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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여장의 연하옆서 중 하나가 당첨된 세뱃돈의 내용은? ⓒ 임미옥
며칠 전, 200여장의 연하장을 복권 당첨번호 맞추듯 한 장씩 일일이 번호를 대조했다. 우체국에 간 길에 당첨번호 일람표를 가지고 왔던 터였다. 이곳 일본에서는 연말이면 각 거래처로 "새해에도 잘 부탁한다"는 정해진 문구를 넣어 연하장을 발송한다.
그 각 회사, 가정에서 보내는 대량의 연하장 때문에 이곳 일본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곳곳에 놓인 빨간 우체통 투입구는 매일처럼 미어터진다. 요즘같은 디지털 시대에도 각 사진관은 사진을 넣은 연하엽서 인쇄 주문 쇄도로 기쁜 비명을 지른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체국에서도 12월 25일 전 발송하는 사람들에게 연하장 50매 당 특별 당첨 응모권을 주기도 한다. 그 응모권을 50매 이상 연하장 묶음의 제일 윗면에 같이 묶으라면서. '넨가죠'(年賀状)라고 불리우는 연하엽서 하단에는 복권 당첨처럼 '오토시타마'(세뱃돈) 응모 번호가 인쇄되어 있는 옆서가 있어 괜한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각 등수별로 상품이 정해져 있다고 되어있지만, 구체적으로 그 상품이 무엇인지 공개되지 않아 내심 궁금한 마음이 든다. 우체국에서 주는 상품이 뭐 대단할까마는 말이다.
"야호~ 당첨이다!"
동료직원들이 다 외출하고 아무도 없던 사무실에서 이백여장의 옆서 하단의 번호들을 하나하나 대조하던 나는 마침내 환호성을 질렀다. 딱 한 장의 옆서가 당첨 되었던것이다. 제일 끝자리 수 하나가 맞은 꼴등 당첨이었지만, 기쁘게 생각이 되었고 상품이 과연 뭘까 궁금해 지기까지 했다.
"상품이 뭘까? 꼴등이니까 보나마나 볼펜 한 자루 정도겠지."
간신히 번호 끝자리 한 자리 번호가 맞은 옆서를 들고 우체국에 가면서 나는 싱겁게 웃고 있었다.
"스이마셍~ 고레, 이치마이 아탓단데스케도…(저기요~ 이거 한 장 당첨되었는데…)"
볼펜 한 자루 정도 예상했던 내게 우체국 직원이 웃으며 건넨 봉투 속의 당첨 상품은 우표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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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시타마'(お年玉 세뱃돈)라고 써 있는 배경그림 속의 우표 두 장이 상품이었다. ⓒ 임미옥
80엔과 50엔짜리 우표 각 1장씩 나란히 붙어있는 오토시타마. 80엔짜리 우표는 50그램 이내의 보통 규격 편지 봉투에 붙일 수 있고, 50엔 짜리 우표는 옆서에 붙일 수 있는 금액의 우표다.
결국 공짜로 우표가 생긴 것이다. 이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랄까 이렇듯 소소하나마 작은 기쁨이라도 계속 생겨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기분에 잠시나마 즐거웠다.
한국의 크리스마스 카드 만큼이나 일본의 우체국을 바쁘게 하는 연말연시 연하장 문화. 마치 보은을 하듯 엽서에 응모번호를 인쇄해서 작은 선물이나마 이용객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디어는 단순한 상술을 넘어, 일년의 희망을 점치게 하는 것 같았다.
그 상품으로 받은 우표를 회사 서류함에 잘 넣어두면서 한편,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기원했다. 올 한 해도 더욱 더 이 회사가 번창해서 월급 좀 더 올려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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