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하우스'는 기존 청소년 공부방을 리모델링해서 독거노인이 공동생활할 수 있도록 개조한 시설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독거노인은 쇼핑백 제작 등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월 2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
경기도청
경기도 안양시 안양9동에 있는 '카네이션하우스'는 일찌감치 이런 개념을 도입한 공동생활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양시가 노인종합복지관에 위탁해 운영하는 카네이션하우스는 청소년 공부방으로 쓰였던 단층 단독주택을 3개의 방과 주방, 거실, 마당이 있는 종합복지시설로 개조한 것이다. 여기에 20~25명의 지역 독거노인이 모여 쇼핑백에 부착하는 손잡이 등을 만들며 1인당 월 2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함께 살진 않지만 건강관리 상담이나 요가, 웃음치료 등의 여가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점심을 먹으며 서로 교류한다. 복지사가 상주하고 있고 보건소에서 파견도 나오는 등 노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것도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모델이 전국 각 지역으로 더욱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에선 70년대부터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부상 인구의 고령화가 우리보다 앞서 진행된 일본은 고독사 역시 우리보다 앞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1970년대에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 70대 노인이 숨진 지 9년 만에 발견되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무연사(인간관계가 끊긴 상태에서 홀로 숨져 거두어줄 사람이 없는 죽음), 유품정리회사(고인의 사망 흔적 및 유품을 수습, 정리하는 회사), 무연묘(자손이나 유족 등 지켜줄 사람이 없는 무덤), 임종노트(자신의 사후처리를 미리 기록해 두는 것) 등이 신종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쓰레기나 가스, 수도 사용량 확인을 통해 독거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 등 다양한 생활 속의 대안이 등장했다. 일본 도쿄가스는 독거노인의 가스 사용 여부를 자녀나 친지에게 메일이나 전화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지자체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어 지역 내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응급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교육하기도 한다.
민간 비영리단체의 활동도 활발하다. 삶의 희망과 소속감을 잃은 사람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청년 커뮤니티인 '사나기다치'(번데기들)는 독거노인을 돌보고 행려사망 위험군에 있는 사람들의 자립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영리조직인 콜렉티브하우징 등이 주도하는 '콜렉티브하우스'(공동체주택) 운동도 주목받는 대안 중 하나다. 독거노인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의 독신, 혹은 편부모 가구 등이 임대주택단지에 모여 살며 주기적으로 식사를 함께 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이다.
외롭게 사는 사람들이 연대해서 고독감을 이겨내고 간병과 자녀양육 등의 돌봄서비스를 서로 제공해주는 새로운 마을공동체인데,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원순 시장 부임 이후 서울시도 '노인과 어린이가 함께 어울리는 열린 마을'을 지향하는 마을공동체사업을 역점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돌봄 결합한 노인복지 필요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초고령 사회인 스웨덴은 일본에 비해 고독사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치매 등 노인성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여러 노인들이 한 곳에서 생활하는 '그룹홈' 등이 1970년대부터 발달한 덕이 크다.
보통 한 집에 4~6명이 살고 1인 1실을 기본으로 하는 그룹홈 시스템은 가정적인 분위기로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성별이나 연령 등을 혼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도 한다. 여기에 모든 노인에게 기초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스웨덴의 연금 시스템이 경제적 안정을 뒷받침하고 있어 대부분의 노인들이 소외되지 않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노인들이 다른 독거노인을 방문해 말벗을 해주거나 아플 때 간병을 해주는 '노노케어'가 활발한 편이다. '인비져블(보이지 않는) 실버타운'도 주목할 만한 제도다. 특정지역의 노인인구 비중이 20~30%를 넘으면 비영리단체가 '자연발생적 은퇴공동체(NORC)'를 구성해 비상전화나 이동지원 등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독거노인의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에서 검증된 제도를 적극 수용하고,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공동거주제, 카네이션하우스, 마을공동체 등의 대안을 지역 사정에 맞춰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함께 노령연금제도의 정비를 통해 노인세대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등 경제적 안정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인 가구 시대의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시민단체인 한국1인가구연합의 송영신(41) 대표는 "고독사는 사회적 고려장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정책들을 보다 세밀하게 만들고 보편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또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고독사를 내 부모, 내 형제의 문제로 공감하고 강력한 해결 의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