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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74㎡ 차이의 비밀... 의문의 하천 공사

경북 경산 오목천 준설공사, 환경영향평가 없이 진행... 환경부 "관공서가 이러면 안돼"

등록 2024.06.21 16:39수정 2024.06.2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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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오목천은 자연성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자연하천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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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천에 부화해서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오리들이 무리지어 지나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오목천은 금호강 안심습지 바로 아래에서 금호강과 합수하는 금호강의 지천으로 물 맑은 농촌 지역을 통과해 흐르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이 특히 높은 하천으로 이름이 높다. 오목천은 금호강에서는 자취를 감춘 '잔가시고기'의 주요 서식처이기도 하다.

이런 오목천에 경산시가 대대적인 준설공사를 시작했다. 하천 준설공사는 대부분 굴착기 같은 중장비로 하천 바닥과 둔치를 긁어버리는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물속에 사는 물고기부터 하천 둔치에 살기 마련인 고라니나 너구리, 삵, 수달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도 경산시는 하천 공사를 하면 일반적으로 거치는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고 공사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 면적이 1만㎥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된다. 공교롭게도 경산시가 준설공사를 행하는 면적은 9926㎥다. 환경영향평가를 피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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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성이 살아 있는 자연하천 오목천에 중장비를 동원한 준설공사가 시작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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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제곱미터를 피하기 위해 공사구간을 설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오목천 하천공사 ⓒ 다음지도 캡쳐

   
현행법상 면적을 이렇게 정해서 공사를 하게 되면 환경부도 어쩔 수 없다. 다만 도의적인 책임은 따를 수 있다.

이 지역의 환경영향평가를 맡고 있는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 환경평가과의 한 관계자는 21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일반 기업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데 관공서가 이런 식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면적을 줄여서 공사를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크다. 관공서가 환경영향평가법의 취지를 무력화 하면서 공사를 강행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을 맡고 있는 경산시 맑은물사업단 하수도과 담당자는 지난 19일 꼼수 하천공사 의혹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알아서 해석하라"는 답변으로 응수하면서 "준설 작업에 대한 민원이 있어서 그 민원에 응대해서 공사를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준설공사를 하지 않아 홍수 피해가 난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자료를 찾아봐야 한다"면서 즉답을 하지 않았다. 

전국 하천에서 일어나는 수난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 박호석 대표는 "충분한 근거도 없이 민원이 있다고 공사를 하게 됐다는 설명인데, 경산시가 언제부터 시민의 민원에 그렇게 충실해 왔는지 묻고 싶다. 민원을 핑계로 하천 공사란 돈잔치를 벌이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비판했다.


많은 하천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주민의 감시가 높지 않은 지방하천일수록 이런 공사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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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가 세워둔 공사를 알리는 입간판. 공사 금액은 빠져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공사 현장에 서 있는 공사를 알리는 입간판에 금번 경산시의 '지방하천(오목천) 하천정비공사'의 목적은 이렇게 나와 있다.
 
본 공사는 지방하천(오목천) 하상 정비공사로서 미정비된 하천을 정비하여 재해위험요소 제거 및 재해취약지구 정비로 하천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지역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여 주민의 소득증대 및 지역 균형발전에 기어코자 함.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금호강 #오목천 #경산시 #하천공사 #준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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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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