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민주주의의 원리는 다수결(majoritarian rule) 원리이기 때문에 정부의 형성에도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의 51%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부는 국민의 정당한 수권명령을 받은 정통성 있는 정부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13대 노태우대통령은 유효투표수의 36.6%, 14대 김영삼 대통령은 42.0%, 15대 김대중 대통령은 40.3%였으며, 16대 노무현대통령도 48.9%의 지지를 얻었으나 여전히 과반수인 51%에는 미달했다).

과반수에 미달하는 이러한 지지율은 문제시되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민주적인 다수결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정통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하에서는 이러한 경우 인위적으로라도 51%이상의 지지를 만들어주어 이런 정통성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한 장치 중의 중요한 하나가 바로 선거에서 결선투표제(決選 run-off election)를 도입하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가 연립정부 수립(coalition government)의 기제인 것이다.


결선투표제에 의하면 비록 다수의 후보자가 경합하여 다수결을 충족시킬 수 있는 후보자가 없는 상황이 발생할지라도 결선에 오른 최종적인 두 명 간의 경선을 통해 승자가 결정되므로 반드시 51% 이상의 지지를 받게 되어 있어 다수결 원칙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원리인 연정(coalition government)의 경우는 51% 이하의 지지를 받는 소수정부(minority government)는 사실상 다수결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으므로 정통성에 훼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다른 정당의 지지분을 합쳐 51%가 넘어서게 만들어 다수결 원리를 충족시키는 제도인 것이다. 결국 어떠한 정치적 상황이든 국가는 국민의 절대 다수에 의한 지배(majoritarian rule)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민주적 장치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연정제도에 의하지 않은 여소야대의 소수정부는 사실 민주적 원리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연립정부는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나 권력 야합 등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민주적 제도로서, 과거의 잘못된 역사는 바로 민주적 연정을 하지 않고 다른 파행적 편법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잘못된 역사였던 것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집권 열린우리당의 지지기반이 침체하여 붕괴된 상황에서 민주적인 원칙에 따라 연립정부가 구상된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며 한국의 민주주의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한국정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연정은 정당의 정체성, 공조 등의 문제와는 하등 연관이 없다

연정논의와 관련하여 민노당 지도부는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들먹이며 거부하고 있는데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일이다. 연정은 합당과 달리 각 정당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권력만 상호 분점(power-sharing)하는 일인데, 이것을 합당과 혼동하여 정체성 훼손을 걱정하고 각 정당의 노선을 들먹이는 무지한 행동을 한 것이다.

다당제 하에서 각 정당의 정체성이 같거나 혹은 추구하는 정책이 같을 때에는 합당을 하는 것이지 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연정은 각 정당의 정체성이 서로 다르고 정책노선이 서로 다르지만 힘을 민주적으로 합쳐 다수결원칙에 충실한 정부를 구성하는 조각원리인 것이다. 각 정당의 정체성에는 일체의 훼손이 없는 것이다. 유럽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면 너무나 명확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연정을 이야기하면서 정당의 정체성을 운운하는 것이나 노선을 운운하는 것은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식의 엉뚱한 이야기인 것이다.

연정은 권력을 정당간 합법적으로 또 민주적 절차에 따라 나누어가져 각각의 정체성을 가진 정당이 권력의 책임과 권한을 나누어 가지는 제도이다. 따라서 연정에 참여하는 파트너는 각자의 정체성에 맞는 책임 있는 장관과 정책을 공개적으로 내놓아 그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음성적인 권력야합과 나눠먹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따라서 민주적인 연정(coalition government)에는 다양한 구성 원리가 존재한다. 권력분점을 민주적인 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51%를 넘어서되 그 크기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최소승의 원칙(minimum winning coalition), 가능한 한 이념적 거리가 가까운 정당끼리 연합을 한다는 이념적 친소의 원칙(ideological distance between coalition parties), 최소수의 원칙(minimal winning coalition) 등 여러 가지가 나와 있다. 그러므로 연정을 논하며 과거의 3당 합당을 연관시키거나 혹은 정체성이나 정책 공조 등을 들먹이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고정관념에 의한 왜곡인 것이다.

연정은 한국사회가 반드시 해야 했지만 하지 않아서 미비했던 민주주의의 문제를 완결시키는 좋은 민주적 장치인 것이다.

연정은 소수 정당의 민주적 성장에 크게 기여하는 일이다

민주적 연립정부 구성에 대해 민주당과 민 노당에서 반대를 하는 것은 지극히 무식한 인식에서 나오는 잘못된 판단이다. 연정은 비례대표제와 마찬가지로 소수정당의 성장에 큰 동력을 안겨주는 일이다.

한국과 같은 소선거구제는 승자전취의 기능(winner-take-all system)으로 인해 이미 기득권을 형성한 정당에 크게 유리하다. 그래서 양당체제(bi-party system)로 가려는 경향이 발생한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신생 소수 정당은 존립과 성장에 큰 타격을 받게 되는데 그러한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비례대표제이고 연정제도라 할 수 있다.

이미 민노당의 경험에서 잘 나타나는 바와 같이 비례대표제는 민노당의 성장에 결정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비례대표제가 없었으면 오늘날의 국회의석 10석의 민노당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집권 열린우리당이 급격하게 지지기반이 붕괴된 상황에서 연정제도는 이념성이 강한 민노당에게는 비례대표제의 효과보다도 더 큰 결과를 안겨다줄 수 있는 민주적 장치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민노당 지도부가 거부하는 것은 마치 비례대표제를 거부하는 것과 같은 무지한 행위인 것이다.

민주-민노 양 당은 민주적 권력분점의 경험이 없어 과거의 잘못된 인위적 정계개편의 추억에만 젖어 대통령의 연정구상을 거부하고 있는데, 크게 오판하고 있는 잘못된 행위이다. 마치 어리석은 사람에게 큰 황금덩어리를 안겨주어도 황금의 가치를 모르는 무지한 사람은 무겁다고 던져버리는 것과 같은 우둔한 행위인 것이다. 현금 1만원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10억원권의 자기앞수표의 가치는 몰라 단순한 종이로 판단하고 찢어버리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위인 것이다.

민주-민노 양 당은 연립정권의 한 파트너로 들어가는 것은 비유하자면 주식회사의 주식을 일정 지분 배정받는 이사가 되는 것과 같다. 비록 대표이사는 아니겠지만 일정 지분의 주식을 갖고 국가의 최고결정권을 가지는 실세 이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실세이사로서 실물정치에서 실질적인 자당의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부분적인 집권’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념과 진보적 정책에서 자신감을 갖는 민노당은 진실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정책을 연립정권의 파트너로서 내놓을 수 있다면 국민적 지지기반을 크게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현실성 없는 이상주의자들로 매도하던 보수적 국민들로부터도 현실성 있는 좋은 정책을 내놓는 책임지는 정당이란 모습을 검증받는 실리도 챙길 수 있다.

또한 이번의 연정구상이 구체화된다면 연정 정당 사이에는 선의의 정책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 실물정치에서 자기 당의 정체성에 맞는 정책을 내놓지 않을 수가 없으며 그럴 경우 공과가 함께 평가되기 때문에 신중하고도 책임 있는 정책적 대결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열린우리당의 지지기반 붕괴를 감안한다면 두 정당의 성장 발전 가능성은 무한히 큰 상황이다.

또 연정에 참여하는 장관을 통해 자당에 지극히 불리하거나 거부감을 조성시키는 정책에 대해서는 내각회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행정부 정책결정의 최종단계에서의 참여를 통해 자당의 정체성을 더욱 돈독히 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열린우리당이 이념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정책적 저력 및 지지도가 취약한 상황에서는 정책에 자신 있는 정당은 국민적 지지를 확산시키며 지분을 더욱 확대 요구할 수도 있어 그 성장 가능성은 가히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천재일우의 좋은 기회를 잡지 않고 지도부의 무지몽매함으로 놓치게 되면 양 당은 곧 바로 위기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기회 뒤의 위기라고, 만의 하나 집권당에서 민주-민노 양 당을 제치고 한나라당과의 거국내각을 구성하게 된다면 민주-민노 양 당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축소되면서 더 이상 실질적인 정치적 비중이 없는 우울한 상황만을 맞게 되어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민주-민노(특히 민노당) 지도부의 무지로 한국정치와 민주주의 및 진보를 위한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번의 연립정부 기회는 놓치기에는 너무나 큰 기회인 것이다.

한국정치 발전을 위해 민주-민노 양 정당 지도부의 좋은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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