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공정 기술과 연계하여 소듐냉각고속로를 개발하고 있다. 2020년에 설계인가를 획득하고 2022년에 건설을 착수할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그러나 박종운(53)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재처리해서 생긴 플루토늄을 연료로 쓰면 (천연) 우라늄을 농축해서 바로 쓰는 것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재처리를 위한 고속로 건설비가 경수로 원전 건설비보다 2배 비싸다고 덧붙였다.
<재처리와 고속로>를 쓴 일본 마쓰야마대학 경제학부 장정욱(62) 교수도 2011년 일본 원자력위원회가 '재처리 비용이 직접처분 비용보다 2배 비싸다'고 발표한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 5일 <단비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파이로프로세싱은 소듐냉각고속로가 상용화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데 직접처분방식보다 경제성이 없다"며 "고속로는 개발을 시작한지 70년이 됐지만, 미국, 독일, 영국 등이 이미 개발 작업에서 철수할 정도로 경제성, 안전성 등 모든 측면에서 합리성이 없다"고 말했다.
파이로프로세싱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특히 재처리를 해도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은 여전히 발생하기 때문에 지하매장 등 직접처분이 이중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자력안전위원을 지낸 김익중(57) 동국대 의대 교수는 "재처리를 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플루토늄뿐이고, 우라늄 238은 자연계에 있기 때문에 재처리로 굳이 뽑아낼 필요가 없다"며 "(96%가 줄어든다는 원자력계 주장과 달리) 재처리로 줄어드는 사용후핵폐기물 양은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처리는 경수로의 사용후핵연료만이 대상일 뿐 월성원전에서 나오는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는 경제성이 더욱 낮아 재처리 대상이 되지 않는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누적 사용후핵연료는 중수로가 약 8000톤, 경수로가 약 7100톤이다. 즉 경수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남은 폐기물과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8000톤 이상은 직접처분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처리 연구 포기하고 영구처분장 제대로 찾아야"
김익중 교수는 "재처리 연구비는 모두 고준위방폐장 부지 선정과 관련된 기초연구, 기술연구로 돌려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국토를 대상으로 지질조사를 실시해 영구처분장 부지를 과학적으로 찾을 것을 제안했다. 장정욱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탈핵 일정을 확실히 정해서 최종 처분해야 할 사용후핵연료의 양을 정확히 가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은 육지 저장을 하고, 그동안 국민 동의를 얻어서 지하에 최종처분장을 만들어 영구 저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핀란드와 스웨덴 두 나라는 모두 부지 선정 과정에서 국토 전역을 대상으로 한 지질 조사와 주민 의견수렴, 지방의회 동의 등의 단계를 거쳤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을 1970년에 시작했으며 2009년 포스마크 지역에 최종처분지를 확보하기까지 1만 번 이상의 주민 토론회와 설명회를 반복해 신뢰를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