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병드는 감정노동자들
pixabay
-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준다고 이야기했다.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표정이 안 좋다', '불친절하다'는 주로 얼굴에 관한 항의를 받아봤다. 고객이 컴플레인을 걸면 그 여파가 나에게 그대로 온다. 손님이 담배 연기를 내뿜어도, 컴플레인을 걸면 나는 매니저 앞에서 할 말이 없어진다.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되어 버린다."
- 매니저한테 많이 혼났나?"정말 많이 혼났다. 입사하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였나. 너무 피곤해서 무표정으로 주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근데 솔직히 하루에 정말 많은 손님을 대하는데, 어떻게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을 수가 있나. 손님이 나한테 기분 안 좋게 대하면 나도 저절로 기분이 나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매니저는 '미스터리 쇼퍼'라는 제도가 있다면서, 항상 웃어야 한다고 하면서 혼내더라. 알바가 명찰을 다는 이유는 손님이 컴플레인을 걸 때 누구인지 알게 하려고 다는 거라면서 그랬다. 그래서 명찰을 깜빡하고 안 달아도 혼낸다."
- '친절하게 웃어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 같다."화장하고 오라, 이런 건 다른 알바에 비해선 심한 편은 아닌데, 대신 '친절'을 심하게 강요한다. 항상 웃고 항상 친절하게 대하고. 친절도 체크도 한다. 업무 매뉴얼에도 '밝은 목소리를 사용한다. 신나고 친근해야 한다', '스마일, 친절한 목소리,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라고 적혀 있다.
하루는 중년 아저씨 손님이 왔었는데, 나한테 '너 표정이 그게 뭐냐'면서 혼내시더라. '회사가 잘 돼야 너도 잘 된다'라고 하셨다.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일해야 하는 건지. 그런데, 나는 살려면 일을 해야 한다. 그만두지 못하고 그냥 참으면서 일하는 게 너무 서러웠다. 생긴 건 어쩔 수 없는 건데, 외모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도 싫다."
- 그런 상황에서도 웃어야 하는 게 마음 아프다."'하하…, 네'라는 말 밖에 못한다. 속으론 울고 싶은데 겉으론 웃고 있다. 손님이 진상을 부려도 나는 알바니까 참아야 한다. 손님이 막말을 해도, 욕을 해도 회사는 손님 편이지 내 편이 아니니까."
"아마도 평생 알바 자리를 전전하지 않을까..."- 알바를 언제까지 할 건가?"지금 당장은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아마 평생 알바 자리를 전전하지 않을까 싶다. 알바를 안 할 때는 토익 공부를 하고 있기는 한데…. 꿈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지금보다는 좀 더 낫게 살고 싶어서. 살려고."
- 알바비는 주로 어디에 쓰는지?"일주일에 5~6일 일하는데도, 한 달에 70만 원 정도밖에 못 번다. 일단 방세가 30만 원이다. 전기요금, 공과금해서 5만 원. 핸드폰 요금 나가면. 실제로 제가 쓸 수 있는 건 한 25만 원 정도 밖에 없는 상태이다. 그걸로 식비하고."
- 알바 말고 하고 싶은 게 있나?"애인이랑 연애 좀 하고 싶다! 알바 때문에 데이트할 시간이 없다. 지금 데이트를 한 달에 한 번 하고 있다. 애인이랑 맛있는 음식 좀 먹으러 가고 싶다. 햄버거 말고.
알바에 관해서는, 얼마 전에 동료가 손에 화상 입어서 파란색 밴드를 덕지덕지 붙이면서 이런 말을 하더라. '제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맥도날드에서 일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매니저는 '맥도날드에서 화상을 입는 건 훈장이지'라고 말했다. 그냥, 내 옆에 있는 동료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에게 알바는 어떤 의미인가?"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 살기 위해서는 어쨌거나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지금 내 상태는 정말 돈 없는 가난한 대학생 청년이니까,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알바 밖에 없다. 미래도 없고,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지금 상태에서는 맥도날드 알바를 쭉 할 것 같다. 이 세상에 편한 알바는 없다고 생각한다(단호). 다 똑같기 때문에 그나마 최저임금 주고 주휴수당 일자리면 다행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