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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윤석열 정부... 4대강 수질 좋아졌다? 못된 사람"

[이 사람 10만인]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전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 민간위원장)

등록 2024.07.04 15:30수정 2024.07.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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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병기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을 할 때 그래도 국민 눈치를 봤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막무가내입니다."

"우리에게 알려진 독 중 가장 독한 건 다이옥신입니다. 녹조에서 나오는 마이크로시스틴은 그 다음으로 강력한 독입니다."

"정부가 4대강을 과학적으로 검증했다고요? 이상한 자료를 들이밀면서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졌다는 사람들은 정말 나쁩니다. 못된 인간들이죠."

"보를 탄력적으로 운용해 녹조를 관리하겠다는 건 말장난입니다. 강물을 막으면 녹조가 저절로 생기는데 그게 무슨 말이죠?"

"기후위기에 대응하려고 4대강 보를 활용한다고요? 보를 세우면 수위가 올라가죠. 강 하류에 수위를 올려놓고 어떻게 홍수를 막을 수 있나요. 큰 물난리를 자초하고 있는 겁니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전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는 거침없이 직격했다. 환경부가 '4대강 보 정상가동'을 결정하면서 내세운 논리를 단순명쾌한 말로 반박했다. 30년 동안 강단에서 환경공학을 가르쳐온 노학자였기에 미국과 유럽의 물정책 추세 등에 대한 풍부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정부의 퇴행적 환경정책을 비판했다.

지난 6월 28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시민행동)이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며 보 상류 하천부지에서 농성에 돌입한 지 61일째 되던 날이었다. 혼자 들기도 힘든 커다란 수박과 참외를 장바구니 밀차에 가득 싣고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방문한 그가 농성자에게 건넨 첫 마디는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였다.


서울대환경대학원 원장을 지냈던 김 교수는 이명박 정권이 한반도대운하 공약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때 '운하반대 전국 교수모임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섰다. 당시 전국 115개 대학에서 2466명의 교수들이 '운하 백지화' 성명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권이 운하를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추진할 때에도 김 교수는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학자적 양심을 굽히지 않았고, 이로 인한 핍박을 감내했다.

이날 <오마이뉴스>는 현장에서 40여 분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곧바로 현장 유튜브 라이브 방송인 '슬기로운 천막생활'(김병기의 환경새뜸 채널)에도 10여 분간 출연했다.


우선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는 국민 눈치를 보면서 엉터리이긴 하지만 4대강사업을 해야 물도 맑아지고 홍수와 가뭄도 막는다면서 강변 친수시설과 위락시설 등 장밋빛 계획을 내놓으며 홍보도 많이 했다"면서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유도, 논리도 제시하지 않고 반대편 이야기를 듣지도 않는 채 막무가내로, 무대뽀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 교수는 "보에 물을 채워서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채 (세종보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곳마저 닫힌다면 다시 펄 천지가 될 것이고 물이 다 썩을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들을 다 알고 있고, 또 드러날 것이기에 우리가 끈질기게 운동을 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고, 보를 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두 번의 인터뷰를 통해 환경공학 박사인 김 교수가 역설했던 건 과학적 검증을 통해 4대강 보처리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공언해 온 윤석열 정부의 비과학성에 대한 증명이었다.
 

[이 사람 10만인] “윤석열 환경부가 과학적 검증? 아주 나쁜 사람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 오마이뉴스는 지난 6월 28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방문한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전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 공동위원장)를 현장에서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현장에서 진행하는 유튜브 생중계 '슬기로운 천막생활'에 출연하기도 했다. 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live/ivnRoTvYhj0?si=-jdNsKiBPf5JV-we #세종보 #김정욱 #4대강사업 ⓒ 김병기

 
[BOD와 COD] "호수가 된 4대강, COD로 수질 측정해야"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biochemical oxygen demand)와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Chemical Oxygen Demand)는 물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BOD는 물속 미생물이 유기물을 산화·분해시키는 데 소비되는 산소량을 ppm(백만분율)으로 나타낸 것이다. 물의 오염이 많을수록 산소량은 증가한다. COD는 물에 산화제를 투입해서 유기물질이 산화하는 데 소비된 산화제의 양에 상당하는 산소의 양을 측정한 지표이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금강·영산강 5개 보 해체·개방 결정을 뒤집은 근거 중의 하나로 활용한 것은 BOD 지표였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지난해 5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은 "과학에 기반한 결정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다소 개선된 BOD 수치를 배척하고 COD를 수질 악화의 근거로 삼은 것을 지적했다. 감사원도 지난해 5차 4대강사업 감사에서 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의 이양기인 2013년 1월, 감사원은 4대강사업 2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4대강 보의 수질은 BOD 대신 COD로 측정해야 한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시했었다.

"4대강 보 안의 수질이 체류시간 증가 등으로 물환경이 변화되어 조류가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므로 부영양화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COD, 조류농도 등 적절한 수질관리지표로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나 일반 하천의 BOD를 기준으로 관리, 조류 농도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수질상태가 왜곡평가·관리됨에 따라 수질악화 우려..."

이날 김 교수도 "4대강사업 이후 BOD 수치를 제시하면서 물이 깨끗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를 설치해서 물이 흐르지 않으면 찌꺼기가 다 바닥으로 가라앉고, 그게 썩으면서 발생하는 기포(이산화탄소 등) 등을 미생물이 먹지 않기에 BOD로는 수질 측정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 "사실상 호수 상태인 수질은 COD로 측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 때문에 우리나라 모든 호수의 COD는 올라가도 BOD는 줄어드는 데 이걸 보고 물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엉터리다, 또 부유물질(SS) 상태도 좋아졌다고 하는데, 물이 흐르지 않으면 찌꺼기들이 다 가라앉기 때문인데, 이 역시도 수질이 개선된 지표로 볼 수 없다"면서 "일부 개선된 수치만을 제시해 4대강사업을 잘했다고 주장하는 건 국민들을 우매하게 생각해서 속이려는 것이지, 과학적인 검증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한화진 장관이 발언한 위의 내용을 언급하자, "굳이 수치를 보지 않아도 세종보의 수문을 열었더니 녹조가 생기지 않는 것을 우리는 다 확인하지 않았냐"면서 "그럼에도 물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멍텅구리가 아니라면 진실을 왜곡하는 못된 사람들이다, 환경부장관은 멍텅구리는 아닐 텐데, 그렇게 말했다면 못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마이크로시스틴] 가장 강력한 독 '다이옥신' 다음으로 강한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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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가 가득한 강 부여 부소산성 앞 녹조낀 금강 모습 ⓒ 대전충남녹색연합

 
우선 아래, 한 장 표만 봐도 4대강 보와 녹조의 상관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의 녹조를 조사해 온 충남연구원이 관측한 '녹조 발생 관심 이상 발령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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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연구원이 제시한 녹조 발령 상황. ⓒ 충남연구원

 
2017년에는 무려 8개월 동안 119일에 걸쳐 발령을 했는데, 금강 3개 보의 수문을 개방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59일로 줄었다. 그 이듬해부터는 단 하루도 측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백제보에 이어 지난 4월부터 공주보가 닫혔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30억 원을 들여 세종보 보수 공사를 했고, 물을 채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4대강 16개 보 중 2018년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개방된 곳이다.

김 교수는 "세종보마저 막히면 금강에는 다시 녹조가 창궐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녹조는 흔히 조류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 박테리아를 품은 단세포 생물입니다. 녹조에선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소가 나오는데, 우리가 아는 가장 강한 독은 쓰레기 등을 태우면 나오는 다이옥신이죠. 그 다음으로 강력한 독소가 마이크로시스틴입니다. 녹조가 낀 물을 마시고 코끼리가 떼죽음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 2020년 5월 세계 최대 코끼리 서식처인 보츠와나에서 발생한 코끼리 350마리 떼죽음 사건을 일컬은 말이다. 당시 오카방고 강 삼각주 부근에서 시작된 떼죽음은 2달간 지속됐고, 전 세계에서 참여한 각국 조사단의 조사결과, 녹조가 집단 폐사 원인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김 교수는 2019년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2015년 9월에 낙동강 달성에서 측정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434ppb이었는데 DDT(강력한 살충·제초 효과를 가진 유기염소 계열의 농약)에 비유하자면 이는 낙동강의 평균 유량에 매일 5톤 트럭 한 대 정도의 DDT를 쏟아 부어야 나오는 농도"라고 밝힌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녹조 물로 키워서 생산한 농산물에서도 검출되고, 심지어 에어로졸 형태로도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의 톨레도 시는 2014년에 식수원인 이리 호에서 녹조가 발생하자 식수 사용을 중단시킨 뒤 생수를 공급했고, 수돗물로 목욕과 양치질도 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이 사실을 언급한 뒤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인 녹조는 낮에는 햇빛을 보려고 물 위에 뜨고, 밤에는 물속에 가라앉으면서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밤에 끌어올리는 농업용수의 파이프는 가라앉은 녹조가 몰려있는 아래쪽 물을 확 끌어당긴다"면서 "우리나라는 녹조가 핀 강에서 배와 요트를 타라고 국민들에게 홍보하기도 하는데 이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비과학적 정책] "기후위기 대응으로 댐 건설? 큰 물난리 자초"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한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4대강 보를 정상운영하고, 녹조 발생 등에 대비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댐-보-하굿둑 연계 운영을 통해 홍수와 가뭄 등 기후위기 시대의 기상 이변에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세웠다. 이를 위해 추가 댐 건설과 하천 준설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잡았다.

김 교수는 우선 "4대강 보에 담수를 하면 녹조가 창궐한다는 것은 이미 확인이 됐는데, 녹조를 생기게 만들어 놓고 녹조를 저감시키기 위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면서 홍수 문제에 대해서도 이같이 설명했다.

"댐과 보로 기후위기에 대응한다고 하는 데 4대강의 보와 댐을 세우면 수위가 당연히 올라가겠죠. 강 하류의 수위를 올려놓고 홍수를 막겠다는 주장이 말이 되는 것 같나요? 댐을 줄줄이 만들어 놓은 채 위쪽의 댐이 터지면 그 밑에 댐도 연이어 터질 수 있기에 아주 큰 물난리를 자초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2021년 4월 환경부도 4대강 보가 수위 상승을 유발한다는 실측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환경부가 밝힌 대한토목학회의 '4대강 보 홍수조정능력 실증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홍수시 보의 수문을 개방해도 한강(강천보 상류)은 1.16m, 낙동강(달성보 상류)은 1.01m, 금강(공주보 상류)은 0.15m, 영산강(승촌보 상류)은 0.16m 홍수위가 올라간 것으로 타나났다. 보의 가동보 수문을 전면 개방해도 많게는 강의 절반을 가로막고 있는 고정보 때문이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최근 환경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등 댐을 건설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조만간 추가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세계적 추세와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라면서 "미국만 해도 해마다 50여 개의 댐을 해체하고 있고, 지금까지 1200여 개의 댐을 폭파했다, EU는 댐 추가 건설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만들었고 강변에 인공적인 공사를 하거나 준설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특히 "미국은 깨끗한 물법(Clean Water Act)으로 하천 준설과 매립, 댐 건설 등의 토목공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마지막으로 환경정책을 퇴행시키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를 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말을 안 듣는 사람이잖아요. 할 말이 없어요. 그런데 여기서 농성하시는 분들에게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강을 막아서 녹조가 끼도록 내버려 둘 수 없지 않나요. 줄기차게 밀고 나가면 우리는 반드시 이깁니다. 오늘, 이 말을 하려고 여기에 왔습니다."  
#세종보 #4대강사업 #금강 #환경부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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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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