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운동일기. 이미 1년도 더 된 일이라 나도 낯설지만, 그때만 해도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일이 많았다.
손은경
코로나19와 함께 운동 휴면기에 접어들었던 나도 김민경이 헬스장에서 무게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오랜만에 운동 욕구가 상승했다. 그러나 곧 현실 세계의 '머글'(평범한 사람)은 걱정되기 시작한다.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살이 찐 것과 상관 없이 '좋아서' 운동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유튜브 세계 '운동뚱'들의 유명세 때문에 나까지 '운동뚱'으로 지칭되고 주변으로부터 더 주목받진 않을까? (정말이지 운동하면서 주목받고 싶지 않단 말이다.)
'괜한 콤플렉스나 기우 아니냐', '요즘은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는데 운동하기 싫어서 핑계 대는 거 아니냐'라고 반응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의외의' 운동 천재 김민경에 대한 온라인상의 긍정적 반응과 현실 세계의 온도 차는 여전히 크다고 본다. 이 뜨거운 반응이 오히려 정반대에 있는 현실을 개탄하는 반대 급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카페에서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옆 테이블에 앉은 정상 체중의 여성들은 한 시간째 '다이어트' 이야기를 나눴다. 전 국민이 체중 감량 스트레스를 받는 대한민국에서 다이어트는 너무 흔한 대화 주제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체격이 크고 상대적으로 살이 쪄 보이는 '여성'들이라면 이런 경험이 유독 내 옆에서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는 데 공감할 것이다.
그들의 대화는 '더 빡센 운동'과 '식단 노력' 배틀을 오갔다. '지금은 안 맞는 옷을 입어보고 싶고, 못나 보이기 싫어서 살 빼고 싶다', '헬스장에서 핏(fit) 되게 옷 입은 사람들을 보고 자극받으려고 운동 간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나서야, 나는 음악을 플레이하는 척 이어폰을 꼈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몸을 떠나 다른 일상으로 옮겨간다.
그들이 나를 의식하고 일부러 그런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의식 중이든 무의식 중이든, 그들은 날씬하지 않은 상태나 날씬하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하는 방법 말고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는 방법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사회가 열망하는 '정상 범위'를 벗어난 사람들을 타자화함으로써 자신은 '정상'에 속하고 싶어하는 심리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