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의 조치에 따라 조개구이촌 자리에는 시멘트가, 그 외 공영 주차장 부지에는 아스팔트가 깔려있다.
강다현
하지만 영업허가에는 조건이 있었다. 구청은 상인들에게 각서를 요구했다. 구청이 공공사업 목적으로 철거를 요구하면 상인들이 30일 이내에 자진 철거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선택지는 영업 종료뿐인 상황에서 생계를 포기할 수 없었던 상인들은 구청의 제안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각서는 구청이 상인들에게 자진 철거를 요구한 근거 가운데 하나다. 김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예전에 어머님들이 장사하실 때, 젊은 사람들이 없을 때 구청에서 '필요할 땐 비켜달라'는 각서를 안 쓰면 장사를 못 하게끔 한 거예요. 그때는 각서를 적어야만 장사를 할 수 있다니까, 장사를 못 하는 것보다야 일단 할라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니까. 반강제적인 각서를 받아놓고 그 각서 타령을 하는 거예요."각서 작성의 문제, 그에 따른 애매한 법적 구속력에도 불구하고 구청은 선심 쓰듯 시간을 더 주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부산 서구청 담당 직원은 기자와 통화 중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음 날짜를 지정해서 2차 계고장을 보내는 방법이 있고, 그렇게 하지 않고 바로 철거를 할 것 같으면 철거 날짜를 정해서 행정대집행 영장을 보내는 방법이 있는데요. 지금은 조금 더 시간을 주고 있는 중입니다." (부산 서구청 안전총괄과 도로관리 업무 담당 직원)관광지 개발과 구민의 생계, 무엇이 중요할까 상인들은 현재 암남공원 부지에서 오랜 기간 상권을 조성해온 만큼 터를 지키고 싶다. 이들의 단호함에 구청이 암남동 송남시장으로의 이전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상인들은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반쪽짜리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빈 점포가 몇 없는 탓에 구청은 상인들 가운데 생계가 어려운 소수만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업지에서 약 2.65km(버스 정류장 6개, 도보 30분 거리)나 떨어져 있는 것도 문제였다. 이후 상인들은 자동차 20대가 매일 24시간 주차하는 비용을 달마다 지불할테니 지금의 장소를 지켜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오히려 구청은 가능한 법적 근거를 모두 들어 강제 철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조개구이촌 부지의 약 20%는 상인들이 합법적 계약을 맺은 땅이지만 구청은 그곳에서조차 영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상인들은 해당 부지의 소유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국유재산 사용·수익허가 계약을 맺어 2020년까지 자유롭게 땅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를 막는 구청은 "(캠코로부터) 대부를 받은 것과 별개로 공원 지역에는 어떤 건축물을 설치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구청의 행정이 '일단 없애고 보자'는 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구청은 지난 10월 "주차장 20면 만들고자 조개구이촌을 없애냐"는 온라인 민원에 "철거 후 그 부지에 어떤 시설이 들어서기 전까지 주차장으로 활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 답변에 따르면 구청은 정확한 계획도 없이 상인들의 철거를 요청한 셈이다.
그렇다면 구청이 조개구이촌의 영업을 막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의 의문에 구청은 "제일 큰 목적은 환경 개선"이라며 "관광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조개구이촌이) 환경적으로 미관이 안 좋기 때문에 철거를 하려는 것"이라고 단호히 답했다.
그러나 서구의 관광지 개발에 난색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그 이유로는 사업성을 면밀히 따지지 않는 개발, 그로 인한 환경파괴 등이 언급된다. 실제로 송도 해상케이블카 복원 사업은 시행사가 선정된 뒤에도 1년 반 동안 표류했는데, 초기 예상보다 200억 원 늘어난 사업비에 시행사가 사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구청이 사업 면면을 처음부터 꼼꼼히 살피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하여 송도 해상케이블카는 2013년 사업 발표 이후 무려 3년이 지난 2016년 3월에서야 착공했다.
다른 관광 개발 사업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2014년 3월 구청이 발표한 '송도 해양관광벨트 사업'은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그중 '부산 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1월 예산이 확정되었고,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은 사업성 논란에 휘말리다 현재 감감 무소식이다. 이렇듯 송도 일대의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임에도 구청은 환경 개선을 이유로 대책 없이 조개구이촌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살고 싶은 행복도시' 부산 서구, 슬로건에 떳떳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