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치뤄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13곳에서 당선되었습니다. '진보'라는 딱지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상식을 지키고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간다면 분명 우리 교육도 더욱 발전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그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할 지점으로 '스마트 교육'을 제안합니다. 그간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선전해왔지만 '고비용 저효율, 친시장 반인간'의 대표적인 사례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세종시의 현장 교사 71명을 대상으로 전교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스마트 교육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종시는 초등학교 26곳, 중학교 13곳, 고등학교 8곳을 스마트 기기 활용수업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며 스마트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설문에 답한 교사의 93%가 교육청에서 초등학교 4학년 이상 학생들에게 1대씩 보급한 스마트패드를 수업시간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교사들은 스마트패드 사용이 부진한 이유로 '학습 효과 및 학생들의 활용 태도 문제'와 '접속 지연 및 전자칠판과의 원활하지 못한 연계'를 각각 26%로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전자칠판 등 전자기기의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높아 지속적으로 전자칠판을 사용하면 건강에 걱정이 된다는 교사도 70%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스마트 교육이 교사와 학부모 등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할 때부터 예견된 것입니다. 스마트 기기를 많이 사용하면 학습능력이 떨어집니다. 어디 있는지 알기만 하면 되는 인터넷, 집중력이 분산되는 멀티태스킹과 역동적인 미디어에 익숙해진 학생들의 사고방식이 얕고 가벼워지기 때문입니다.
어느 교사는 기말고사 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톡만 하는 것을 보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공익광고에서도 스마트폰을 꺼두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라는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교과서 대용으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을까요? 저는 그 답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발간한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0년 10월 삼성경제연구소는 '태블릿 PC의 충격과 미디어의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했을 때 수천억대의 스마트기기를 팔 수 있다며 정부에 스마트 교육 환경의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쌍방향 교육과 자기주도학습 등 스마트교육 논리의 근간을 제시한 것도 삼성입니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11년 5월 말 MB는 스마트 기기를 교과서 대신 사용토록 하는 '스마트 교육 추진전략'을 승인합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스마트 교육은 수혜 대상이 줄고 예산지원도 위축되긴 했지만 지역교육청에서 실적을 내기 위한 '브랜드'로 활용하면서 여전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연구결과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면 창의성이 떨어지고 학습능력도 저하된다고 밝혀졌는데 왜 우리만 스마트 기기를 교과서 대신 사용하길 고집하고 있을까요? 2016년에는 스마트 러닝 시장 규모가 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학생들을 시장의 먹을거리로 보는 기업의 시각이 아닌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입장에서 스마트교육의 교육적 효과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장밋빛 환상으로 겉만 '스마트'한 게 아닌 상식이 통하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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