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olstrejk For Klimatet(School Strike For Climate)가 새겨진 팻말 옆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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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기후변화를 중대한 정치적 의제로 부각시키고 있는 강성 운동가가 우리 언론에 소개되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북극곰 이미지와 절약이라는 대안 외에는 달리 떠오르는 게 없는 막연한 이슈였던 기후변화가 드디어 정치적 의제로 부상할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어서다.
다만 그러려면 우리는 툰베리라는 '위대한 개인'이 아니라 그의 '위대한 메시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 '사회 정의를 위해 싸우는 기특한 청소년', '질환과 편견을 딛고 일어선 개혁가'라는 식의 고루한 서사로 툰베리의 운동이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또 한편, 그를 저 이역만리서 지당한 말씀을 하는 위인 정도로 이해하고 지나치기엔 한국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 순위 7위이며,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되기도 한 당사국이다.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라는 툰베리의 메시지가 불편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져야 옳은 것이다.
기후변화가 정치적 의제가 된다는 것은 대표적으로 석탄 발전, 내연기관차, 산업시설 연소 설비 등과 같은 화석 연료 사용의 중단과 재생에너지 등의 대체 에너지가 확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러한 에너지 전환에 드는 탄소세 도입, 전기요금 및 유류세 현실화, 산업체계 개편 등의 비용과 기회에 관한 얘기를 우리가 더 자주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한국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이 문제를 오랫동안 미뤄왔다.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0년 전에 비해 180%나 늘었고, 한국이 내놓은 온실기체 감축 목표는 너무나 불충분해서 전 세계가 한국처럼 온실기체를 배출한다면 지구 온도가 3~4℃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되기도 했다(파리기후협약은 지구 온도 상승이 2℃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고, 작년 IPCC 보고서는 1.5도 이내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의 약진이나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하는 세계적 동맹휴학은 우리 귓전에서 쟁쟁하게 울리는 경종이다. 실제로 지난 3월 15일과 5월 24일에 걸쳐 한국에서도 7개 지역(서울, 인천, 부천, 당진, 대전, 전주, 대구)에서 청소년·비청소년이 어우러져 이 기후 행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기후변화의 '현재 세대'이자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위기종'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방관하는 것은 가해 행위와 다름없다고 꼬집고 국내의 정책결정권자들과 기성세대들이 에너지 전환과 온실기체 감축을 더 공격적으로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이 운동은 훨씬 더 한국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 문제 제기가 담겨있다. 기존의 피상적인 환경·기후변화 교육을 넘어 기후변화 적응·대응에 관한 현실적 내용을 교육할 것과 청소년의 사회 참여 적극 보장을 요구했다. 그것이 기후변화 문제를 사회의 보편적 담론으로 이끌고, 청소년을 포함한 시민들의 적극적 행동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이 떼어야 할 첫걸음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