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제대로 일하고 있나?

[얀코의 게임잡탐 10번째 이야기]

등록 2014.11.11 15:52수정 2014.11.1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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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게임물관리위원회(아래 게임위)는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내고 있다. 1월에 한 부장이 여성 사원의 어깨에 손을 올린 사건으로 사표를 제출하였고, 7월에는 회식자리에서 남성 사원의 팔을 묶은 뒤 강제로 상의와 하위를 벗긴 일로 총 5명에 직위해제되었다. 또, 10월에는 간부가 여성 사원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발언을 여러차례 한 것이 밝혀져 감사에 착수 중인 상황이다. 한 공공기관에서 1년에 3번이나 직장 성추행 사건이 터진 것이다.

게임위를 향한 비판들

게임위는 올해 일처리에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다. 지난 8월에는 페이스북 게임을 '모바일 게임은 되고 PC게임은 안된다는 이중잣대'로 규제하면서 많은 게이머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스팀 규제와 관련해서 줏대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역시 게이머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게임위가 출범 초기부터 현재까지 신뢰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위가 출범될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면, 당시에는 게임에 대한 등급 심의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맡고 있었다. 그러나 영등위의 게임 심의와 관련된 비리가 여러차례 밝혀지고 거기에 바다이야기 파동이 벌어지면서 부랴부랴 만들어진 것이 현재의 게임위였다.

게임위는 출범 당시 민간 이양을 전제로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 법사심의 소위에서 문화체육부와 게임위는 '국고지원 없는 민간권한이양 자율 심의'를 2005년, 2007년, 2009년 총 3번에 걸쳐 약속을 했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문화체육부는 2011년 11월, 게임위 국고지원 만료 시한을 두달 앞두고 게임위를 영구조치할 수 있는 게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리고 2013년 12월 12일에 와서야 게임문화재단이 민간 심의기관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게임위는 존속되고 있으며 국고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점때문에 게임위는 국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격받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성추행 사건을 예로 들어 강하게 비판하였고, 2007년 이후 계속해서 게임위에 대한 비판을 해왔던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게임위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게임위에 대한 불신은 결국 게이머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의 스팀 검열은 이러한 불신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한 가지 좋은 예로 구글 스토어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번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은 구글 스토어의 관리가 소홀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게임위는 "향후 악의적으로 유해 콘텐츠를 유통하거나 방만하게 관리한다고 판단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면서 원론적인 답변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구글 스토어는 최근 국정 감사에서 지적당한 바 있다
구글 스토어는 최근 국정 감사에서 지적당한 바 있다구글 스토어

통제되지 않는 게임들


필자가 구글 스토어에서 다운받아 플레이했던 컴투스의 전 연령 가능게임 '사커스피리츠'는 이곳에서 콘텐츠 수위가 중(中)인 평범한 게임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게임을 찬찬히 파고 들면 성적인 묘사가 지나친 게임 캐릭터와 대사를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 게임에서 획득할 수 있는 캐릭터인 헤르모드의 대사는 "으흥~ 이 정도론 부족해~", "너무 거칠어..." 등의 성적인 묘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러스트 역시 어린 청소년에게 부적합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은 이 캐릭터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에게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이 게임은 도박적인 요소가 강한 편으로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구입하려면 전체 카드가 나오는 팩을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이 얻고 싶은 카드가 바로 나오기는 매우 힘든 편이며 원하는 카드가 나올 때까지 뽑기를 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절제력이 부족한 청소년에겐 맞지 않는 부분이며 중독적인 요소가 강해서 제재가 필요해 보였지만 안드로이드폰을 가진 사용자라면 누구나 설치가 가능했다.

게임의 성적인 묘사나 도박같은 요소를 게임에 넣지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은 누군가에겐 가려져서 제한되어야할 컨텐츠라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게임위가 담당해야 하는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하지만 게임위는 구글 스토어에게 책임을 전가할 뿐 자신들은 그저 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위, 바뀌어야 한다

현재 모바일 게임시장에선 위와 비슷한 게임들이 제한없이 청소년에게 쉽게 노출되고 있으며, 게임사들은 규제없는 시장속에서 과도한 경쟁으로 더 자극적이거나 중독적인 게임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언론이 편향되게 보도하면서 게임 자체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하게 된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게임업계 종사자들과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양쪽 모두다.

이제는 게임위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보여주길 바란다. 정부는 게임강국이라는 번지르한 말만 앞세울 게 아니라 게임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과 비전을 내세워서 게임업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게임위가 나서야 한다. 게임위가 합리적인 심의와 규제로 게임업계를 바르고 건강하게 키워줄 도우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조완호 시민기자의 개인홈페이지(http://anacreon.tistory.com)에 실린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얀코 #얀코의 게임잡탐 #사커스피리츠 #게임물관리위원회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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