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북핵 도발ㆍDJ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이날 새벽 덕수궁앞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에서 뺏어온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 레디앙 손기영
요즘 서울에서 벌어지는 '백색테러'는 좌우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해방공간에서도 발생했다. '백색테러'란 말은 64년 전인 1945년 12월 10일 중도 우파 국민당위원장 안재홍이 기자회견에서 이승만 등이 주도하고 있는 극우익청년·학생들의 테러행위를 두고 한 말이다. 단독정부수립 직전인 서울에서 극우익단체들은 소련을 지지하거나 미국을 반대하는 모든 단체들에 대해 '묻지마 테러'를 자행했다.
해방공간에서 처음으로 테러를 당한 사람은 중도좌파의 여운형이다. 그는 1945년 8월부터 괴한들에게 수차에 걸쳐 테러를 당했다. 반탁·찬탁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던 1946년 1월 18일 반탁성토대회를 마치고 나온 반탁학생총연맹 학생 600여 명은 인민당, 청총, 조선인민보사 등을 습격했다. 이날 체포된 이철승을 비롯한 49명 중 3명만 재판에 회부됐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국민행동본부에서 추앙하고 있는 청년 이철승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여러 차례 좌익이나 우익에 대한 테러로 체포되었으나 장택상에 의해 바로 석방됐다.
현재 애국기동단을 비롯한 우익단체의 테러행위에서 해방공간 우익단체들의 행동이 그대로 오버랩되고 있다. 민병돈 국민행동본부 고문(전 육군사관학교 교장)의 "폭도를 말로 진압하나?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그 교훈이 해방 정국에서 좌익 진압과 건국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렇게 해서 건국한 것이다"(지난 3월 25일 애국기동단 결성식에서)라는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해방 직후 단독정부가 수립되기 직전 극우익청년단체와 좌익단체간의 테러는 '파시스트'와 같은 폭력행위라고 규정되었다. 그 테러행위가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극우익단체들에 의해 64년만에 다시 저질러지고 있다.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 고엽제전우회 같은 극우익단체는 이승만의 휘하에 있던 '서북청년회'와 흡사한 테러주의자들이자 '파시스트'와 다르지 않다.
애국기동단은 결성 3개월만에 '反 헌법적 좌익폭도들과 싸우기' 위해 '정당방위적 자위권을 행사'("종북반역세력 제거에 목숨을 바치겠다", 민중의 소리, 2009. 3. 25)하겠다고 했다. 우익단체들에게 '애국인사'로 불리고 있는 조갑제는 애국기동단 결성식에서 '민노당 (민노총), 전교조, MBC 등 3대 좌익 단체'를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있다.
결국 애국기동단은 '3대 좌익단체'와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까지 몰려가 '깡패집단'처럼 행동하고 있다. 오늘 26일에도 이 단체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무실 앞에서 공무원 노조 시국선언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앞으로 이 단체가 '좌익깽판'으로 지목한 모든 단체와 시민들에게 어떤 행동을 자행할지 우려되고 있다. 그럼 애국기동단과 같은 여러 우익단체들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해방공간에서 일어난 사건과 비교해 보도록 하자.
테러단체에 재정지원하는 MB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