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친일·친독재 조연현, 반성했다면 기념사업에 태도 달라졌을 것"

이순일 시인, '전점석 비평집' 출판기념 세미나 발제문 통해 기념사업 반대

등록 2024.06.21 10:49수정 2024.06.21 10:55
0
원고료로 응원
a

경남 함안에 있는 조연현 생가 표지판. 조연현은 친일, 친독재 전력이 있다. ⓒ 윤성효

 
"그는 결국 정직하지 못하였다. 그의 문학전집 제1권(1977년 간행) 제1장 첫 쪽에 '문학 한다는 한 가지 사실만을 가지고서 자랑스러워할 아무런 까닭이 없다. 작가라고 해서 훌륭한 것이 아니라 훌륭한 작가만이 훌륭할 뿐이다. 예술이나 학문이 존경을 받는 것은 존경받을 만한 가치를 가진 때문이다. 존경받을 수 없는 예술이나 학문은 존경받을 수 없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경멸되어야 한다'라고.

전적으로 동의 한다. 그런데 이 책 제6권의 작가론에서 서정주‧이광수에 대해 친일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고, 최남선은 '거대한 격류처럼 흘러가는 시대의 조류 속에서 자기의 양심과 절개를 견지한다는 것은 무력한 개인으로서는 가장 어려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라고만 평가하고 있다. 그가 거론한 많은 작가들에 대해서도 그렇다."


식민사관청산가야국사경남연대 운영위원장인 이순일 시인이 경남 함안 출신이면서 친일-친독재 행적이 뚜렷한 조연현(1920~1981)에 대해 한 말이다. 22일 오후 경남문학관에서 열리는 경남작가회의 주최의 '전점석 비평집 <친일과 항일 사이> 출판기념 세미나'에서 발제하는 이 시인이 미리 보내온 글을 통해 조연현 기념사업에 반대했다.

조연현의 대표저작 <한국현대문학사(韓國現代文學史)>에 대해, 이 시인은 "1940년대를 한국문학의 '암흑기'라고 규정하고는 그 시절에 변절한 작가 이름이나 작품을 거명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 자신이 젊은 날에 쓴 글 '아세아 부흥론 서설' 등을 알리고 고백하고 반성했으면 그의 태도가 달라졌을 것이다."

조연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 "역사는 유구하고 엄혹"

한국문인협회 이사장(11, 12, 14, 15대)을 지내며 '문단의 권력자'였던 조연현은 친일행적이 뚜렷하고,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 특히 그가 일본어로 <동양지광>에 발표했던 "아시아 부흥론 서설"은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을 찬양하고 청년학도들이 아시아 부흥의 투사로 나설 것을 부추기는 내용이다. 또 조연현은 전두환씨를 찬양했다.


전점석 작가는 책에서 조연현의 친일과 전두환씨 찬양 등 내용에 대해 정리해 놓았다. 전 작가는 "조연현씨는 오래전부터 정치권력자와 가까이 지내면서 문단 권력자로 발판을 굳혀 왔다"라고 했다.

함안에는 함안문인협회가 2013년 9월에 세운 '조연현 선생 생가' 표지판과 골목에 '문학평론가 조연현 선생 생가' 안내판이 있다. 표지판에는 "간결한 논리로 비평문학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등 한국 현대문학의 문패로 일컬어지고 있다"라고 해놓았고, 친일과 친독재는 적혀 있지 않다.


또 함안군이 2021년 함안문인협회 추천으로 아라길 산책로에 조연현의 시 '진달래'를 새긴 시판을 설치했다가 참여와연대를위한함안시민모임이 "함안군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자 철거 했다.

함안에서는 간간이 조연현 기념사업이 거론되어 왔다. 이순일 시인은 2000년대 있었던 여러 상황을 설명하면서 "조연현 기념사업 하는 것을 지난 25년 동안 반대해 왔다"라고 했다.

2001년 5월 26일 함안군‧함안문인협회가 열었던 '조연현 문학업적 조명 세미나'를 거론한 이 시인은 "발표자들은 조연현에 대해 긍정적 업적만을 말했고, 발제자 3명 모두 조연현의 제자로 자처했다"라며 "그러나 조연현은 불행하게도 친일 작품활동을 한 경력이 있다. 그의 '문학관', '문학비'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또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그 분의 허물도 짚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묻기도 했다"라고 기억했다.

이 시인은 "그때 한 발제자는 '조연현 선생께서는 친일 전력이 없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라며 "세미나 이후 지역 신문에 군청, 문협, 발제자를 대상으로 하나하나 따지는 내용의 공개질의를 했고, 그 이후 아무도 이 공개 질의에 대하여 답하지 않았으며 기념사업도 중단되었다"라고 말했다.

'조연현 기념 백일장'이 '아라백일장'으로 바꾸게 된 것에 대해, 이 시인은 "20여년 전 길가에 '조연현 기념 백일장'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라며 "교육청, 군청, 군의회, 문협에 공문을 보내 '조연현 기념 백일장'에 학생들을 부르고 예산을 쓰는 게 부당하다고 알렸다. 이후 그 백일장을 지원하는 예산을 없앴고, 행사 이름이 '아라 백일장'으로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2011년 11월 26일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내 고장 출신 조연현을 말한다'라는 제목의 문학행사가 열렸고, 이때 조연현 유족들도 참석했다. 이순일 시인은 "당시 행사에 유족을 불러서 친일 문제에 대한 발언을 듣게 하는 것은 인간적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라고 했다.

이순일 시인은 "함안에서 조연현 기념사업을 벌이려 했지만 여러 곡절을 겪다가 저지되었다"라며 "역사는 유구하고 엄혹하다"라고 말했다.

전점석 작가는 책 <친일과 항일 사이>에서 친일파 김소운(1907~1981),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한 지하련(1910~1960?) 소설가와 이효정(1913~2010) 시인, 친일문인 조연현(1920~1981)에 대해 정리해 놓았다.

경남작가회의는 한정호 경남대 교수(지하련), 원은희 권환기념사업회장(이효정), 오하룡 시인(김소운), 이순일 시인(조연현)을 초청해 세미나를 연다.
 
a

경남 함안에 있는 문학평론가 조연현 생가 안내판. ⓒ 윤성효

#조연현 #친일문인 #함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3일마다 20장씩... 욕실에서 수건을 없애니 벌어진 일
  2. 2 참사 취재하던 기자가 '아리셀 유가족'이 됐습니다
  3. 3 [단독] '윤석열 문고리' 강의구 부속실장, 'VIP격노' 당일 임기훈과 집중 통화
  4. 4 이시원 걸면 윤석열 또 걸고... 분 단위로 전화 '외압의 그날' 흔적들
  5. 5 23만명 동의 윤 대통령 탄핵안, 법사위로 넘어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