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북적이는 <그날>을 위하여"

26일 서울대 앞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 후원회 발족

등록 2006.09.27 13:27수정 2006.09.27 14:13
0
원고료로 응원
"그날이 오면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날"이 오기를"(<그날> 앞 메모판에 붙은 메모).
"그날이 오면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날"이 오기를"(<그날> 앞 메모판에 붙은 메모).이승호
"<그날이 오면>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날'이 다시 오기를."
"'그날'이 올 때까지 <그날>과 함께하겠습니다!"(<그날> 후원회 발족식 참석자들이 남긴 메모 중)


18년 동안 비판적 인문사회과학을 지켜온 서울대 앞 서점 <그날이 오면>(아래 <그날>, 서울시 관악구 신림9동).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유령처럼 떠돌며 <그날>에도 만만찮은 어려움이 닥쳐왔지만, 외롭지만은 않은 것 같다.

26일 저녁 7시, <그날>과 함께 풍랑을 헤쳐 가고자 하는 이들이 <그날> 앞에 모였다. 이들은 '녹두거리'로 불리는 이곳에서 <그날> 후원회(장경욱 변호사, 서울대 법대 87학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 사무차장) 발족식을 열었다.

발족식에는 후원회원을 비롯해 40여명이 참여했다. 비판적 정치경제학을 연구해온 김수행 서울대 교수와, 자본과 권력을 질타해온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발족식에 앞서, 판소리 창작 모임 '바닥소리'와 서울대 몸짓패 '골패'가 공연을 펼쳤다. '바닥소리'는 미군의 이라크 파병을 주제로 창을 했고, '골패'는 '꿈찾기'라는 노래로 <그날> 후원회 발족을 축하했다.

"<그날>을 살리는 것이 대학을 살리는 길"


<그날> 후원회 발족식을 알리는 펼침막.
<그날> 후원회 발족식을 알리는 펼침막.이승백
이날 참석자들은 <그날>과 함께하는 활동이 서점 한 곳을 살리자는 차원이 아니라 쇠락해가는 비판적 인문 정신을 되살리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손석춘 원장은 "인문사회과학 서점이 대학가에서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모습은 한국대학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그날>을 살리는 것이 대학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 김동운 <그날> 대표와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함께 읽으며 인연을 맺었다는 손 원장은 뒷풀이 자리에서 "'(인문 정신이) 죽어가는 서울대를 살리자', 어때요"라며 <그날>과 함께하는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서울대생 이갑주(사회대 03학번)씨는 "오래전부터 <그날>을 애용했다"고 밝히고 "이번에 후원회원을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가입했다"며 <그날> 후원회 발족을 응원했다.

김수행 서울대 교수의 축사와 김동운 <그날> 대표의 인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그날> 앞 메모판에 각자 바람을 적은 메모지를 붙였다. "<그날이 오면>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날'이 다시 오기를" 같은 메모들에서 <그날>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메모판엔 학회 세미나와 동아리·과 모임을 알리는 쪽지로 가득했다.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고 학회와 동아리가 줄어들면서 메모판에선 빈 공간이 늘었다. 그러나 이날 메모판은 다시 <그날>을 응원하는 메모로 가득 찼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메모판엔 학회 세미나와 동아리·과 모임을 알리는 쪽지로 가득했다.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고 학회와 동아리가 줄어들면서 메모판에선 빈 공간이 늘었다. 그러나 이날 메모판은 다시 <그날>을 응원하는 메모로 가득 찼다.이승호
<그날> 후원회원은 대학을 오래전에 졸업한 사업가부터 이제 막 대학에 들어온 새내기까지 다양하다. 이날 행사 전까지 40~50여명이 후원회원으로 가입한 상태며, 앞으로 후원회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날>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날>과 함께하는 이들이 의견을 나누는 카페(http://cafe.daum.net/gnal25).
<그날>과 함께하는 이들이 의견을 나누는 카페(http://cafe.daum.net/gnal2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3. 3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윤 대통령 조롱 문구 유행... 그 와중에 아첨하는 장관 윤 대통령 조롱 문구 유행... 그 와중에 아첨하는 장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