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힐의 두려움이 트라우마처럼 나를 시달리게했던 이화령 고갯마루에 비로소 섰다. 두려움은 직면하는 것으로 극복하거나 완화될 수 있음을 이화령이 알려주었다.
강복자
충주 탄금대에서 문경 진남역까지 65.2km를 달렸다. 영하로 내려간다는 기상예보에 따라 복장을 단단히 하고 출발했다.
어제 강천섬을 지날 때 처음 이화령 방향이 표시되었다. 고갯길마다 동료들은 이건 이화령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언덕길에서 힘겨워하는 나를 격려하기 위한 응원의 말이었지만 이화령은 내게 어린아이에게 어른들이 말하는 호랑이처럼 두려움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은 그 호랑이를 대면해야 하는 날이다.
다리 근력이 확실히 늘었다는 것을 느꼈다.
"승패는 인내심이다. 끈기에 나를 실어 이화령을 넘겨주리라."
고갯마루까지 자전거에서 내려오지 않으리라는 결심의 시험은 수안보를 지나자 시작되었다. 업힐 앞에서 숨이 가빠지기 전에 한숨이 먼저 나왔다. 아침의 다짐은 고개를 만날 때마다 조금씩 부서졌다.
끈기를 발휘해 가파른 고개 하나를 쭉 올랐다. 잠시 멈추어 숨을 골랐다. 다시 긴 오르막. 이를 악문 투쟁만 남아 내가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조차 잊었을 무렵 마루에 도달했다. 이 투쟁의 보상은 내리막길. 내리막길에서 비로소 주변이 내게 다가왔다. 큰 바위에 조각된 두 마애불상까지... 몇 계단을 올라 감사 기도를 올렸다.
고개 아래에서 몸을 쉬면서 소조령을 넘으며 악다구니 친 나를 뒤돌아 보았다. 내가 넘은 것은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험한 고개라는 큰 새재, 조령에 빗대 '작은 새재'라는 소조령이었다.
남으로 내려갈수록 이화령은 더 자주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화령이라는 문구가 어느 순간부터 투우사가 나를 향해 흔드는 붉은 천, 카포테 같았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직면하는 것이다. 나의 이화령을 임하는 결심은 정으로 치면 금방 깨질 것처럼 단단해졌다.
마침내 직면해야 할 이화령. 어금니를 한번 질겅 깨물고 출발했다. 내가 믿는 것은 어느 정도 적응한 다리의 근력과 나를 뒤따르며 매 순간 용기와 기술을 함께 주고 있는 코치인 차 여사님. 그리고 굽이마다에서 나를 기다려주고 있는 팀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