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부자에게 염전과 천일염은 삶이고 존재의 이유다.
김준
소금시장이 개방되자 자비를 털어 개발회사와 함께 천일염 자동화시설을 연구했다. 2006년에는 염전업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ISO 22000 인증을 획득했다. 못을 비롯해 녹이 생기는 철제를 스테인리스로 교체했다. 수로에 강력한 자석을 설치하여 미량의 금속성분도 제거했다. 소금을 보관하는 해주도 슬레이트에서 PC판넬로 교체했다. 개발 완료 단계에 있는 친환경장판도 교체를 앞두고 있다. 소금창고 옆에는 화장실에 갈 때 사용하는 슬리퍼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환경을 바꾸었지만 자신의 염전에 70점의 성적을 매긴다. 앞으로 개선할 점이 많다는 의미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보통 12-15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염전을 10단으로 축소했다. 결정지에 함수를 많이 넣어 물속에서 입자가 큰 소금을 얻는 것도 최씨 부자가 연구해낸 방법이다. 보통 결정지의 함수를 증발시켜 소금을 얻지만 최씨가 선택한 방법은 다르다. 소금 뒷맛이 쓰지 않고 달콤하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종자장을 만드는 식품회사, 대형백화점 등에 납품을 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최씨가 만든 천일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좋은 소금을 제값에 팔려고 노력하던 최씨는 최근에 생각을 바꾸었다. 혼자 좋은 소금을 만들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작목반이고 단지화다. 천일염작목반을 만들었다. 그는 생산자와 지자체와 기업이 결합된 새로운 방식의 천일염 가공공장을 꿈꾼다.
최씨는 1970년 신안군 도초면 수다리에서 태어났다. 1998년 신일염전을 조성하기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천일염과 인연을 맺은 것이 꼭 11년째다. 수십 년 동안 염전농사를 해온 분들은 코흘리개라고 얕볼 지 모르지만 전국의 천일염 생산자들은 그의 염전을 모델로 삼는다. 얼마 전에는 '식객'의 허영만 화백이 다녀갔다. 그리고 그의 염전을 모델로 한 만화가 소개되기도 했다.
소금시장이 개방되자 천일염 생산자들은 정부의 폐전지원정책에 맞춰 보상금을 받고 소금농사를 그만두었다. 최씨 부자는 생각이 달랐다. 염전을 현대화하고 시설을 확대했다. 품질도 국제식품규격에 맞추었다. 국내시장만 아니라 국제시장을 노린 것이다. 이런 탓에 빚도 많이 졌다. 100여 마지기 있던 논도 팔았다. 다들 미쳤다며 손가락질을 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것을 알았다. 2006년 마침내 세계 최초로 ISO22000/2005 인증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