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4월 초파일에 우리 나라 최초의 전차개통식이 있었다. 서울에 전차선로가 부설된 것은 일본 도쿄보다 4년가까이나 빨랐다. 이 때문에 서울의 전차개통이 동양최초였다고 하는 주장들이 간혹 있는 모양이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1899년 4월 초파일(양력 5월 4일), 돈의문(새문)에서 종로를 거쳐 동대문밖 청량리까지 길게 이어지는 전차선로의 개통식이 있었다. 그 시절에 '전기철도', '전기거', '전거'라고도 표현했던 전차는 분명 놀라운 근대문물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간혹 우리나라의 전차개통이 동양 최초였다는 주장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지난해 가을에 방송된 한국방송 <역사스페셜>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다뤄진 적이 있었다. 우선 설명을 위해 해당 부분을 옮겨보면, 이러하다. HD역사스페셜 63회 '13년의 꿈, 대한제국'(2006.9.22일, 밤 10:00~11:00, KBS 1TV)에 언급된 내용이다.
"(성우 나레이션) ...... 그러나 한성에 일어난 가장 놀라운 변화는 전기의 도입이었다. 1899년 5월, 한성에는 아시아 최초로 전차가 개통되는데 당시 전차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것이었다. 내국인은 물론 주한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전차는 큰 화제를 모았다. 동대문에서 종로까지 운행하던 전차는 전차타기를 즐기다 가산을 탕진한다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승객이 많아지자 노선이 대폭 증설되었다. 주한 이탈리아대사였던 로제티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한성에 도착하던 외국인이 가장 놀라워하는 전차였다. 완벽하게 관리되는 전차는 한성의 성 외곽까지 연결되고 있다. 전차로 인해서 한성은 근대적 교통수단을 갖춘 극동최초의 도시라는 영예를 얻었다.' 전차이용률이 높아지면서 발전소도 증설되었다. ...... (이하 생략)"
이어서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도 다음과 같은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도심을 수놓은 가로등과 그 앞을 가로지르는 전차가 참 인상적이죠? 19세기말에 발명된 전차는 당시로서는 첨단문명의 상징이었는데요, 서구사회에서도 흔치 않았던 이 전차를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나라가 대한제국이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한성의 전차개통은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근대화된 도시였던 일본의 동경보다도 무려 3년이나 앞선 것이었는데요, 이처럼 당시 대한제국의 근대화수준은 세계의 열강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변화가 대한제국 선포 이후 불과 3년 만에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자본이나 기술이 충분하지 않았던 그 당시로선 참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대한제국의 근대화가 이렇게 급속도로 진행된 것은 고종황제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이하 생략)"
여기에서는 1899년 5월 4일에 개통식을 가진 서울의 전차선로가 아시아 최초의 전차개통이었다고 거듭 서술하고 있다. 이것은 과연 올바른 주장인가? 정말로 그러했다면, 조금은 자랑할만한 일이기도 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