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관련 정책 방향 발표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이 1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2
연합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을만큼 커지자 그동안 미봉으로 일관하던 윤석열 정부가 마침내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13일 발표했다.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부실 사업장을 솎아내는 트랙과 사업성이 있지만 유동성을 겪는 PF 사업장에 금융권이 신규 대출을 해주는 트랙으로 진행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윤 정부의 부동산 PF 정상화 대책은 뼈를 깎겠다는 수준의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데다 금융권 부실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어 심히 걱정된다.
윤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PF대책의 골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230조 원 규모의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며, 사업성 평가 분류를 현재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사업성이 가장 낮은 4단계 사업장에 대해서는 경·공매 절차를 추진한다는 것, 은행과 보험권은 PF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으로 최대 5조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하고, 1조 원대 캠코 펀드는 우선매수권을 도입해 자금 집행력을 높인다는 것이 정책방향의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리스크가 한국경제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자 다양한 연착륙 방안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윤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대부분 부실이연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윤 정부는 그간 부동산PF사업장에 산소호흡기를 대주는 방식을 선호하고 부실사업장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한사코 외면해왔다.
하지만 부동산PF사업장의 부실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이번에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사업성 기준은 강화하고 가망없는 사업장은 경·공매도 추진
이번 대책이 기존의 대책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그간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평가받아온 PF 사업성 기준을 강화해 '엄정한' 판별을 유도하기로 한 점이다. 쉽게 말해 가망이 없는 사업장은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현행 사업성 평가 등급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하고, 사업성 부족 사업장(유의·부실우려)에 대한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유도하기로 했다. '유의' 등급 사업장은 재구조화와 자율매각을 추진하고,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운 '부실우려' 사업장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추진하도록 했다.
이를 상술하면 2회 이상 만기연장이 이뤄지는 PF 사업장에 대해선 만기연장을 위한 대주단 동의요건을 기존 3분의 2 이상 동의에서 4분의 3 동의로 강화하고, 만기연장 시 연체이자는 원칙적으로 상환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6개월 이상 연체된 PF 채권에 대해선 3개월 내 경·공매하도록 원칙을 정하고 공매 시 실질담보가치를 반영한 최종 공매가를 설정키로 했다. 경·공매 미흡 사업장은 시가가 아닌 공시지가로 평가해 속도감 있게 정리작업을 진행키로 했다. 금융회사들은 다음 달부터 새 기준에 따라 PF 사업장을 재평가하게 된다. 금감원이 7월부터 평가와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에 나선다.
또 평가 대상에 기존 부동산 PF 대출 이외에 위험 특성이 유사한 토지담보대출 및 채무보증 약정까지 넣었으며, 평가 기관에 타 부처 관리·감독을 받는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것도 특징이다. 이에 따라 PF 사업성 평가 규모는 작년 말 기준 약 230조 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금융당국이 그간 관리·공표해온 PF 대출 잔액 규모(작년 말 기준 135조6천억 원)에 비해 무려 100조 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가장 기본적인 통계가 이렇게 고무줄 늘어나듯 늘어나면 정부 통계의 신뢰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편 금융당국은 구조조정('유의'·'부실우려' 등급) 대상 사업장 규모가 전체의 5~10%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사업장 규모(230조 원)를 고려해볼 때 23조 원 규모의 PF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23조 원 규모의 PF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구조조정대상 규모가 적정한지는 의문이다. 구조조정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PF사업장에 최대 5조원까지 대출하기로 한 금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