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이 된 아들에게 '시' 한 편 보내며

<성년의 날> 선물을 생각하다 마음 담은 '시' 떠올려

등록 2007.05.31 15:00수정 2007.05.3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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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보다 큰 나의 작은 애인아

1.
무한대보다 큰 나의 작은 애인아,
너를 만난 건
순전히
생명 이전의 약속이다.
너는
나의 겨운 목숨끝에
나에게로 와
목숨조차 부질없을
세상의,
유일한 사랑이 되었다.

너를 품에 두면
무한대의 우주를 내어 주어도 부족하였고
너는
나의 영혼을 아깝지 않게 퍼 담는
살아 있는 우상이다.
때론,
모퉁이길만 돌아 서는 너의 뒷모습에도
세상의 침범 못함을 기도하였고,
내게서 너를 떠나보내는 훈련인 듯하여
가슴 저미는 황량함을
애써,
애써 도리질만 했었다.
하여도
너는
푸르다 못해 사위는 청록의 짙푸름일진대
나는 너를
한 뼘,
한 뼘씩,
너의 키만큼 손을 놓는 연습을 했다.
네가 내게로 온 기적같은 날부터
사랑함은 곧,
놓아 줌이라는 등식을
차곡,
차곡 선물같은 사랑을 꾸리며,
하여,
너를 보냄이다.


2.
무한대보다 큰 나의 작은 애인아,
나의 실빛같은 목소리에도,
나의 자그만 웃음에도,
나의 두숨에 겨운 한숨에도,
나의 이유 없을 눈물에도,
한결같은 눈빛으로
너의 눈에 담고 있는 나는
너는 어려도
우주의 어떤 절대자의 보호보다 뭉클한,
가슴 무너지는 사랑을 알아 버렸다.
그러므로
이제,
너는 너의 세계의 확장을 위해
너만의 세상과 조우해야 함이니,
무한대보다 큰 나의 작은 애인아,
너의 등뒤에 두고 온 여윈 세월보다
너의 붉디 붉은 가슴앞에 놓여진 세상에
너의 집을 지어야 함이니,
나는 너의 연장하는 두 손에 기도만 드릴 뿐,
이제는
너를 바라보는 사랑만이
나의 해야 할 일이다.

3.
무한대보다 큰 나의 작은 애인아,
한결같은 너의 눈빛을 내게서 거두어
너의 사랑에게 뜨겁게 쏟아야 함이니,
나의 작은 애인아,

쉼없는 사랑으로 사랑하기를,
그래서
절대 사랑하기를,
사랑하는 나의 작은 애인아,
나의 너를 위한 인사는 여기까지,
너를 세상에 내어 놓음이다.
남김없이,
남김없이 치열한 헤어짐으로,
하여,
빠짐없이,
빠짐없이 빈틈을 메우는
너의 세상과 만나기를,
무한대보다 큰 나의 작은 애인아,
그리하여,
너는 너의 세계로 떠나라,
뒤도 돌아보지 말며,
미련도 남기지 말며,
너만으로
훌,

너의 세상으로 떠나라.
그리하여,
부는 바람만큼만 흔들리며,
쏟아지는 햇살만큼만 따가워하며,
잎새가 떨어지면 떨어진 수만큼만 털어 내며
말로는 못할 너의 세상을 품기를,

4.
무한대보다 큰 나의 작은 애인아,
언제나 네 안에 있는 나의 사랑아,
내 안에 살아 맥박이 되는 나의 영원아,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더 사랑한다.

이 시는 올해 5월 21일 성인이 된 아들에게 보내는 시입니다. 엄마가 '성인의 날'에 어떤 선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 시를 쓰게 됐습니다.

덧붙이는 글 | <특별한 5월> 응모글

덧붙이는 글 <특별한 5월> 응모글
#성년의날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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