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확인 할 수 없는 유골들
한일 양국은 왜 손놓고 있나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원혼들 ②

등록 2007.03.28 09:56수정 2007.07.0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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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민지시대 구일본 군인·군속으로 강제연행되어 사망한 조선반도출신의 유골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도쿄 메구로구(東京 目黒区)유텐지(祐天寺)에 안치되어 있다. 전사자로 처리되어 있는데도 한국에 생존자로 확인되는 등 60여 년간 방치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 문제를 추적해온 YTN 한원상 기자의 글을 통해 반세기 넘게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도쿄 치오다구에 있는 치도리카후치 전몰자 묘원. 이 곳은 일본정부가 1959년 전쟁에서 사망한 '무명전몰자' 유골을 안치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도쿄 치오다구에 있는 치도리카후치 전몰자 묘원. 이 곳은 일본정부가 1959년 전쟁에서 사망한 '무명전몰자' 유골을 안치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한원상
식민지시대에 일본에 연행되어 사망한 조선반도 출신자의 군인과 군속은 2만1000여명이다. 그러나 전후, 일본정부가 한국에 반환한 유골과 유해는 현재까지 약 9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양국정부의 진정한 인도적 대응을 필요한 대목이다.

도쿄 치오다구(千代田区)에 있는 치도리카후치(千鳥ヶ淵)전몰자묘원. 일본정부가 1959년 전쟁에서 사망한 '무명전몰자' 유골을 안치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그러나 여기에 조선반도 대만출신자가 강제연행되어 전쟁에 희생된 유골이 납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안내문에도 표기 되어 있지 않다.

2004년 12월에 있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5차례 유골협의를 갖고 확인 작업을 해 왔지만, 큰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상진 조선인 강제연행진상조사단 사무국장은 "일본정부가 사망자의 기록과 강제연행자에 관한 기업의 매장·화장의 인허가서를 공개하지 않아 신원확인을 할 수 없는 유골이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정부의 방관과 한국정부의 책임 방기

조선인 사망자 유골이 보관된 일본 유텐지 납골당
조선인 사망자 유골이 보관된 일본 유텐지 납골당한원상
유골문제는 처음부터 일본에 의한 조선반도의 식민지지배가 원인이다. 일본정부는 민간 기업에 의해 징용된 희생자의 유골문제에 대해 국가와 계약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 왔다.

그러나 민간 기업에 의한 징용자도 일본 국내법인 '전상병자점몰자유족등원호법'에 따른다면 준 군속에 해당한다. 이 법률은 국가총동원법 등 국가의 명령에 따라 동원되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자는 군속에 준하여 보상을 받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징용령에 의해 동원된 자도 국가에 의해 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있고, 이들 유골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정부의 법적책임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일본인 '전몰자'에 대한 유족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식민지시대에는 일본국적 이었지만, 해방 후 국적이 바뀌어 보상관련법으로부터 배제된 조선반도 출신자에 대해서는 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보면 일본정부가 유골문제를 얼마나 방치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유골조사에 있어서 일본인 전몰자와 조선반도 출신의 전몰자와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999년부터 구 소련등지에 남아있는 유골에 대해서는 화장도 하지 않고 일본에 가지고 돌아와 매장 자료 등을 토대로 신원을 확인해서 DNA 감정을 실시했다. 그러나 조선반도 출신자의 군인·군속 사망자에 관해서는 DNA 감정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도 책임이 있다. 일본정부에 DNA감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요구하지도 않아 자국민에 대한 유골문제를 방치해온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조선인유골과 함께 전국연락회'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는 시미즈시미코(清水澄子)전 일본 참의원은 "한국정부가 DNA감정을 공식적으로 일본정부에 요구해야한다"며 "일본정부가 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하고 "한국정부가 DNA감정을 요구할 경우 일본정부는 성실히 수행해야한다"고 말했다.


조선반도 출신의 강제연행피해자 유골은 도쿄, 홋카이도, 효고현 등지에 있는 절에서 확인되고 있다. 1970년대 일본에서 한국으로 한창 유골반환이 이루어지고 있을 무렵, 홋카이도(北海道) 혼간지(本願寺)삿포로 베츠인(別院)의 한 사찰에 안치된 조선반도출신자의 유골을 2차례 걸쳐 합골한 것은 희생자의 신원조사를 더욱 어렵게 만든 사례였다. 이것은 지금까지 일본정부가 유골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무성의한 태도를 취해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 일본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골문제라고 하는 것은 북한에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씨의 유골문제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일본정부는 북한에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씨의 유골문제에 대해서 DNA감정을 비롯한 철저한 규명을 촉구해 왔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위원회 김은식 사무국장은 "일본정부는 요코다 메구미 씨를 비롯한 유골문제에 대해서는 외교적인 협상 뿐 만 아니라, 관계부처를 총 동원해서 이 문제를 다루어 왔다. 또 국제적으로 여론화 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다. 거기에 비교해서 조선인 강제연행자 유골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던 자세를 보면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국제적으로 여론화 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일본정부는 강제연행 피해자 명부와 유골을 관리해 오고 있다. 이 가운데 생존하고 있거나 본인의 것인 아닌 유골이 포함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유텐지에는 북한 출신자의 유골431체가 보관되어 있다.

이 중에 가짜유골이 발견되면, 기시노부스케 일본 전 총리(조부)의 정치적 성장 배경과 납치문제를 이용해서 정권을 잡은 아베신조(安倍晋三)총리의 도덕성에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기시노부스케는 1939년 만주국에서 일본에 귀국한 뒤, 상공차관을 역임하면서 같은 해 5월, 8만 5000명의 조선인 노동자를 일본에 강제연행, 강제노동 시키는 계획을 후생차관과 함께 공표했다.

유골문제 해결에 나서야

지난 3월 9일 도쿄의 일본교육회관에서는 "유텐지 유골문제를 검증이 필요하다"는 김상봉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3월 9일 도쿄의 일본교육회관에서는 "유텐지 유골문제를 검증이 필요하다"는 김상봉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한원상
식민지시대 일본 군인군속으로 끌려가서 사망한 조선인 출신은 약 2만1000여 명, 그 외 징용자, 위안부 등 강제연행으로 끌려간 사망자가 확인되지 않아 유골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자가 전후, 일본정부가 한국에 반환했다는 유골유해를 조사한 결과 2007년 2월, 현재 9000여위이다.

하지만, 1948년 GHQ(?)의 지시에 의해 일본후생성이 2차례 걸쳐 한국에 반환한 10000여 위의 유골가운데 현재 일부 행방불명인 상태여서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 중에 있다. 그러나 유골반환 자료가 정확하지 않아 어려움도 있다.

일본 외무성자료에 의하면 1948년 한국에 반환한 유골유해는 제1차 4523위(유골456위 포함), 제2차 2899위(유골 330위 포함)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진상규명위원회자료에는 1948년 제1차 5031위(유골 669위 포함), 제2차 2942위(유골 355위 포함)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은 자료근거에도 불분명한 것이 있어 앞으로 제 6차 한일 유골협의회가 열리면 새로운 방향으로 조사를 모색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골조사에 있어서 한국에는 진상규명위원회가 있지만 예산과 인원 부족으로 적극적인 조사를 하지 못해 일본정부의 조사만 기다리고 있는 판국이다.

김광열 광운대학교 일본어학과 교수는 "진상규명위원회가 유골조사에 있어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별도의 유골전담기구를 마련해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만들어서 해결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정부는 식민지 지배하에 전쟁에 끌려간 희생자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 인도적 관점에서 최후의 존엄을 회복한다는 정신을 견지하면서 유골반환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야한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지난 3월 9일 피해자인 김상봉씨가 자신이 어떻게 해서 사망자로 처리되었는지, 유골은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고령의 나이에 몸을 이끌고 일본후생노동성을 방문했다.

거기에서 책임 있는 관계자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거절당했다. 결국 공식문서도 전달하지 못했다. 일본정부가 피해자의 면담을 거절한 것은 유골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김씨는 같은 날 도쿄에 있는 일본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과거에 당한 고통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며 "일본정부는 전후 60여 년이 지났지만, 피해자의 아픈 상처는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가짜 유골' 문제, 유엔에도 공개돼... 국제사회 공론화 움직임

후쿠시마미즈호(福島みずほ)일본 사민당 당수는 유골문제와 관련 지난 3월16일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 질의에서 일본정부가 피해자에게 성의 없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 관계자는 다음에 열릴 한일 유골협의회에서 새롭게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한국국회는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아 자국민에 대한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정부는 전후 유골송환에 있어서 유족에 대한 인도적인 배려보다 일본 국내외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해결해 왔다. 그래서 유골문제에 대한 현황과 역사적 경위에 대한 검토가 불충분하고, 해결방향을 모색하지 못해 왔다.

유골문제는 한일 양국 뿐 만 아니라, 아시아 피해국들과 화해목적으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일 양국은 유골송환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을 애도할 수 있는 추모시설건립과 유골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유족들과 서로 인식을 공유하고 협의해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올해 1월 21일 타이완 타이페에서 아시아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일본의 과거청산을 바라는 국제연대협의회' 조정자 회의가 있었다. 한국을 비롯한 북한, 일본, 중국, 타이완, 네덜란드, 미국 등의 참석자들은 금년 10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릴 국제연대협의회에서 위안부를 포한한 유골문제에 대한 조사를 일본정부에 요청할 것을 협의했다.

태평양 전쟁 시기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가짜 유골' 문제가 지난 26일 유엔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도 이 문제가 공론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일제 #유골 #한일 #강제연행진상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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