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화면 캡쳐
MBC 보도화면 캡쳐
민주노동당 이숙정 의원 사건이 과거 유사사건과 다른 점 개인에 대한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속 당에 대한 비판이 연계돼 있다는 점입니다. 엄밀히 보면 이 사건은 그 동안 수차례 반복돼 왔던 수 많은 지방의원들의 일탈시건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언론은 '민노당 이숙정의원' '민노당 시의원'의 '난동사건으로 명명하면서 소속 정당을 연결지었습니다. 지금까지 유사사건 어디에서도 그런 전례는 없었습니다. 한 지방의원이 일으킨 사고에 대해 이 많은 언론사가 이 많은 관심을 갖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처음입니다. 왜일까요.
언론보도에서, 심지어는 많은 네티즌들조차 '야권단일후보로 공천돼 당선된 의원' '젊고 진보적 이미지를 내세워 정계에 입문한 젊은 정치인'이라는 점을 주목하며 전례 없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한국사회의 이중성을 발견합니다. 가정해 봅시다. 수구-보수정당의 늙은 정치인이 사건의 당사자였다면 이만한 비판을 받았을까, 한나라당이나 자유선진당 소속의 남자 의원이 사건의 당사자였어도 이만한 비판을 받았을까? 저는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중앙당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사건이면 모르겠습니다. 개인의 일탈이고, 중앙당은 개인의 그런 인격과 성정을 모르고 공천한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습니다.
더구나 당 대표가 신속하게 사과를 했습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당 전체가 무겁고 단호하게 책임을 지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한 지방의원이 저지른 사고에 대해 당 대표가 이 정도 수위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처음입니다. 그런데도 언론과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중잣대는 여기에 있습니다. 수구-보수는 좀 부패해도 원래 그런 것이고, 진보는 그러면 안 된다는 심리 탓일 겁니다. 노회한 토호정치인은 원래 그런 것이지만, 새내기 여성정치인은 그러면 안 된다는 기대 탓일 겁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보편적 기대입니다. 통상적 요구입니다. 세계 어느 외국에서 보수니까, 늙은 정치인이까, 당신들은 부패해도 좋고 사고쳐도 좋다는 면죄부를 주고 있습니까. 그건 한국적 관행이고, 오도된 선입견일 뿐입니다.
그런 잘못된 이중잣대가 '제발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좀 부패해도 먹고 살게만 해 줄 후보면 일단 몰아주자'고 했던 집단심리로 나타난 것이 지난 대선이었습니다. 그 이중잣대가 오늘날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 온 국민이 고통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도덕의 잣대는 진보-보수 다르지 않고, 남-녀 다르지 않고 노-소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숙정 의원 개인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이숙정 의원 개인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언론과 네티즌들이 전례 없이 한 사건을 놓고 한 진보정당을 향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너무 가혹한 양과 크기의 가혹한 돌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좀 과합니다. 개인의 일탈과 정당이 책임져야 할 수위는 나눠서 요구해야 맞습니다.
이번 사건이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인은 폭행동영상에 있습니다. 피해자가 어린 여성이고 비정규직이라는 점도 있을 것입니다. 그 딱한 사연이 우리 마음을 더 아프게 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당사자 얘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의원이 착신을 정지해 전화통화가 안 됐다고 했습니다. 속으로, 행동도 영악하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블로거가 성남시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멀쩡하게 신호가 정상적으로 갔고, 멀쩡하게 통화가 됐습니다. 오죽하면 그 통화내용을 기자 대신 시민기자 블로거
(이숙정 성남시의원 "정치 그만두는 것 각오")가 소개했을까요. 당사자는 전화를 안 받거나 착신을 정지시킨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만 억울한 면도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날도 설이 가까워오면서 주민센터에서 뭘 자꾸 갖다 주길래 그러지 말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요원들이 또 집 문을 열고 들어와 뭘 가져오기에 그러지 말라고 전화를 하다가 그런 다툼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행패를 부리고 폭행한 장면도 억울한 데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툼을 벌인 여직원이 현장에서 잘못을 사과했는데 고소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작은 지역 정가에서 큰 정당 틈에 끼어 철저히 왕따 당해 왔고, 자신도 지쳐서 정치에 미련이 없다고 했답니다.
저도 의아했던 대목입니다. 문제의 동영상이 다일까. 다른 전말은 뭐 없을까. 아시다시피 동영상은 주민센터 측이 언론에 제공했을 것입니다. 충분히 파악해야 할 진상이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당사자 변명조차 듣지 않고 모든 언론과 여론이 돌을 던지고, 소속 정당에까지 돌을 던지는 건 과도합니다.
냉정하게 보면 의회 안에서 난동을 부린 의원들의 추태도 각각 동영상이 있었을 것입니다. 의회 안에서 벌어진 일이니, 그들의 추태 동영상은 동업자 보호 차원에서 공개를 안 했겠지요. 피해자들의 딱한 사연 때문에 언론과 네티즌들이 그리들 화가 났다면, 호프집 여주인이나 대전의 영세상인들 처지 역시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이웃들 얘깁니다. 그때의 무관심과 이 지나친 관심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할까요.
제 결론은 이겁니다. 사건을 일으킨 의원 개인에 대해선 진상을 더 조사해서 단호하게 책임을 묻고 분노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민노당에 대해서 같은 수위의 비판과 책임을 가하는 것은 절제하자는 것입니다. 이 의원 개인에 대해서도,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추태를 부렸던 다른 의원들 정도로 분노하는 게 형평에 맞습니다. 민노당에 대해서도 우리가 진정 분노하려면, 과거에 더한 추태가 있었지만 사과조차 안 한 정당, 앞으로 일어날 유사 사건에서도 사과조차 안 할 정당에게 똑같이 분노해야 합니다.
도덕과 비판의 잣대는 누구에게나 동일해야만, 그 사회 도덕적 수준과 가치규범의 수준은 함께 높아집니다. 참고로 저는 민노당과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입니다.
[첨언]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두는 건 아닙니다. 지방의원이라고 무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더 많은 세비와 우대와 존중과 처우를 받는 중앙무대(국회)에서의 경우도 상기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이숙정 의원과 민노당에만 분노하고 있으면서 정작 잊고 있는 부분인 것 같아서요. 18대 국회에서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된 건수는 모두 49건입니다. '자연산' 발언을 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날치기 폭력의 김성회 의원, 여대생 성희롱 발언의 강용석 의원을 포함해 의원 수만 35명입니다. 전체 의원 299명의 12%, 의원 열 명 중 한 명은 윤리위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의미입니다. '저질 폭력 국회'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징계안 중 단 9건만이 처리됐는데, 2건은 철회, 7건은 부결됐습니다. 실질적인 처벌을 받은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나머지 안건은 윤리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해를 넘겼지만 달라질 건 없습니다. 처벌 가능성은 0%라는 게 국회 관계자들 얘깁니다. 국회가 의원들의 도덕적인 문제가 있을 때마다 징계 필요성을 외치지만 막상 윤리위에선 여야 할 것 없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기 때문입니다.
사족을 붙이면, 위 사안들에 대해 주요 당 대표들이 민노당 이정희 대표 정도의 충정어린 대국민 사과를 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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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국내언론비서관 역임. <노무현재단> 초대 사무처장. 현재 <양정철닷컴> 대표 및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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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정 의원 폭행사건, 왜 민노당에만 가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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