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합류한 정동영
이희훈
국민의당의 미래에 대해 과거 한국정당사를 기반으로 많은 예측성 기사들이 쏟아졌다. 안철수 대권플랜에 방점을 둔 13대 총선 평화민주당과의 비교(참조기사 : '안철수의 국민의당, 제2의 평민당 될까' 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83197), 국민의당의 정치환경적 조건에 집중한 14대 총선에서의 통일국민당과의 비교(참조기사: '국민의당, 안철수 없이도 성공할 수 있을까' 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74383) 등이 그것이다.
II. 전국정당의 조건 '지역-이념 동맹' 체제. 그리고 17대 총선의 새천년민주당국민의당은 여전히 전국정당을 목표로 하고있다고 판단되며, 현재 정치체제 전체를 바꿀 것을 천명했다. 그러나 호남에 대한 당력 집중과 서울-수도권에서의 후보 등록상황을 보았을 때, 국민의당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위치를 차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국민의당은 이를 위해 어떤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한국정당사에서 전국정당의 위치를 차지했던 모든 정당들은 지역-이념 동맹 체제를 구축해왔다. 호남-진보, 영남-보수라는 축을 구축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 계 정당은 호남의 지지와 수도권, 충청의 진보적 유권자의 지지를 통해 세력을 구축했고, 민주자유당 계 정당은 영남을 중심으로 수도권, 충청의 보수적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냈다. 민주노동당 계 정당들 역시 이념이 최대 근간이라는 특수한 경우이지만, 울산과 창원, 거제, 성남 등의 노동자 중심 지역의 탄탄한 기반 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근거가 탄탄했던 정당이라고 할지라도 지역-이념 중 하나의 축이라도 상실되면 전국정당의 지위를 단숨에 빼앗길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7대 총선에서의 새천년민주당이다. 새천년민주당은 탄핵 사태 이전 61석으로 원내 제2당이었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5석, 비례대표 4석만을 얻어 민주노동당에 이어 원내 4당이 되었다. DJ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정당이 이렇게 급속하게 무너진 원인은 지역-이념 동맹 중 이념 축이 붕괴되었고, 이것이 지역 축까지 무너뜨린 지점에 있었다.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진보' 성향은 열린우리당이 선점하게 된다. 정책적인 측면을 고려하자면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정풍운동 주역들과 유시민 등, 진보적 브랜드가 강한 정치인들이 대거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였고, 구주류 정치인들이 잔류하게 되면서 새천년민주당의 진보적 이미지는 열린우리당에게 빼앗긴다.
또한 17대 총선에서 최대, 더 나아가 거의 유일한 이슈는 '탄핵'이었다. 강원택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일수록 탄핵에 반대하는 성향이 짙었다. 그러나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한 축이 되면서 진보적 색체를 완전히 상실했다.
결과적으로 새천년민주당은 지역주의 정서가 약하고, 이념과 이슈선거 경향이 강한 수도권에서 참패했다. 또한 새천년민주당의 진보적 색체 급감은 DJ를 통해 정치사회화된 호남의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지지 철회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새천년민주당은 호남, 그 중에서도 진보성이 옅은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지지만을 얻을 수 있었고 선거에서 참패를 맞이했던 것이다.
III. 지금의 국민의당. 새천년민주당이 보인다현재까지의 국민의당을 보면 위에서 언급한 새천년민주당의 모습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영입전략의 성공은 진보적 브랜드의 강화와 참신성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진보적 색체의 강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책적 차원과 영입인사들을 세밀하게 분석하면 더불어민주당이 확실하게 좌클릭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자신이 보수임을 내세운 적이 있으며,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영입 문제 등이 그 사례이다. 그러나 정당 브랜드는 확실히 진보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당 역시 몇가지 실책을 제외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책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창당 초기에는 진보적 색체를 자주 드러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에서 이반된 것으로 보이는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상진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 이상돈 위원장의 영입,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의 입당과 출마는 기존의 진보적 색체마저 약화시켰다.
국민의당은 보수와 진보 그 어디에서도 뚜렷한 이념적 포지션을 가지지 못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초기 새누리당 지지층 잠식효과도 사라지고, 수도권과 충청, 넓게는 영남지역의 진보적 유권자들의 외면 역시 유발했다.
국민의당 정당 지지율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하향세가 분명하다. 또한 국민의당은 호남에서도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에게만 지지를 받고 있다. 새천년민주당의 2004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창당 초기부터 합리적 진보와 보수 모두를 아우르는 정당이 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현재 양당 체제 자체를 바꿀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진보적 색체를 보이는 호남에서 분명한 반작용을 낳았으며, 보수적 색체가 강한 영남에서의 지지율 확장을 차단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위와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민의당의 2016년은 새천년민주당의 2004년이 될 것이라 예측된다.
IV. 국민의당이 사는길. 자유민주연합의 길국민의당과 같은 위치에 있었지만 꽤나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했던 정당이 있다. 바로 JP의 자유민주연합이 그것이다. 자유민주연합과 그 전후의 충청권 정당들은 JP-충청이라는 지역기반을 중심으로 16~19대 총선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국정 파트너로서 영향력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