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부족해서 그래"란 말을 듣는다면...이 책은 어떨까

브레네 브라운의 <마음가면>

등록 2017.01.06 12:33수정 2017.01.0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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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브레네는 수치심 회복탄력성이 약하면 술, 담배, 음식, 바쁘게 살기처럼 삶 전반에 강박과 중독 증상이 나타나거나, 스스로를 수치심이라는 고통에서 보호하기 위해 슬픔과 외로움 같은
# 장면 1
작년에 트위터에서 '초멘나사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초'면+'멘'션+고멘'나사이'(일본어로 죄송합니다)를 합친 단어다. '초면에 멘션을 보내 죄송하다'는 뜻으로 처음에 멘션을 보낼 때 '실례합니다'같은 인사말로 쓰였다

# 장면 2
취업을 못 한 20대 청년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아무리 청년실업률이 높다고 해도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은 어떻게든 취직을 하는데 왜 나만 못하고 있을까?',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데 내가 과연 어른인가, 온전한 성인인가?'란 질문이 청년의 머릿속에 맴돈다.


# 장면 3
신입 사원이 회의에서 의견을 내고 싶지만 참고 있다. 팀장이 수평적으로 회의를 진행하자고 하지만 반박하는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경험과 연륜을 봤을 때 그런 말을 해도 되는지 눈치가 보이고, 주위의 은근한 압박도 있다.

이 세 장면을 관통하는 문장이 혹시 떠오르는가?

나에겐 '주위의 반응, 사회의 기준을 지표 삼아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트위터는 애초에 낯선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해 만들어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그러면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그 일이 죄송스러운 걸까? 예의라고 보기엔 과하지 않나?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요즘 취업이 안 된다고, 돈을 못 번다고 온전한 성인이 아닌 걸까? 온전한 성인, 어른의 기준은 무엇이고 그 기준은 누가 만든 건가?

수평적인 회의는 무엇인가? 회의는 기본적으로 각 개인의 생각을 모아 한 개인이 생각할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각 개인이 말할 수 있는 정도만 말하면 되는 것 아닌가? 수평적이라면 더욱 경험, 연륜에 상관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 장면씩 깊게 파고들어가 보면 묻고 싶은 게 많아진다. 그런데 이 장면들, 낯설지가 않다. 각 장면들에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한 번쯤은, 아니 꽤 자주 주위 사람들의 말과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기준을 바탕으로 나를 평가했다.

우리는 왜 주위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할까? 이런 가치 판단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까? 우리는 이 영향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전문가처럼 조언을 하거나 친구처럼 응원을 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마음가면>이다.


사랑, 소속감, 취약성, 수치심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학자

a (주)도서출판 길벗, 브레네 브라운 지음, 안진이 옮김, <마음가면> <마음가면>표지

(주)도서출판 길벗, 브레네 브라운 지음, 안진이 옮김, <마음가면> <마음가면>표지 ⓒ YES24

<마음가면>의 저자인 Brene Brown(브레네 브라운, 이하 브레네)는 사랑, 소속감, 취약성, 수치심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학자다. 브레네는 사회복지학을 연구하다 인간의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어짐(connection)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사람은 타인과 사랑을 주고 받고 소속감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브레네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고 싶어서 타인의 반응을 신경쓰기 쉽다.

한편 이어지기 위해선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온 마음을 다하며' 사는게 필요하다.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하며 살기 위해선 취약성을 포용하고 수치심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주위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할 때 우리는 수치심을 느끼며 취약성을 통제하고 싶어지고 수치심 회복탄력성이 약해진다.

여기서 취약성이란 불완전함, 위험, 감정노출을 말한다. 즉 당신이 말하거나 행동을 했을 때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모르고, 위험이 생길 수 있고, 당신의 감정이 노출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한 기업의 CEO일 때 직원들에게 다음 달 월급을 줄 수 없다는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면 당신은 취약성을 느끼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당신이 그 이야기를 했을 때 직원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고(불완전성),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 두는 것과 같은 경제적 위험이 생길 수 있고(위험), 당신이 느끼는 불안을 직원들이 알 수도 있는 것이다.(감정노출)

수치심은 당신이 다른 사람과 연결될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마음(넌 부족한 사람이야. 충분하지 못 해)이다. 그리고 이 마음을 다룰 수 있는 원리가 있는 데 그것이 '수치심 회복탄력성'이다.

브레네는 수치심 회복탄력성이 약하면 술, 담배, 음식, 바쁘게 살기처럼 삶 전반에 강박과 중독 증상이 나타나거나, 스스로를 수치심이라는 고통에서 보호하기 위해 슬픔과 외로움 같은 부정적 감정 뿐만 아니라 기쁨과 같은 긍정적 감정도 마비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치심 회복탄력성을 기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브레네는 취약성을 끌어안으며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수치심이 자신에게 강요하는 기준이 실현가능한지 그리고 스스로 원하는 건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치있는 사람(이 정도면 충분해)이라는 것을 느껴보라고 제안한다. 브레네의 말을 더 들어보자.

'네가 부족해서 그래' 문화에 대항하는 방법은 풍요롭게 사는 것이 아니다. '늘 뭔가 부족하다'의 반대말은 '풍요롭다'도 아니고 '무한정 많다'도 아니다. 부족함의 반대말은 '충분함'이다. 나는 충분함 대신 '온 마음 다함(Wholeheartedness)'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이 바로 취약해지기와 자아 존중하기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더라도 감정을 드러내는 것. 지금의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 - <마음가면>, P45

한국은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살기 쉽지 않는 사회다

한편, 책을 읽으며 한국 사회에선 수치심 회복탄력성을 갖기가 참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자존감을 유지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살기 쉽지 않은 사회다.

어렸을 때부터 성적 순으로 줄을 세우며 가치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교육, 나와 다르면 배제시키고 배척하는 문화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타인과 비교하며 진솔한 모습을 숨기게 만든다.

그리고 경제적 압박과 여러 인재들을 겪으며 생존과 안전에 대한 위협을 피부로 느끼는 수위도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불완전하고 위험할 수 있고 감정 노출까지 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라니.

그러나 브레네의 제안은 진솔하다. 그는 취약성을 끌어안고 매 순간 시도한다고 해서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뀐다고 하진 않는다. 창의성이 높아질 수도 있고 삶에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단지 타인과 연결되며 소속감과 사랑, 충만함을 느낄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이 취약성에 온 몸을 내던지며 수치심에 좌절하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연결되었던 모험담을 들려준다.

한때 나는 내가 잘만 하면 취약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취약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상황을 통제하려고 했다.

전화벨이 울리고 상상 밖의 소식을 들을 때, 뭔가가 두려울 때,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감사와 기쁨보다 그 사람을 잃을까봐 두려운 마음이 앞설 때, 그럴 때마다 나는 상황을 잘 관리하고 주위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폈다.

뭔가를 느낄 에너지가 남지 않을 때까지 분주히 움직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내 마음 속의 상처와 두려움을 정직하게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밖에서 보면 나는 용감한 사람이었지만 나의 내면은 겁에 질린 상태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알게 됐다. 나의 가면은 너무 무거워서 계속 끌고다니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그 가면이 내게 해준 것이라고는 나 자신을 알지 못하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진짜 모습을 알리지 못하게 한 것 밖에 없었다. 가면은 나에게 몸을 웅크리고 자기 뒤에 조용히 숨어있으라고 명령했다. (중략) 그렇게 숨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었다. - <마음가면>, P75

이렇게 솔직하게 쓴 글쓴이의 용기가 독자에게 전달되면서 그 자체로 응원이 된다. 브레네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 스스로를 취약성 속에 던져보자고 마음 먹었다. 브레네의 용기도 영향을 주었지만 결국 양자택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취약성 속으로 걸어들어가거나 멈추거나. 그렇다면 계속 걷는 게 어떨까? 적어도 다음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을까? 멈추면 멈춘 그 상태에 머물지만 시도를 하면 조금씩 사랑, 소속감, 충만함, 행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내 질문에 대한 브레네의 답을 들어보자.

안타깝지만 공짜로 취약성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세상에 없다. 우리는 일상적인 경험 속에 촘촘히 박혀 있는 불확실성, 위험, 감정 노출을 선택적으로 피해갈 수 없다. 삶 자체가 취약한 것이다. (중략)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반드시 부딪히는 난관이다. 설령 우리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관계를 의도적으로 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살아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살아있다는 것은 취약성이 있다는 뜻이다. - <마음가면>, P62

취약성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불확실하고 위험하고 감정이 노출되는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이다. - <마음가면>, P61

여러분이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 지 궁금하다.

마음가면 - 숨기지 마라, 드러내면 강해진다

브레네 브라운 지음, 안진이 옮김,
더퀘스트, 2016


#취약성의 힘 #수치심에 귀 기울이기 #수치심 회복탄력성 #TED #브레네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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