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알바는 근로계약서 한 장 제대로 쓰지 못하고, 참 쉽게 해고당한다. 편의점, 영화관,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알바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처럼 취급된다. 고충을 토로해도 '쉽고 편한 일' 아니냐며 무시당하기도 한다. 혹은 '힘들면 그만두라'는 비아냥을 듣거나."
오마이뉴스
- 병원은 갔나?"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병원은 무슨. 알바하는 청년 중에 부모님이 병원비 대주지 않는 이상, 병원 못 가는 사람 많을 거다. 내가 써야 할 돈이 이미 다 정해져 있는데, 거기서 어떻게 병원비를 추가로 부담하나. 자기 몸 아픈데, 병원 안 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나. 못 가는 거다."
- 안타깝다. 그렇게 일해서 받는 돈이 한 달에 얼마나 되나?"방학 때는 40만~50만 원을 벌고, 학기 중에는 20만 원 정도를 번다. 오래 일해도 최저임금이니까 금액이 적다. 버는 돈은 교통비·통신비·밥값·생활비로 다 나간다. 솔직히 말해서 알바해서 등록금을 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등록금을 내려면 '알바하고 자고 알바하고 자고' 그런 생활밖에 못 한다. 지금 대학 다니면서 받은 대출이 1500만 원이다."
- 한 달에 20만 원으로 생활이 되나?"안 된다. 그래서 방학 때 번 돈을 아끼고 아껴서 생활한다. 학기 중에 통신비 연체된 걸 방학 때 갚고, 생활비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해서 학기 중에 쓴다. 저축이라고 하니 '몇십만 원' 이럴 것 같아 보이는데(웃음), 나에겐 5만 원 저축하는 것도 큰 거다."
- 돈이 정말 없을 땐 어떻게 하나?"휴대전화에 소액 결제가 있지 않나. 지금 당장 돈이 없을 땐, 편의점에 가서 김밥이나 라면 같은 걸 휴대전화 결제로 산다. 일단 당장 배가 고픈 건 해결되니까. 물론 다음 달에 바로 갚아야 하는 금액이지만, 일단 하루하루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밀리고 밀리다가 휴대전화를 정지당하고, 방학 때 갚고. 그런 삶의 반복이다.
돈 때문에 미치겠다는 말은 결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진짜 미친다. 천 원이 없어서 밥을 못 먹고, 백 원이 없어서 지하철을 못 탄다. 알바를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 얘기를 들으니, 햄버거를 맛있게만 먹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인터뷰의 공동연재 제목이 '일하는 청춘, 꿈꾸는 노동'인데, 당신의 꿈이 무엇인가?"글 쓰는 사람이다. 내 안에서 풀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지고 싶다. 알바를 하는데 왜 계속 가난하지?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된 거지? 계속 파고들면 들수록, 거시적인 사회문제라는 걸 알게 된다. 내 삶과 연관된 궁금증을 글의 형식으로 풀어나가고 싶다."
- 알바하면서 꿈꾸는 것, 힘들진 않나."취업 준비하면서 제일 힘든 건 열정페이다. 지금 하는 활동들 하나도 빠짐없이 다 열정페이다. 방송제작, 글쓰기 같은 것들을 하는데, 모두 한 번도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내가 뭔가를 고민하고 글을 쓰는데, 오히려 돈을 주고 일한 적도 있다. 친구들도 다 그런 소리 한다. '너 바보냐'고. '그 경력 한 줄이 뭔데'라고. 근데 취업하려면 그게 필요하더라."
-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에게 '알바'란 어떤 의미인가."처음 사회로 발을 내디뎠을 때, 만나는 것이 알바다. 그런데, 여기에 "왜"라는 질문은 하면 안 된다. 45초 안에 햄버거를 만들어내라는 매뉴얼은 이미 정해져 있고, 여기에 '왜요?'라는 질문을 하는 건, '네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를 의미한다.
나에게 '알바'는 살아가려면 부당함에 눈을 감아야 한다는 걸 체득하게 하는 존재다. 문제를 제기하면, 그 순간 내 삶은 치명타를 입는다. 계속 일을 하고 돈을 벌려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것이 알바다.
그래서 알바노조라는 곳에도 가입했다. 개인이 혼자서 바꿀 수 있는 점이 전혀 없다. 사람이 모였을 때, 변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 알바노조가 알바노동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결과들을 많이 만들어내서, 힘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 말을 하는 박윤이씨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부당함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을까. 알바의 삶은 값싸게 쓰이고, 쉽게 버려지는 존재이니까?
흔히 알바는 근로계약서 한 장 제대로 쓰지 못하고, 참 쉽게 해고당한다. 편의점, 영화관,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알바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처럼 취급된다. 고충을 토로해도 '쉽고 편한 일' 아니냐며 무시당하기도 한다. 혹은 '힘들면 그만두라'는 비아냥을 듣거나.
윤이씨는 인터뷰 중에 '맥도날드가 표준이 됐다'는 말을 했다. 맥도날드가 동네에 있는지는 도시와 시골을 나누는 기준이 됐으며, 패스트푸드 업계 시스템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의 자랑인 빠른 서비스는 업계 표준이 됐다. 맥도날드가 무언가를 하면, 다른 업체들도 한다. 맥도날드의 효율은 다른 곳에서도 효율이다.
아쉽지만 삶에는 효율이 없다. 돈이 없는데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이 효율일까. 아니면 당장 다음 달에 지불해야 하는 돈인 걸 알면서도 오늘 먹을 밥을 위해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하는 게 효율일까. 업계 표준이라는 맥도날드는,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삶도 '최저임금'에 맞추는 식으로 표준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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