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교사가 꼽은 진정한 욕구 세 가지

안광복 작가 강연 <맛있는 인문학-철학, 좋은 삶의 기술>을 열며

등록 2024.08.19 10:08수정 2024.08.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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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哲學)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 대답하는 사람들이 만난 공간. 특히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맛있는 철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철학자의 추천을 받고 인문학강연을 열었다. <열일곱 살의 인생론>(사계절 2010)을 쓴 안광복 작가다. 안 작가는 철학교사라는 특별한 이름이 있어서 질문했는데, 전국에 약 30여 명의 철학교사가 있다고 했다.


군산시 문화재단에서는 특별한 주제로 활동하는 동네책방에게 강연이나 활동비를 지원했다. 그 주제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치유하는 법'이라는 말을 들었고, 책방에서는 이내 '좋은 강사'를 찾았다. 책방을 운영한 뒤로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희망하는 중년 이상의 지인들 덕분에 책방에서 주최하는 행사에는 늘 청중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철학이 어렵다고요? 실생활에서 철학의 개념을 아주 쉽게 설명할게요'라며 <맛있는 인문학-철학, 좋은 삶의 기술>이라는 행사 제목을 보내온 안광복 작가. '철학은 맛있다'라는 제목만으로도 정말 근사한 강연이 될 것 같아서, 책방 옆 모 중학교의 국어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학생들과 함께 오시면 좋겠다고, 필요하면 책도 구입해서 드릴 수 있다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안 작가를 잘 알고 있었다. <열일곱 살의 인생론>은 중고생들에게 아주 유명한 책이어서 무려 20쇄에 이를 만큼 독자층이 넓다고 전했다. 학교의 독서동아리 팀에서도 이 책을 읽고 토론했기 때문에 작가를 직접 만난다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좋은 행사라고 말했다.

안 작가에게는 특강 청중으로 학생들도 오고, 성인들도 오니, 강연하실 때 참고해주십사 전했다. 이왕이면 학생들을 앞자리에 앉도록 하니, 강연 대상을 학생들 위주로 하셔도 좋겠다고 했다. 안 작가는 현직 고교 철학교사여서 그런지, 학생들과의 눈맞춤에도 매우 자연스러웠다.

a 안광복작가강연 <철학으로 휴식하라>를 통해 철학에서 휴식을 찾는 법을 말했다

안광복작가강연 <철학으로 휴식하라>를 통해 철학에서 휴식을 찾는 법을 말했다 ⓒ 박향숙


질문하는 학생들마다 생각의 우수함을 칭찬하며 학생 미래의 모습을 예견해주는 센스도 보여주었다. 일 년에 거의 100여 건의 강연이 있지만, 이번 책방 행사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의 집중력과 날카로운 질문은 매우 보기 드문 100점짜리 청중이라고 칭찬했다.


'잘하고 있어요, 내 인생!'

'아동학대보다 잔인한 것은 자기방치이다'


'좌절과 주눅듦에서 벗어나려면 페르소나Persona를 가꾸어야 한다'

'철학함은 내 인생을 점검하며 미래의 삶을 위해 튜닝(Tuning)하는 것이다'

'자아회복력(Resilience)을 위해서 철학 테라피가 필요하다'

안 작가는 학생들에게 이런 소제목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면서 <철학으로 휴식하라>는 책에서 주장하는 그의 생각을 친절하고 알아듣기 쉽게, 그리고 웃음이 절로 나오는 유쾌한 강의를 했다.

1시간 30여 분의 강의 후에 질문자들은 머뭇거림 없이 손을 들었다. 어느 학생은 유명 서양철학자 이름과 이론을 거명하며 안 작가의 생각을 물었고, 또 한 학생은 강의 중 이해하지 못했던 용어(스토어학파)에 대해 다시 설명해달라고도 했다.

기억에 남는 안 작가 강연 중 한 대목은 '욕구와 욕망을 구별하는 법'이었다. 그는 청중들에게 강조하길, '과연 내 욕망은 선하고 아름다운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좋은 욕망을 연습해야 된다'라고 했다.

욕구는 채울 수 있어도 탐욕은 채울 길이 없다면서, 진정한 욕구를 뽑자면, '우정, 자유, 사색'이라고 했다. 학생들 속에서 나이 지긋한 문우(강진순님, 72세)께서 던진 질문과 작가의 대답은 마치 3년째 매일 책방방문자들에게 '새벽편지쓰기'를 내 일상 같아서 참 좋았다.

- 강연 내용 중 '채울 수 있는 진정한 욕구 3가지를 말씀하셨는데, 작가님은 사색을 어떻게 하십니까?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의 루틴이 저에게는 사색의 시간입니다."

서양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 '칭찬받지 못했다고 에머랄드가 빛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들려줄 때 나온 질문엔 학교 현장에서 교사로서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교단에서 반항하고 대드는 학생을 만났을 때 교사로서 참기 힘든 순간도 있을 텐데요, 그럴 때 작가님은 어떻게 분노를 조절하시나요?

"특별한 방법이 따로 없고요, 그 학생의 행동을 분노로 받아들이지 않는 편입니다. 그 학생 곁에 가서 가만히 서 있는 편입니다."

질문을 한 시인(전재복님, 73세)의 말에 의하면 오랜 세월 교단에 서 있었지만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는 후문도 들려주었다.

a 맛있는 인문학-철학 강연장에 가득찬 청중 청소년 청년 성인들이 함께 이룬 지적공동체

맛있는 인문학-철학 강연장에 가득찬 청중 청소년 청년 성인들이 함께 이룬 지적공동체 ⓒ 박향숙


마지막으로 작가가 청중에게 던진 질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이라며,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여겨지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를 생각하는 시간이 있었다.

책방에서 연 행사 중에 처음으로 기성세대 성인과 청소년, 청년들이 함께 모여서 철학강의를 듣고, 질의응답으로 자신의 생각을 논하면서, 우리의 평이한 일상 속에 철학 모습이 숨어있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가 좋은 사람, 당신이 좋은 사람,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언어와 논리가 작동하는 분위기, '지적인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작가의 의견을 담아둔다. 동네책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청소년과 지역 어른이 함께 책문화를 공유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a 안광복작가의 인문학-철학강연 군산문화재단후원의 동네책방<봄날의 산책>기획강연

안광복작가의 인문학-철학강연 군산문화재단후원의 동네책방<봄날의 산책>기획강연 ⓒ 박향숙



열일곱 살의 인생론 - 성장을 위한 철학 에세이

안광복 (지은이),
사계절, 2023


철학으로 휴식하라 - 회복과 치유를 위한 33일간의 철학 세러피

안광복 (지은이),
사계절, 2020


#안광복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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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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