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 목사를 비롯한 구속자들의 속방을 촉구하는 교인들.김해성
1998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방광암을 앓던 남편(김문재 장로)이 수술하기 위해 입원했다. 공교롭게 수술날짜가 대통령 투표 날로 잡히자 남편은 수술을 미루어 달라고 사정했다. 병원측이 곤란하다고 거절하자 남편은 '그러면 투표를 하고 와서 수술 받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것이다.
그것도 여의치 않자 중국에 있는 딸(김영지)에게 전화하게 했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한국에 나오라고 전갈한 것이다. 그런데 남편은 한국에 온 딸에게 하는 말이 당신 대신 투표해야 한다고, 한 표가 급하다며 신신당부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선거 개표가 한참 진행되던 중에 시작된 수술은 16시간이 지나서야 끝났고 남편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가 뒤늦게 깨어났다. 간신히 정신 차린 남편이 긴장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꺼낸 첫 마디가 가관이었다.
"대통령 누가 됐지?"
남편은 사선을 넘나들면서도 오매불망 그리던 민주화의 소망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케이크를 사들고 왔다가 구속 면한 막내딸
한신대학에 다니던 막내딸(김영미)에게 잔돈을 주며 가끔 전화를 하도록 했다. 전화가 오지 않으면 시위를 하다가 잡혀가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건국대 사건이 터지던 날 막내딸은 여지없이 그 현장에 있었다. 때마침 그날이 우리 부부 결혼기념일이어서 막내딸이 케이크를 사들고 왔다. 그리고 다시 건국대로 발길을 돌렸으나 경찰이 이미 봉쇄한 상태여서 들어 갈 수 없어 주위를 맴돌기만 했다. 얼마 후 진압되면서 건국대에 있던 학생 대부분이 구속됐고 모진 폭행과 고문이 있었다.
어느 늦은 밤, 막내딸이 눈이 퉁퉁 부어 집으로 돌아 왔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석방된 뒤 연못에 뛰어 들어 자살했다는 것이다. 연신 눈물을 쏟아내는 막내딸을 보면서 '언제 이런 비극이 끝날 것인가?'라는 생각에 덩달아 가슴이 미어졌다.
그 어둡고 잔인했던 시대가 지나고 민주화의 물결이 서서히 밀려들면서 독재정권은 물러났고 세상이 조금씩 나아졌다. 무엇보다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아들딸을 둔 어미로서 잘못된 세상이 이 아이들을 빼앗아 갈까봐 항상 불안했다. 그런데 먹구름이 걷히고 있으니 그 기쁨은 다른 어머니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지난 고통은 추억이 됐다. 가끔 집안 모임이 있으면 이런 저런 밀린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진다. 그런데 집안이 아닌 길거리 집회장에서 집안모임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한다.
"엄마! 집회 현장에서 외삼촌(안남영)도 만나고, 오빠들도 만나요."
"거기에서 이해학 목사님이 말씀을 하셨어요."
어느새 우리 가족이 된 이 목사님 이야기까지 곁들여진다. 분명히 단언하건대, 길거리 가족모임은 이제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 끌려간 아들딸들을 기다리느라 애타하는 어머니도 이제는 영원히 사라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 | 생명선교연대는? | | | '한국민중선교협의회'로 출발 20년 동안 민중 신앙공동체 지향 | | | |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는 민중이 주체가 되는 신앙공동체를 지향하는 기독교단체로 1985년 4월 '한국민중선교협의회'로 출발했다가 지난 1997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꿨다.
이 단체는 민중교회 전통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생명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으며, 성남 주민교회, 서울 동월교회, 신명교회, 인천 새봄교회, 서울 이웃사랑교회, 청주 빛고을교회 등 전국 40여개 교회가 소속돼 있다.
결성 초기에는 노동자, 농민, 빈민운동으로 시작했으며 그동안 국가보안법 폐지운동, 반전평화운동을 비롯해 지역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 이주 노동자 사역, 가출청소년 사역, 장애인 사역, 통일을 위한 사역 등으로 운동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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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간 아들딸 기다리는 어머니 더이상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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