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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관문에 새겨진 다섯 글자 "박정희 광장"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 민주당, 대구시 광복절 행사 불참 "양심 시민과 자체 행사 진행"

등록 2024.08.14 14:18수정 2024.08.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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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많은시민들의 반대에도 대구시는 14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광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많은시민들의 반대에도 대구시는 14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광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 조정훈

 
대구시가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표지판을 세웠다. 하지만 시민단체들과 지역 야당들은 '친일과 독재의 망령을 불러냈다'며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을 규탄했다.

대구시는 14일 오전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대구 동구군위군을), 윤석준 동구청장, 이만규 대구시의장, 대구시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동대구역 앞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동대구역 광장' 이름이 사라졌다

표지판은 폭 0.8m, 높이 5m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과 친필 서체로 앞 뒷면에 '박정희 광장'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변경한 것은 '1960년대 근대화의 시발점이 된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대구의 근대 3대 정신인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의 구국정신과 1960년 2.28 민주운동의 자유정신, 196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 가운데 국채보상운동이나 2.28 자유정신을 기념하는 시설이나 공원은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는 사업이 없어 기념하기 위함이라는 것.

하지만 '대구의 근대 3대 정신'이라는 것은 홍준표 시장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다. 홍 시장은 지난 7월 2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대구에는 3대 정신이 있다"며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 박정희의 산업화 정신을 들었다.
 
a  많은시민들의 반대에도 대구시는 14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광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많은시민들의 반대에도 대구시는 14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광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 조정훈

 
대구시는 14일 박정희 표지판 제막식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동대구역 광장에 높이 3m의 박정희 동상을 설치하고, 내년에 완공되는 남구의 대구대표도서관 앞 공원에도 높이 6m의 동상을 세워 박정희 공원으로 이름을 정할 계획이다.

홍준표 시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은 지금의 대구와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며 산업화 정신을 바탕으로 대구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시민들께서 그 의미를 함께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친일-독재 상징 박정희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다"
 
a  많은시민들의 반대에도 대구시는 14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광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많은시민들의 반대에도 대구시는 14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광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 조정훈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이 열리기 전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의당, 녹색당 등 지역 5개 야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를 규탄했다.

이들은 "홍준표 시장이 일제의 식민지배에 맞선 민족독립운동의 성지이자 이승만 독재에 맞서 해방 후 첫 민주화운동을 일으킨 이곳 대구에 친일과 독재의 상징인 박정희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령과 조례까지 위반하여 무단으로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명을 제정하거나 변경, 폐지할 경우 동구청 지명위원회의 심의와 대구시 지명위원회 심의, 국토교통부 지명 고시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대구시는 이런 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8월 14일은 일본군 성노예로 인권을 착취당한 위안부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 전날인데 혈서로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관동군 장교로 항일독립군을 토벌한 박정희의 이름을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에 새긴다는 것은 반역사적이고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이다.
 
a  많은시민들의 반대에도 대구시는 14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광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많은시민들의 반대에도 대구시는 14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광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 조정훈

 
정금교 범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북한에 김일성 광장이 있고 어마어마한 김일성 동상이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대구에 박정희 광장과 동상이 세워진다니 여기가 공산주의 국가인가"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내 고향 대구에 독재자 우상이 세워진다니 동대구역을 이용하는 것도 이젠 뒷길로 다녀야 하나 고민"이라며 "홍준표가 되돌려놓은 역사만큼 우리는 두 발짝씩 뛰면서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소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우리에게 박정희 우상화를 강요하는 광장과 동상을 세우는 폭거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고, 김용락 전 수성을 지역위원장은 "전 세계 어느 공항이나 어떤 역 광장에도 이런 동상을 세운 예를 본 적이 없다"며 "대구를 폐쇄적이고 독재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동식 조국혁신당 대구시당 부위원장은 "홍 시장은 경남에서 경부선을 타고 서울로 올라가면서 대구를 간이역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고,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은 "미래에 대한 비전 없는 집권 세력이 기댈 곳이라곤 동상밖에 없느냐"고 지적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권력 야욕이 대구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역사의 퇴행이라고 꼬집었고, 장우석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홍 시장이 차기 국민의힘 대권 후보에 오르기 위한 꼼수 아니냐"고 힐난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표지판을 세운 것과 관련 오는 15일 대구시 주관으로 열리는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15일 오전 11시 30분 국립신암선열공원에서 자체 광복행사를 진행한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과 황국신민을 자처했던 다카키 마사오 동상 및 광장 명칭 개칭에 저항하고자 대구의 양심있는 시민과 당원들을 모아 자체 광복행사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친일반민족행위, 좌익활동, 군사쿠데타와 헌정유린, 중대한 인권침해와 부정부패로 점철된 박정희가 우상으로 숭배받는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대구시 주관 광복절 경축식이야말로 광복절 모독행사"라고 규정했다.
#동대구역광장 #박정희광장 #홍준표 #박정희 #박정희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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