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의 잘못된 예산 집행을 막기 위해 단식투쟁을 하는 모습강용주
이 글을 쓰는 저는 전남 여수라는 중소도시의 지방의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그 시대를 살아온 한 사람입니다. 지난 80년대 후반에 청년운동과 노동운동을 하였고 이어서 환경운동을 하다 녹색후보로 제도권의 지방의원이 되었습니다.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이 생기게 된 셈이죠.
그동안 매 시기마다 국가적인 화두이든 지방의 화두이든 참여를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제가 살아온 지역과 분야에서 나름의 최선을 하고 있습니다. 매번 정치의 시기만 돌아오면 진보와 보수로 나뉘고, 영호남으로 나뉘고, 참신과 구태로 나뉘며 국민을 현혹하고 보수언론의 프레임에 매달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오직 1등만이 최고의 선이 되어버리는 선거라는 냉혹한 전쟁터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구태와 언론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단호히 거부하고 국민을 믿고 원칙을 믿고 한길을 달려온 노무현이란 인물이 있었고 그는 주변에 걸출한 정치인도, 정치세력도 없었지만 이름 없는 국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정치의 오랜 습성을 넘어서는 가히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노무현을 중앙의 어떤 정치인이, 어떤 386들이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지지하였습니까? 노무현은 지방에서부터 따스한 바람을 만들었고 이 바람이 중앙의 도도하고 냉랭한 그대들의 가슴에 불을 붙여 결국은 억지 춘향이가 되어 지지하지 않았습니까?
비록 지금 참여정부가 몇 가지 온당한 이유와 온당하지 않는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일관되게 얻지는 못하였지만 배지 중심의 대표적인 386 당신들처럼 소신도 버리고, 원칙도 버리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범여권의 대선후보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지난 2002년의 전철처럼 정책과 소신을 중심으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닌 당선가능한 후보가 누구인가를 판단하거나 내게 어떤 후보가 더 유리한가를 판단하는 소아병적인 잣대로 선택을 하는 현실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또 다시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는 그대들은 누구입니까?
며칠 전 저는 광주에 사는 친구로부터 386 현역 정치인들이 또 다시 잘못된 줄서기를 하는 흐름들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는데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분노와 서글픔을 맛봐야 했습니다. 과거에 군사독재를 반대하고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비록 얼굴은 모르지만 끈끈한 동지적 관계의 대표적인 386 정치인들은 어디를 가고 자신의 영달과 권익을 찾는 목소리와 주장만 난무하는 것입니까? 최근 오마이뉴스에 올라오는 386끼리의 논쟁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무엇을 느끼고 판단을 할 것인지 눈앞이 캄캄할 뿐입니다.
비록 서 있는 현장은 달라도 이 시대를 걱정하고 미래를 안고 가도 모자랄 현 시점에서 우리들의 자화상은 한심함의 대표적인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손학규를 지지하든, 정동영을 지지하든, 또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든 제발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면서 386 모두가 그런 식으로 매도당하지 않도록 처신에 각별히 신경 좀 써주시길 바랍니다.
더 이상 386이 어쩌네 하는 이상한 소문과 행동으로 도매금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런 성명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합리적인 처신을 해 주길 호소라도 하고 싶습니다.
한마디 더 붙인다면 최소한 손학규를 지지한다는 386 의원들은 무엇을 근거로 커밍아웃을 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보시길 권해봅니다. 중앙에서, 지방에서, 정치에서 다양한 영역까지 자신의 일에 충실한 동 시대를 살며 행동하고 고민했던 수많은 이름 없는 동료들이 분노하지 않는 선택과 행동을 해주기를 뺏지 386들에게 요구합니다. 당신들의 이름값에는 최소한 수많은 이들의 실천과 고민이 보태져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겸손하고, 따스하고, 다수의 이익을 위해 희생을 감수했던 그때 그 시절의 운동성을 조금이나마 회복하여 민주화운동을 했던 모든 이들의 열정이 후회되지 않도록 일하는 것이 지금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386들이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실천이자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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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더 이상 '386'이라 주장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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