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부터 온 '반갑지 않은' 통지서
정혜미
지난 28일 성뒤마을 채명희(50)씨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이상한' 통지서가 왔다는 것. 그는 "법적 용어가 하두 많아 무슨 말인지 통 모르겄네…"라며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는디, 우리 집이 빼앗긴다는 소리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성뒤마을 30여 가구 중 의문의 '통지서'를 받은 곳은 채씨 집뿐이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판자촌인 성뒤마을은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기슭에 있다. 남산순환로를 따라 채명희씨 집을 방문한 것은 29일 오후. 채씨가 건넨 통지서에는 법률조항과 부동산 관련 용어들이 잔뜩 적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채씨의 집이 '부동산 강제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는 것. 임차인이라면 2010년 1월 29일까지 법원에 배당요구를 해야만 매각대금으로부터 보증금 중 일정액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채씨의 경우 현재 '무허가' 주민이기 때문에 임차인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채씨가 살고 있는 판잣집은 채씨 가족이 직접 지었고, 일정 기간 동안 거주했기 때문에 '주거 권리'는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채씨가 법원에 배당요구를 할 경우 배당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돈 몇 푼 받으면 뭐혀…이 집 나가면 어디 가서 살라꼬? 결국 우리 집 뺏으려는 수작 아니여?"배당 요구를 하지 않을 거냐는 물음에 채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의 남편 김영창씨는 분노에 차 있었다. 김씨는 "이번에 개발사업한다 카는 거 그거 때문은 아닌가 모르겄수, 이제 슬슬 토지정리를 시작하겠다는 것 같은디…"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들의 시선은 허공을 향해 있었고 한숨 소리가 들렸다.
서초구는 지난 23일 외국인 전용 주거단지인 '서초 글로벌 타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뒤마을과 국회단지는 '서초 글로벌 타운'의 주요 대상지이다. 이번 개발 사업 추진으로 바깥세상은 떠들썩하지만 여전히 성뒤마을엔 '깜깜'한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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