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고은아
공연이 끝나고 딸 아이에게 뭐가 제일 재미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주저 없이 '댄스'라고 답한다. 아마추어라고는 해도 남녀 대학생들이 인터넷에서나 보던 춤을 실제로 보여 주니 그 감동이 큰 듯했다. '백 번의 동영상보다 한 번의 공연'이 주는 힘이 큰 탓이리라. 공부하느라 바쁜 와중에 언제 그렇게 춤 실력들을 쌓았는지, 간만에 눈이 호사를 누렸다.
가운데 객석 맨 앞 두 줄은 예전에 취재를 한 적이 있는 케임(KAME, Korean Adoptee Mentorship Program at Emory)의 한국계 입양 가족들이 채워 주었다. 마침 이날 오후에 월례 모임이 있어서 대학생 멘토들과 함께 모임 끝나고 곧바로 왔다고 했다. 한국에서 입양한 딸과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생인 뎁 앤드류스 씨는 동시대의 한국 문화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게 참 좋다고 말했다.
"벌써 몇 년 째 해마다 오고 있는데, 아들이 한국 보이 그룹들의 댄스를 아주 좋아해요. 전통적인 한국 문화 공연은 여기저기서 많이 봤는데, 대중 가요와 댄스 공연을 볼 기회는 많지 않죠. 직접 보면 정말 신이 나요." 행사 시작과 함께 인사말을 전했던 최범용 교수(한국언어학)는 작년에 처음 부임해 왔을 때 "앞으로 잘 지도해달라"며 한국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찾아왔었다고 전한다.
"내가 어떻게 이끌어줄 수 있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간 우리 한국 학생들이 몇 번 큰 행사를 치르는 것을 보면서 내 역할은 진두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지켜보고 격려하는 것이겠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행사장에는 세 명의 한국계 교수진이 자리를 함께 했는데, 생각보다 참석 인원이 적어서 나중에 물어봤더니 에모리대를 통틀어 네 명이 전부라고 한다. 그 중 세 명이 한국어 및 한국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어학과도 아직 독립된 상태는 아니고 러시아∙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 소속이다. 하지만 한국어 강좌를 신청하는 학생들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교내 신문은 전했다.
300명이 넘는 관객들 중에는 에모리대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드문드문 한인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참가 학생들의 가족인 듯 보였다. 가까이에 큰 한인 사회가 있어 홍보가 잘 됐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었을 텐데, 교내 행사 차원에서 그친 듯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대학 사회가 가진 에너지를 잘 관찰하기만 해도 미국에서 자라나는 한인 2세들에게는 큰 자극이 될 텐데 말이다.
아울러 미국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도 행사를 알릴 수 있다면 한국 문화를 진부하지 않게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단군 신화>에서 웅녀로 열연해 인기 만점이었던 글로리아 강 KUSA 회장에 따르면, 케임을 통해 온 입양가족들 외에도 미국인 학생들이 조금 있었고, 특히 중국∙베트남 등 동양계 학생들이 제법 참석했다고 한다.
"남성 댄스그룹과 여성 댄스그룹에는 중국계 학생들도 섞여 있어서 그 친구들이 많이 온 것 같아요." 한국 문화를 직접 즐기고 참여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있다니 반가운 얘기다. 덧붙여서, 강회장은 "댄스와 함께 가야금에 대한 관심이 제일 뜨거운 것 같다"고 말하면서 본인도 가야금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송편과 식혜가 무료로 제공되었다. 덕분에 행사의 여운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교회 앞이 한동안 북적거렸다. 저녁 여덟 시가 다 되었지만, 섬머타임이라 낮이 긴 이곳은 여전히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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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교에 분 '케이팝 댄스' 바람, 신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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