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개헌없는 대선은 과거회귀일 뿐이다

등록 2006.07.14 19:50수정 2006.07.1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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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민단체 및 학자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이 개헌에 관해 이러저러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 지지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양원제에 대한 논의가 간간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양원제에 대해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때가 적절치 못하고 또 개헌론을 비중있게 다루어서 생기는 실익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직 의원의 입장에서 굳이 개헌논의를 다룰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개헌반대 입장을 이미 표명한 바 있기 때문에 논의자체가 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정치가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지금, 그 원인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이유를 댈 수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새로운 담론으로서 이슈화를 시도하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50여년에 걸쳐 대한민국 헌법은 9차의 개정을 거쳤다. 9번의 헌법 개정 중에 국민에 의해 발의된 것은 단 한번도 없다. 정치권에 의한 개헌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도 통치권의 입장에 따른 편의성을 두고 내각제냐, 대통령제냐의 문제였으며, 대통령제의 경우에도 대통령제의 변형과 단임과 연임, 3선 제한 철폐 등 직접적으로는 국민생활과 별반 관계가 없는 권력다툼에 의한 것이었다.

9번의 개헌 중에 특이한 것은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양원제 개헌과 87년의 민주화에 의한 대통령 단임제이다.

양원제의 경우 헌법 초안대로 실현되지는 못하였지만 이승만 독재체제의 견제를 위한 야당의 대안으로서 그리고 4·19의거의 결과로 탄생한 민주당 정권에 의해 9개월간 실시된 정도였다. 그리고 현대사의 내용이 보여주듯 1961년의 군사쿠데타로 인해양원제는 폐지되고 이승만 체제의 특징인 대통령제와 단원제로 회귀하여 진행되었다.


다른 하나는 86년부터 시작된 민주화 열풍에 따른 제도적 변화로서의 대통령직선과 대통령단임제의 채용이었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유신체제에 의한 전제적 권력으로서의 신대통령제, 국민직선이 아닌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체육관 선거를 폐지하고 보다 민주적인 제도로 전환하였기 때문이다.

민주화로 대변되는 87년 체제가 20년이 되어간다. 20년 동안 대한민국은 거듭되는 경제성장으로 엄청나게 커진 경제력을 지닌 국가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그에 따라 사회적 시민세력의 성장과 민주화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그러면 다 된 것일까?


국민은 이제 정치의 고급화를 주문하고 있다. 각종 비민주적 제도, 양극화, 국가 경쟁력 확보 등 많은 문제가 그 해결의 귀착점으로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주의 정치구도의 청산, 정당민주화, 시민의 정치참여, 투명하고 경쟁력있는 정치로의 변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들은 정치인들만 바꾸면 된다는 식으로 정치권을 매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바뀔 문제는 아니다. 과거의 정치문화 속에서 살아온 정치권이 사람만 바뀐다고 해서 쉽게 변할 수는 없다. 제도를 바꾸지 않고 정치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계는 과거의 것을 쓰면서 상품은 새로운 것을 원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새 부대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정치 제도를 바꾸는 일이다. 곧 개헌인 것이다.

현재의 정치 문제는 '집중'에서 비롯된다. 다원화나 분권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대선에서도 그 나물에 그 밥인 사람들만 나서게 되는 것이 아닌가. 다원화된 정치채널을 허용치 않는 정치 제도하에서는 다원화된 경쟁력이 생성될 리가 없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50년 내내 지속되고 있는 대통령 중임제 논의는 참으로 식상한 소재가 아닐 수 없으며, 지나간 정치인인 이회창씨가 말하는 헌법개정에의 부정적인 논의도 철지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다 채용하는 양원제 논의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분권과 지방화를 주장하는 여당이 양원제에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이 양원제를 말하면서도 정작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헌을 반대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무엇인가. 생각이 엉뚱한 데에 있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언론이 침묵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대안을 찾지 않는 일이 언론의 제대로 된 시각은 아닐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로의 안정적인 진행이다. 언론이든 정치권이든 개헌논의를 피한다면 그것은 자체가 과거로의 회귀이고 대선전에서의 이슈없는 이전투구의 예고편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만큼 한국정치는 뒷걸음질치게 될 것이며, 정치 경쟁력은 퇴보하고 국정은 혼란에 빠져 고비용 저효율의 후진국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개헌논의는 계속 진행되어야 하고, 그것이 대선의 이슈가 되어야 하는 것은 역사적 당위를 지닌 일이다. 새로울 것 없는 정치에 어느 국민이 표를 던질 것이며, 미래없는 선거에 어떤 젊은이가 나설 것인가. 개헌논의는 국민의 고양된 의식을 형성하는 단초이자 과거 정치행태를 교정하는 방법이며, 선진정치를 위한 국민적 노력으로 승화되는 계기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권오성 기자는 국민정치협의회(www.onmadang.com)대표입니다.

덧붙이는 글 권오성 기자는 국민정치협의회(www.onmadang.com)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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