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영이네 가족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김진석 작가
안형준
"혹시 사진 찍는 분들이세요? 이야기를 엿들어 미안합니다. 혹시 가족사진도 찍나요?"
다들 얼굴이 벌겋게 취해 가게를 나서는 순간 가게 주인 정병만(56)씨가 말을 걸었다. 갑작스런 대화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다시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사진을 찍고 싶은데 아이가 몸이 좋지 않아 집밖에 나갈 수 없어 집에 와서 촬영해줄 수 있느냐는 제안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얼마나 아프다고 가족사진 한 장 못 찍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듣고 집에 가려 했다. 하지만 선생인 김진석 작가가 "네 알겠습니다. 제가 사비를 들여서라도 촬영하겠습니다"라는 말을 건넸다. 나는 속으로 '왜 사서 고생을 하나'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선생이 일을 나서서 하면 내가 사전 준비로 피곤해지는 까닭에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도착해서 자려는 순간 선생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사전 취재 해봐."며칠 뒤 대학로 감자탕 가게를 다시 방문했다. 정병만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화영이(18)는 태어날 때부터 중증 뇌성마비를 앓았다. 유년기에는 휠체어에 앉아 생활했지만, 5년 전부터 면역력이 약해져 합병증으로 기도 삭관과 유관 수술을 한 까닭에 온종일 누워서 생활하고 있다.
화영이를 만나기 위해 가게 측면 작은 통로로 들어섰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가정집이 나타났다. 거실과 방 한 칸, 화장실로 이뤄진 집에 네 명이 살고 있었다. 방에 들어가니 화영이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마침 아동발달 센터에서 나와 화영이의 몸을 마사지하고 있었다. 누워만 있다 보니 근육이 약해지고 뼈가 굳는 까닭에 주기적인 마사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둘째 학교에서 가족사진을 제출하라는데 최근에 찍은 사진이 없어서 각자 사진을 오려 붙여 제출했어요. 그게 제일 마음 아팠습니다."화영이 침대 위에 가족사진 한 장이 걸려 있었다. 15년 전 화영이가 세 살 때 찍은 사진이다. 화영이네 가족 모습은 15년 전에 머물러 있었다. 정병만씨가 사진을 보며 "아이가 저렇게 누워 있으니 거실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힘들다"라며 "집안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싶은데 딱히 부탁할 곳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설명을 들은 후 철 없는 생각을 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기자가 되겠다고 행동했던 지난 2년이 허무하고 쓸모없이 느껴졌다.
10분 안에 찍어야 하는 가족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