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뜨르 비행장 노순택 작가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알뜨르 비행장의 동남쪽으로 긴 아스팔트를 따라가면 움푹 파인 땅 위에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한국전쟁 당시 예비검속에 의해 희생당한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전쟁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전투를 하다 겪는 희생은 물론, 비전투 지역에서의 살상과 폭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예비검속은 지금의 블랙리스트처럼 사상이 의심스러운 이들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하고 전쟁이 발발하면 이들을 일제히 잡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전세가 악화되면 즉결처형을 해 버린다.
1950년 섯알오름 자락으로 끌려온 예비검속자들은 음력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그 날에 가족들과 영원한 이별을 하고 만다. 위령비가 세워진 이곳은 억울한 죽음의 현장이다. 일제강점기 화약창고였던 곳을 미 군정이 들어와 무장해제를 시키며 폭파시킨 후 움푹 팬 지형이 되자 예비검속자들의 사형집행 장소가 되었다. 지금은 어렴풋이 당시의 흔적이 남아 처참했던 그 날을 기억하게 한다.
공권력은 유가족들의 시신 수습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6년이 지난 1956년에야 뼈를 수습하여 묘지를 만든다. 하나 세월이 너무 많이 흐른 탓에 희생자들의 시신은 누가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에 132명의 뼈를 맞추고 묻은 후 백여 명의 조상에 대한 제사를 한날한시 한마음으로 올려 한 자손이 되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백조일손지지(百祖一孫地支)'라는 묘비를 세운다. 사계리 공동묘지 안에 이 묘가 조성되어 있다.
올레10코스를 따라 걸으면 섯오름 고사포 진지를 만나게 된다. 이 역시 일제강점기의 유적으로 원형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여전히 견고히 남아있다. 이곳에 오르면 인근 송악산과 알뜨르 그리고 모슬포의 지형을 시원스레 내다볼 수 있다. 날씨마저 좋다면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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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알뜨르 비행장...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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