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 가와베강댐이 건설될 경우 수몰될 예정이었던 이츠키마을. 이미 보상과 공사가 끝나 원래 마을과 학교는 댐건설 시 예상수위 위쪽(사진 오른쪽 위)으로 옮겨졌고, 주민들은 고향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 2008년 촬영사진
장재완
여기에는 댐의 역습에 대한 두 가지 사례만을 소개했지만 이 밖에도 상당히 많은 유사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 '댐에 의존하는 치수'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이에 대한 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과정 자체에 오류가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치수방식은 기본홍수량을 하천과 댐에 배분하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하고 있다. 즉 하천이 수용할 수 있는 것과 댐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먼저 '기본홍수량'을 산정해놓고 하천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기본홍수량보다 작으면 '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본홍수량을 처음부터 낮게 산정하면 댐은 필요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안전을 위해 여유를 가지고 기본홍수량을 산정하자는 취지의 정책결정을 하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기본홍수량을 낮추게 된다면 댐이 덜 필요하게 된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하천관리자가 댐 계획을 포기하기 위해 기본홍수량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요도가와(淀川) 지천인 기주가와(木津川)의 가모(加茂)지점의 당초 기본홍수량은 1만 5500㎥/sec였다. 하지만 2008년 수계하천정비기본방침을 만들면서 기본홍수량을 5000㎥/sec를 줄어든 1만 500㎥/sec로 설정한 바 있다. 정책당국에서는 기본홍수량이 갑자기 줄어든 이유에 대해 '하천관리하류의 안전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대규모 댐을 만들기 위해 기본홍수량을 높게 잡았다가, 댐이 만들어질 현실적 가능성이 사라지자 다시 기본홍수량을 줄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은 댐이나 보 설치가 아닌
유수지(평지나 넓은 강물에서 일시적으로 홍수량의 일부를 저수하는 곳)를 만들면 댐이나 보를 설치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기본홍수량 또는 계획홍수량을 낮출 수 있다. 또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제방을 더욱 튼튼히 개량하는 것만으로도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일본이 최근 '댐에 의존하지 않는 치수'를 위해 움직이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 자치단체, 전문가,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 이것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앞으로 수자원확보 및 치수계획의 주된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댐에 의존하지 않는 치수'와 '댐(보)을 맹신하는 한국정부'의 차이는 무엇인지 곰곰 따져볼 일이다.
특별취재팀 : 김병기 편집국장, 심규상 지역팀장, 허재영 대전대 교수(취재자문. 충남도 4대강 재검토특위 공동위원장), 주영덕씨(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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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분야, 공학의 사회기여 등에 관심이 있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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