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시민단체들, 필리핀군을 매도 말라

등록 2007.04.24 15:05수정 2007.04.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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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군대의 현대화를 위한 한국정부의 군용차량 지원이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쳐 향후 필리핀군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국의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이 필리핀의 정치적 군사적 배경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한국과 필리핀간의 군사교류를 정치적 단견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필리핀 현지에서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요구되어 지고 있다.

필리핀 반정부단체나 일부 인권단체들의 지적처럼 필리핀에서 정치인, 시민운동가, 언론인, 성직자들이 지속적으로 살해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지적처럼 아로요 대통령 집권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또 다른 사회적 개인적 이유로 살해를 당해왔다.

특히 오는 5월14일 총선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필리핀에서는 상대방 정적에 대한 암살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몇 개월 전에는 일국의 국회의원이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나오다 정적이 보낸 암살자에게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하지만 필리핀에 오래 산 사람들은 이 같은 정적들에 대한 정치적 살해행위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부쩍 늘어나는 정적들에 대한 암살행위는 오래 전인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됐다.

마르코스는 정적들에 대한 철저한 탄압을 자행했고 이를 위해 군부와 경찰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정치군인들을 양산해 냈다. 결국 최대 정적이었던 아키노 전 상원의원을 암살하는데 성공하지만 그것을 계기로 국민의 힘에 의해 권좌에서 밀려나 망명길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필리핀 정국은 마르코스 이후 아키노 정권때도, 라모스 정권 때도 그리고 전임 에스트라다 정권 때도 역시 이 같은 정치적 암살이 계속 이어졌고 현 아로요 대통령 재임기간에도 예외 없이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의 정치적 암살에 일부 정치군인들이 개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필리핀 군 전체가 그 오명을 뒤집어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다수 군인들의 바람이다. 대부분의 필리핀 사람들은 정치적 살인에 군부보다도 정치인들이 더 많이 개입되어 있다는데 동의한다.


반아로요 진영이나 일부 단체들은 아로요 정부가 조직적으로 야당인사들이나 인권단체를 탄압하고 정치적 암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재까지 암살당한 인물들 중에는 여당쪽 인사들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몇 개월 전 피살당한 국회의원도 아로요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한국정부는 오랜 우방이자 한국전쟁 때 필리핀군을 파견해준 필리핀에 감사하는 뜻에서 지난해 말 8대의 버스를 필리핀 바기오시에 있는 통합사관학교(Philippine Military Academy)에 전달했다. 10년 전에도 역시 8대의 버스를 전달했었는데 그 버스들은 아직도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의 로고와 이름을 커다랗게 붙이고 사관생도들을 싣고, 필리핀 전역을 돌아다닌다. 과연 이것이 필리핀의 정치적 살해행위를 도운 것인가?


최근 한국정부는 134대의 군용트럭 및 중장비를 필리핀 군 현대화 작업을 돕기 위해 지원했다. 물론 새장비도 아니었고 우리나라 노후 장비 중 성능이 괜찮은 것을 골라 수리를 거쳐 필리핀군에 전달한 것이다. 과연 한국정부가 일부정치 군인들의 정치적 살해행위를 돕기 위해 군용트럭과 중장비를 지원했을까? 이는 자기나라와 자기 국민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대부분의 필리핀 군인들을 욕되게 하는 행위이다.

필리핀군에 일부 정치군인들 있고 부패한 군 지도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군인들은 박봉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무슬림 반군들과 공산반군들에 맞서는 테러와의 전쟁에 여념이 없다. 자기나라와 자기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대부분의 필리핀 군인들이 한국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이 필리핀 군 지원사실을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한국의 이들 시민 사회 단체들은 필리핀 아로요 정권을 군부정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아로요 정권을 군부정권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로요 정권에 대한 군부의 지지도는 아주 낮은 상황이다. 아로요 재임기간 중 수차례 발생했던 군부 쿠데타 기도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정치적 살해 행위에 가담한 일부 군인들뿐만 아니라 반 아로요 쿠데타를 기도한 일부 군인들이야말로 정치군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군인들도 좋아하는 정권과 싫어하는 정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나머지 대부분의 충실한 군인들을 정치적으로 매도하는 행위는 용납되어선 안 된다. 대부분의 군인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던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필리핀군의 현대화 작업을 지원한 정부가 과연 필리핀의 학살 행위를 지원했다는 논리적 비약은 궤변이라고 지적받아 마땅하다.

한때 우리나라가 정말 어려웠을 때 우리나라를 도와줬던 필리핀을 이제 우리가 조금 잘 산다고 우습게 생각하는 어리석음과 교만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 만약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에 파병을 결정한 필리핀 정부를 필리핀의 시민 사회단체들이 이승만 독재정부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대부분의 필리핀 교민들은 한국정부가 정말 뜻깊고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더 좋은 것으로 필리핀을 지원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것이 아로요 정권이든 아니면 반 아로요 정권시절이든 순수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는 지원이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이를 두고 이번 일에 책임자가 누구며 누가 진행을 했는냐라고 묻는 것은 시민단체의 교만함의 극치이다.

그들을 알아낸다면 파면이라도 시킬 것인가? 그들이 필리핀 정치적 살해행위의 배후자들이란 말인가? 만약 시민단체들의 논리대로라면 필리핀에 지진이나 홍수피해가 일어나도 정부차원의 지원은 곧 학살정권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대북 비료사업이나 대북지원사업도 ‘악의 축’ 정권에 대한 지원이기 때문에 이뤄져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해야 마땅하다.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시민사회단체들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얼마나 문제를 제기해 봤는가 묻고 싶다. 필리핀의 정치적 살해행위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지만 어설프게 필리핀 인권문제를 필리핀 군 지원문제와 연결해 쟁점화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누가 필리핀의 정권을 장악해도 필리핀군에 대한 우리나라의 지원은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계속 이어져야 한다. 필리핀 젊은이들의 생명이 우리나라 산하에 묻혀있다. 생명은 생명으로만 갚을 수 있는 법,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필리핀의 어려운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대부분의 필리핀 군인들이 물자부족으로 자주 고장을 일으키는 트럭을 타고 다니며 고생하는데 대한 조그만 우리정부의 지원이었다. 중고를 선물해도 고마워하며 감격해 하는 필리핀 군인들이다. 이젠 그런 군인들의 마음에 정치적 배경을 결부해 상처를 주는 행위가 멈춰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조용연 기자는 필리핀 육사 군종입니다.

덧붙이는 글 조용연 기자는 필리핀 육사 군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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