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개막식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조선일보 성형주 기자
대담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함재봉 원장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앞으로 던질 질문에 대한 답변에 1분씩만 할애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신속하게 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순간만큼은 사회자와 초청연사만이 무대에 있었다. 청중은 웃었다.
- 중동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한다."기억하기론 본인이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수도)에 방문했을 때 혹자가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에 예상하지 못했던 일 중에 가장 놀라웠던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본인은 '아랍의 봄'이라고 답했다. 아마 아랍의 봄이 발생할 것을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시 전세계는 중동의 일부 국가에서 비정상적으로 경영되는 경제, 정부의 부패와 무책임, 젊은층의 높은 실업상황,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의 발호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러한 상황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다. 튀니지 혁명 이후 전세계인들은 더 나은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타흐리르 광장(이집트 수도 카이로 소재)에서의 혁명과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하야 이후에도 전세계인들은 과거에 일어나지 않았던 정치적 변화를 기대했다고 생각한다. 이와는 달리 전세계인들은 시리아와 같은 일부 경우에서 종파를 둘러싼 거대한 정치적 규합들을 목격했다.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갈등은 더욱 극심해지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라크침공이 이러한 양상 강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세계는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발호를 목도했다. 비록 ISIL은 실제적인 위협이라기보다는 징후에 가깝지만 중동 일부지역에 있어서 사회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정도의 위력을 보였다. 따라서 현재 세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ISIL과 테러분자들을 격퇴시키고 그들의 소통망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자국민의 일상적인 요구에 부응하도록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를 지닌 정부를 도와야 한다. 이러한 원조를 통해 해당 국가들의 문맹률은 낮아지고, 경제는 이전보다 효율적으로 경영될 수 있으며, 이슬람과 근대화 간의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이슬람과 근대화의 갈등은 필연적이지 않으나 일부 이맘(이슬람 사원의 사제)과 성직자들이 이와 같은 갈등을 설파해왔다. 중동의 근대화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본다. 동시에 세계는 테러조직의 혐오 전파와 무고한 시민에 대한 살상을 차단하는데 집중해야만 한다. 바로 이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 간의 긍정적인 대화통로를 제공해야 하는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이런 대화통로는 꿈과 희망, 그리고 전통적인 삶과 관용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삶을 반영하는 이야기를 젊은 세대에게 전파할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언젠간 실현될 수 있다. 본인 스스로가 지구상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출신자이다. 인도네시아는 관용적이고 효율적인 국가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이다. 물론 인도네시아는 자국만의 문제를 안고 있고 폭력과 근본주의의 압력을 받고 있지만 긍정적인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전세계는 바로 그러한 사례들을 기반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극단주의로 인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미국에서는 다소 해결이 되었다. 우리 모두는 이런 문제를 바라보는데 있어 역사적인 관점을 견지하곤 한다. 중동에서 발생하는 무력충돌을 보면서 "중동은 항상 전쟁을 한다", "중동사람들은 폭력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약 6천만 명이 살해된 제2차 세계대전은 중동이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함 원장은 답변하는데 1분이 넘었다고 알리자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방대한 질문(great question)'이라 답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고 해명했다. 청중은 다시금 웃었다.
- 기후변화에 대해 30초 동안 답할 수 있는가?"1분 동안 답해주겠다. 한국은 인도나 중국, 그리고 여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공통된 행동을 저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훌륭한 파트너 국가였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에는 기후변화를 둘러싼 커다란 이견이 존재했으며, 그 간극은 메워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당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이 경제성장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부작용으로서 대기를 오염시켰으나 이제서야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을 자제시키려 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기후변화의 책임을 선진국에 넘겼고, 독자적인 행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6~8년간 순탄하지 않은 협상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인도 측에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펼치며 기후변화방지 노력에 동참할 것을 설득했다:
"미국은 중국이나 인도와 비교했을 때 1인당국민소득이 훨씬 높고 탄소배출량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억 이상의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가 기후변화방지에 동참하지 않고 미국이 밟았던 발전과정을 밟는다면 미국이 기후변화방지에 있어 어떠한 노력을 하든 소용이 없을 것이고, 결국엔 우리 모두 3미터 물 아래 잠기게 되거나 타죽을 것이다. 혹은 불모의 행성에서 거주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은 시 주석을 비롯해 나렌드라 모디 전 인도 총리, 그리고 유럽 동맹국, 일본, 한국의 정상들 덕에 성사될 수 있었다. 현재 미국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 낙심한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해서 지적할 두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파리기후변화협약이 규정에 의거해서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다. 둘째,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비밀 중 하나는 체약국들이 기후변화라는 문제를 인정하고 협력을 실시함에 따라, 과거부터 그래왔듯이,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항상 기술자와 과학자들의 독창성을 과소평가 해왔다. 목표가 설정되면 인간의 독창성이 이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은 동료에게 인도와의 기후변화협상에 있어 난점을 말한 적이 있다. 인도가 자국민들에게 전기를 제공함으로써 원활한 에어컨 사용을 돕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도에서는 수억 명의 시민들이 현재까지도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다. 인도와의 협상 당시 미국은 화석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함으로써 전력을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인도 측을 설득했다. 대통령 임기 말기에는 인도의 태양발전 증가율이 미국 측이 예상했던 수치를 훨씬 넘어섰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태양발전율이 10배 증가했고, 풍력발전율이 3배 증가했다. 전지기술의 발전 또한 가속화되고 있어 과거 청정에너지 사용을 제한했던 전기비축과 관련한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정 의제가 경제를 자극시켜 이에 맞춰 시장이 작동한다면 미국 연방정부가 해당 의제 해결에 소극적이더라도 의제는 살아남게 된다. 현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다고 해서 월마트가 미국 전역의 자사 건물에 설치한 태양광패널과 청정에너지 관련 장치를 즉시 해체하거나 엘론 머스크가 태양전지 생산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캘리포니아와 같은 주정부 차원에서는 현재까지도 청정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이다. 캘리포니아는 지구상에서 7번째로 강력한 경제력을 지닌 지역이다. 지역 차원에서 청정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 전세계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물론 미국 정부 고위관료들이 기후변화방지의 책임을 계속해서 인지한다면 청정에너지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가 단지 일시적인 리더십의 부재에 의한 현상이길 바란다."
- 난해한 질문은 항상 마지막에 오기 마련이다.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무슨 일을 하게 되든지 미셸(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이 행복해야만 한다. 그게 나에게 있어 최우선 목표이다. 본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차세대 리더십 양성이다. 이미 알겠지만 본인은 대통령 재임 시절 전세계를 여행하면서 그곳의 청년들과 만났다. 이후에 청년리더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청년들을 미국으로 초청해서 그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고, 인턴십과 장학금 제도를 통해 그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탄자니아의 시골에 건강진료소를 세우거나, 청정에너지 사업을 시작하거나, 갈등을 빚은 민족 간의 이해를 돕거나 여성의 교육과 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을 구상해낸 23살 혹은 25살의 근면성실한 청년과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일은 없다. 그러한 청년들의 이상과 창의성, 열정은 희망을 준다. 따라서 본인의 역할은 그들을 가르치고 재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며, 필요하다면 그들에게 재정지원을 하고 서로 교류를 하게 돕는 것이다. 그렇게 20년 혹은 30년 후 과거를 돌아보면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우리가 젊은 세대에게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회복불능의 정도로 세상을 파괴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지도자가 됐을 때 현존하는 국제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주요 국제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목적으로 매해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를 개최해 전세계 정경계 인사, 석학들을 연사로 초청해왔다. 올해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등 세계적 정치 지도자들이 해당 행사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