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을 보다

등록 2012.10.07 15:37수정 2012.10.0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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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지붕이 날라가고 집이 무너졌는데도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니까"

제주 강정마을은 사람들에게 조금씩 잊혀지고 있다. 처음 공사가 시작되던 때의 격렬한 반대의 목소리는 총선이 끝나면서 사라지고, 이제 대선을 앞두고 터져 나오는 이슈들에 제주 강정마을이 들어설 곳은 없어 보인다.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립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도, 찬성하는 사람도 분명 나름의 논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군기지를 적극 찬성하는 사람들도 제주도에 와서 직접 강정을 본다면 이 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분명 반대할 것이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논하는 사람은 사진이나 기사만 보지 말고, 꼭 직접 와서 강정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호랑이가 웅크린 모습이라는 아름다운 범섬은 천연보호구역이다. 이 아름다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사자재들, 삭막한 펜스가 지금의 강정마을의 현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저 범섬을 끼고 군함과 잠수함들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난감하다.
호랑이가 웅크린 모습이라는 아름다운 범섬은 천연보호구역이다. 이 아름다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사자재들, 삭막한 펜스가 지금의 강정마을의 현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저 범섬을 끼고 군함과 잠수함들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난감하다. 강병국

제주도의 택시 기사분들에게 올레길 중 가장 좋은 코스를 물어보면 대부분 7코스와 8코스라고 말한다. 평지 코스라서 걷기 쉽고 바닷가를 따라 너무나도 아름다운 산책길이 나오기 때문이다. 바로 범섬과 강정마을이 있는 곳이다.

세계를 여행하며 좋은 곳을 많이도 봤지만 제주 강정 같은 곳은 없었다. 정말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방법이 딱히 없다. 풍광 좋은 뉴질랜드에서 살다 제주도에 정착하기로 한 지인의 표현대로 제주 강정은 정말 '소름끼치는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다. 해가 뜨고 지는 강정 바닷가의 풍광은 태고의 신비를 품은 걸작이라고 한다. 보슬비 내리는 쓸쓸한 풍경만을 보았을 뿐인데도 그 장관을 충분히 연상할 수 있었다. 기암괴석과 바다가 만드는 신비함은 사진이나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공사를 멈추라는 낙서는 강정 주민들의 처절한 비명이자 절규다. 벌써 오년이란 시간동안 싸워왔다. 무엇 때문에 이들이 싸우는지 이제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한다.
공사를 멈추라는 낙서는 강정 주민들의 처절한 비명이자 절규다. 벌써 오년이란 시간동안 싸워왔다. 무엇 때문에 이들이 싸우는지 이제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한다. 강병국

그러나, 현실의 강정 바닷가는 다르다. 관광지인 제주도에 이런 살벌한 전쟁터 같은 곳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공사장은 펜스를 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았고, 공사장 출입구에는 마을 주민들이 앉아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사방으로 노란 깃발이 휘날리고, 주민들과 공사장 인부들보다 훨씬 많아 보이는 경찰차량들이 주차장에 서 있었다.


마이크에서는 묵주기도 소리가 처량하게 울려 펴진다. 정부와 대기업을 상대로 마을 주민들은 지난 5년이라는 시간동안 힘겨운 싸움을 해오고 있었다.

그곳 성당공소 회장님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다.


"이번 태풍이 얼마나 센 놈이 왔는지, 그간 공사해 놓은 것이 다 쑥대밭이 되었어. 시공사에서 케이슨을 만들어서 바다 속에 집어넣었는데 태풍에 다 못쓰게 되버렸다니까. 이번 태풍에 우리도 지붕이 날라가고 집이 무너졌는데 내가 덩실덩실 춤을 췄어. 태풍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니까. 구럼비도 강정을 지키고 싶은게지."

매일 시위에 나온다는 회장님은 씩씩했다. 태풍까지 해군기지 건설을 막고 있다고, 아직도 구럼비는 건재하다고, 반드시 구럼비를 지키겠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신다.

 우산을 받쳐 들고 식판에 식사하는 마을주민들. 경비업체 직원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책임한 이 싸움을 이제는 멈추고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산을 받쳐 들고 식판에 식사하는 마을주민들. 경비업체 직원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책임한 이 싸움을 이제는 멈추고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강병국

더 이상 강정마을을 지키는 일을 태풍이나 구럼비의 저주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지금의 제주 강정은 분명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여질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합리적인 절차와 민주적인 의견 수렴이 있었다면 이처럼 오랜 시간 이렇게 강한 저항을 가져왔을리가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불합리를 대하는 제주도민의 태도다. 제주도에는 2만 명의 대학생이 있지만 강정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흔적은 없는 듯하다. 지성을 대표하는 대학생들과 교수들이 강정주민들에게 가해지는 불의에 침묵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불법적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되는 전례를 만들면 다음에는 침묵했던 자들의 삶을 또다시 강탈당하게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제주도민이 깨달아야 한다. 제주도민에게 강정을 지키는 것은 제주도를 지키는 것이다.

     불법적으로 펜스를 친 사람의 손으로 펜스를 걷는 것이 순리다. 그 날이 오길 기대한다. 강정마을의 승리는 불법적인 공권력과 폭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는 역사적인 선언이 될 것이다.
불법적으로 펜스를 친 사람의 손으로 펜스를 걷는 것이 순리다. 그 날이 오길 기대한다. 강정마을의 승리는 불법적인 공권력과 폭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는 역사적인 선언이 될 것이다.강병국

     제주 강정 마을을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다. 제주도민의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조상대대로 삶의 터전이 되어준 제주도를 위해서 이제 제주도민들이 힘을 모아 싸워야 한다. 돈이 아니라 제주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
제주 강정 마을을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다. 제주도민의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조상대대로 삶의 터전이 되어준 제주도를 위해서 이제 제주도민들이 힘을 모아 싸워야 한다. 돈이 아니라 제주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 강병국

또한, 불법적인 공권력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안보논리든, 경제논리든, 모든 논리에 앞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진리다. 제주 강정에 불법적으로 해군기지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이제 더 이상 불법적인 공권력이 묵인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제주도민은 분열을 이겨내고 하나된 목소리로 제주 강정을 지켜야한다. 지금의 이익과 사탕발림에 이웃과 친구, 삶의 터전이 되어준 천혜의 자연을 불법적으로 팔아치우는 어리석은 짓을 멈추어야 한다.

내년에는 평화로운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소름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정말 까무러칠 것 같은 제주 강정 바닷가의 아름다움을 다시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구럼비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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