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규모 학교 정책을 폐지하라" 도교육감을 향한 시위
최성식
18일. '공감 토크'라는 이름으로 거창, 산청, 함양, 합천 지역 교원, 학부모, 행정직을 모아놓고 고영진 도교육감이 즉문즉답을 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왜 이런 행사가 갑자기 잡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책위 입장에서는 참 좋은 기회입니다. 멀리 창원까지 가지 않고도 도교육감을 만날 기회이니까요.
1시 40분경. 날마다 이어지는 불볕더위는 이날도 같습니다. 10여 명의 부모님께서 '도교육청은 1면 1학교를 보장하라' 는 내용의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자리에 도교육감이 나타났습니다. 마침 그 앞에 서 있던 가북초등학교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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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와 대화하는 교육감 가북초 학부모와 1면 1학교 논쟁 중인 고영진 교육감 ⓒ 최성식
"여기 왜 있는 거죠."
"1면 1학교를 지키기 위해 왔습니다."
"누가 없앤답니까?'
"거창교육지원청에서 그런 공문을 내렸습니다."
"1면 1학교 지킵니다."
"분교장은 안 됩니다. 본교입니다."
"분교장은 해야지."
도교육감은 공감 토크 중의 질문 답변 시간에도 역시 같은 말을 했습니다. 주민이 원하면 1면 1학교는 하지만 분교장도 1학교다. 그리고 주민이 원하면 폐교도 해준다. 분교장이 1학교가 된다는 것은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본교'가 있고 거기에 딸려서 있는 분교는 '하나의 학교'로 대우하지 않습니다. 분교장이 되면 행정, 재정권이 모두 본교에 있고, 분교장에서는 오로지 수업만 이루어질 뿐입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폐교가 가능한 곳입니다. 그런 분교장을 1면 1학교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고영진 도교육감은 공감 토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서도 여전히 같은 말을 합니다. 1면 1학교는 하겠지만 분교장은 해야 한다. 그렇게 도교육감 방문에 따른 시위는 마감되었습니다. 크게 얻은 것은 없었지만, 도교육감의 분명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언론사가 취재해 준 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도교육감 덕분에 대책위원회의 이름이 고쳐졌습니다. 1면 1학교가 아니라 1면 1본교! 세상에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니. 1면 1학교라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는 도교육감의 입장 앞에서 대책위원회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다시 우리가 갈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내년의 지방 선거를 앞두고 쉽게 분교장 개편 등을 추진하지는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다시 추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적정 규모 학교 육성'이라는 계획이 폐지되고, 추진단이 해체되어야만 이 문제가 끝날 것입니다.
그리고 단지 학교를 지키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도교육청 등의 그런 분교장 개편, 폐교 운운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학교를 잘 키워서 가꿔가는 일에 힘을 쏟기로 하였습니다. 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 반대에만 힘을 모으고 평상시에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반성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 존재만으로도 존재할 이유가 있다.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전주교대 이경한 교수님께서 위의 말을 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면에 있는 작은 학교에 가 보십시오. 말처럼 건물도 작고, 운동장도 작지만, 그 어느 곳보다 큰 아름드리나무와 넓은 하늘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선생님께서 전교생의 이름은 물론이고 집안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아서 늘 관심 있게 봐주는 곳입니다. 큰 학교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가정 방문을 통해 부모님과 소통할 수 있는 학교입니다.
도교육감은 학생 수가 줄면 분교장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한 명이 있더라도 배우겠다는 아이가 있다면 그곳에는 제대로 된 학교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학교가 있다면 그 학교에는 계속 아이들이 들어갑니다. 1면 1본교 살리고, 지키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일이 진행되는 대로 내용을 이어서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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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님, 분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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